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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9 (13)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고구마 좋아하는 줄 아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한 솥 고구마를 나를 위해 구워 놓곤 했었다. 군고구마 전용 냄비를 우리나라 방문시 동생이 준비했지만 짐 속에 넣는 걸 깜박했네 그랬다. 고구마가 없었던 그 당시 독일에서 군고구마 냄비는 무용지물, 일부러 슬쩍 내려놓고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독일에도 고구마가 있다, 그것도 내 밭에서 자란다. 분홍과 보라색 사이 뭐라 딱 결정내지 못할 오묘한 색상의, 마음만 먹으면 고구마도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는 치유불가 팔불출!, 눈에 뵈는 게 고구마 뿐이니...) 이른 봄에 다녀왔던 조지아 여행동안 이 만큼 순이 웃자라 있었고, 이들을 잘라 심었었다. 독일 슈퍼의 희끄무레한 수입 물렁고구마와는 비교도 안 될 터, 인터넷에 물어물어 찾아 낸 근사치 ..
사과를 땄지만 감을 땄다고 실언을 한다. 흔한 사과나무를 귀한 감나무로 의도적으로 오인할 때도 있다 저걸 다 곶감으로 만들면....이라고 상상하기도 하면서.... 이맘땐 나무 아래 떨어진 사과가 깔린다. 딱히 정리를 하면 또 떨어지곤 하여 흙 거름이라도 되겠지 하고 그냥 놔두는 편이다. 사실은 게을러서인데, 이즈음 지속되는 비바람 추위와도 연관이 있다. 벌써 하루 종일 우중충한 유럽의 전형적인 가을이니. 올핸 창고에 묵혔던 사과따기 주머니를 도구로 썼다. 이로써 또 감을 따던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감을 따던 주머니도 이 만큼 무거웠었는지 모르겠다. 주머니 윗둘레 톱니로 솟은 쇠부터 묵직하다. 손잡이까지 이어진 긴 막대도 가볍지 않다. 주머니막대를 들어 올려 나무의 사과꼭지에 끼워 당기면 사..
몹쓸 팔자 백석의 팔자 /최서림 딱 한 번 여자 '란蘭'에 빠져버렸다. 조선식 여자 난의 고향까지 가서 퇴짜 맞았다. 동행한 친구한테 사모하는 여인을 뺏겨버리고 바람이 되어 조선 팔도를 떠돌아다닌 남자, 난을 못 잊어 일본, 만주, 내몽골까지 유랑했다. 난을 잊어보려고 이 여자 저 여자 품어보았다. 심장에서 창자에서 난을 몰아내려고 시로 토해낸 남자, 몰아내려 할수록 온몸 구석구석 뿌리 내린 난의 허상, 이 허상이 키운 시인 백석을 읽는 밤이다. 이 허상을 먹고서 살아 견뎌낸 시인이 사랑한 땅, 나라가 없었던 땅, 조선이란 땅의 팔자를 생각한다. /계간 시인시대 2022 가을호 ..................... 백석에 얽힌 이야기는 시대 물결에 소모된 전설이며 신화가 되었다. 백석은 소문으..
늦은 오후 텃밭 삼매경 중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로 오두막에서 라디오나 듣는데 어머나 동쪽 하늘에 찬란한 무지개가!! 잠깐이지만 쌍무지개도 떴다. 순간적으로 해가 짱! 하고 나타나니 보이는 잎잎들이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색상으로 빛난다. 아일랜드 속담에 보물은 무지개의 끝에 있다 했고 심술 많은 악마가 인간이 보지 못 하도록 보물을 무지개 끝에 보물을 숨겼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니 성경의 어느 부분엔 하나님 약속의 징표라 했던 것 같고 나의 큰어머님께선 무지개의 양 끝에 우물이 있어 그 뿌리를 묻고 있다 하셨다. 무지개의 끝엔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말 나온 김에 무지개의 비밀을 더 캐내보면 무지개는 비의 커턴에 태양이 비침으로써 생긴다.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은 때(비 그친 ..
