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모교, 마울브론 마을 (2)

마울브론 수도원앞 광장 출구로 나가는 중이다.
이 또한 올 때마다 늘 같은 모양을 한 걸 보니,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는 유산에 포함되었구나 싶다.

내가 갔던 날은 토요일인 9월 4일,
코로나 시국임에도 열렸던 행사.

출구방향 왼쪽에 붙은 서점.
한때 이 곳을 날마다 지나 다녔을 어린 헤세를 생각을 한다.

책이 꽂힌 상자에서 연륜이 묻어난다.


수도원 출구를 나오면 오른 쪽에 이런 깊은 구렁이 있는데,
옛날 건물은 거의 다 있는 건축구조이다.
이렇게 입구에 깊은 홈을 파두는 것은 적의 침입에 대비한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수도원에도 굳이 적이 있었을까?

내가 나오고 있는 시각에도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인파가 있다니....

조금 전에 나온 입구를 뒤돌아서 찍었다.
느낌이 그 뭐랄까, 하이델베르크 성 입구와 흡사한데,
이곳 마울브론 수도원이 훨씬 조용하다.

수도원 위의 거리에 주차를 했으므로
산책삼아 걷는 중에 만났다.
옷과 신발 수선집


교통안전요원이 아마 행사때문에 배치되었던 모양이다.
뒤에 보이는 꼬마종탑 건물이 수도원이고,
좀 전에 저 너머 비탈길을 걸어 수도원광장 샛문으로 들어갔었다.

어느 농부집, 주차한 곳으로 가는 중에 만났다.

어?
모자 쓴 헤세의 두상이?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비탈길을 오르는데

하하
'이래도 잘 달려요(Faehrt trotzdem)'라는 글귀를 읽고 보니,
아차 문짝이 일그러졌다.
귀엽네!

처음엔 긴가민가 했다.
저 할아버지가 헤세 옆에 구색맞춘 농부 마네킹일까 아닐까 하고.

하, 할아버진 손을 움직이시고
박물관 거리 팻말을 수리하고 계셨다.
앞의 1편에서 헤세 모자에 올려졌던 붉은 것은 할아버지의 윗도리였는데
이 일로 아내되신 할머니로부터 핀잔 들으심 ㅋ

헤세할아버지가 박물관 거리에서 방문자들을 유인하시고

그 곳에 야외 두상 조각품 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른쪽 아래 오브제 하나.
저게 아마 말 고삐를 묶는 것이었을텐데,
사진을 모니 마치 남근 같아.
제주의 하루방을 닮은 것도 같고.

어디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보니,

이렇게 물이 떨어지고 있다.
로마의 웅장하고 기교넘치는 분수대가 있는가 하면
마울브론엔 오줌줄기 만한 아주 소박한 골목 샘물이 흐른다

린덴바움, 즉 '성문 앞 우물 .... '...
이렇게 시작되는 슈베르트 노랫속의 그 보리수 같은데
그 아래 양 한마리가 쉬고 있다.
나무로 빚은 아주 순한 양이다.

말이 쉬던 마굿간을 차고로 사용하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지는 햇살이어선지 사진 상태가 좀 그렇다.
찍사 실력이 모자란다는 말 ㅋㅋ



헤세 모자 위에 붉