티스토리로 옮겨 오면서 블로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고요한 산사를 방불케 하는 숲지기 생활에 블로그는 내가 누릴 수 있는 최대 사치의 장, 이 지경에도 숲지기의 분수를 지키고 싶었다고나 할까. 옛날 다음 블로그 때부터 친구 맺기를 자제하고 또 맺었던 관계도 돌려 드렸다. 그러한 나머지 다섯 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할 만큼의 소중한 분들과 여러 해 깊고 만족한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 가끔은 꿈에서도 뵙고 텃밭일 중이나 운전 중에도 불쑥 그분들과의 댓글 대화가 생각나서 혼자 깔깔 웃게도 된다. 나에겐 이제 거의 식구 같은 분들께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티스토리엔 '구독'이 있고 또한 '맞구독'도 있는데 구독 중인 인기 블로그에 댓글 달기를 주저하게 된다. 아이디 노출 유무에 따라 발생 가능한 ..
기어가는 본능은 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머루 만한 청포도에게도 말릴 수 없는 본능이 있어 어디든 기어서 오른다. 사진엔 지붕으로 이미 기어올랐다. 옛날포도는 때깔 좋은 요즘 포도보다 달고 더 상큼하다. 텃밭을 오며가며 따먹었더니 여중시절 내 이빨 같다. 더러 빠지고 더러 새로 나고 하던. 잎을 조금만 들춰도 알알이 박힌 청포도가 드러난다. 나는 식물에게, 식물은 나에게 서로 아무 간섭없이 여름을 지낸 결과이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쪼그려 앉지 않아도 되는 상자텃밭을 준비 중이다. 텃밭 오두막 뒷편 하늘이 비 뿌리고싶어 안달이 난 듯 거뭇거뭇하네. 아주 오래 전에 구입하고 창고에 잠 재워뒀던 상자텃밭, 의외로 무거워서 몇 개 네모 만들고 중단했다. 네모 속에 퇴비와 잘라낸 나뭇가지며 잎들을 ..
꽃 /기형도 내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않는 그대 정원에서 온밤 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 ...... 위의 시를 쓴 기형도를 만난 적이 있다. 비 많이 내린 우중충한 늦가을 저녁 대학로에서...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연세대 강사 한분의 주선으로 모르는 여럿이 모였고 바벨탑 주민(언어가 달라 서로 소통이 불가능한)처럼 젖은 집단인 듯 앉아 있다가 목 뻣뻣하게 귀가했다. 이 음습한 기억의 단편을 살아오면서 수 없이 되뇌이게 된다 여름의 끝에서 문득 긴소매 윗도리가 필요할 때면 비 내리는 어둠을 홀..
이번엔 토론토에서 올린 티벳 원형춤 영상이다. 고구려 벽화 속의 장삼춤과 너무도 흡사하다고 이미 여러 번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며칠 전부터 보고 또 보는 티벳춤, 내 속 어딘가 있을 법하고 그러나 어느 세대 부터선가 잊고 살아온 듯한 익숙한 노래와 또 몸짓이다. 몇 번을 무심코 보다가 유난히 눈길이 가는 소녀 춤꾼을 찾았다. 붉은 비단치마의, 춤맵시가 깜찍한 소녀이다. 영상 끝부분, 어두워진 뒤에도 군무를 추는데 소녀 춤꾼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 모를 예쁜 소녀.
이테스바흐 라는 독일 흑림 조그만 마을에 기다리던 보름달이 뜬 풍경. 비바람이 모질어서 기온이 10도 이하로 뚝 떨어졌지만 마음에 진 짐이 있어 보름달에게 하소연하려던 셈이다. 보슬비 내리는 늦은 오후, 달맞이 장소를 찾아 숲 언저리를 뒤지는 중 동쪽이 안 보여서 다시 다른 산 등성이로~~! 훤한 곳을 찾긴 했지만 이번에 동쪽이 어딘지.. 느낌으로 방향을 잡고 정차를 하고 달 오르기를 기다린다 숲동네의 푸른 순간. 앞에 막대기처럼 세운 것은 풍력발전기들, 아름다운 흑림 전경에 저들이 죽죽 막대기로 긋고 있다고나 할까. 암튼 에너지 자립엔 별 도움도 안 되면서 깨끗한 에너지 생산이라는 허울의 정치선전 이상만 하늘을 찌르고 있는 듯. 기다리고 또 기다시기, 예정된 달 오르는 시간이 지나고 또 한참 더 기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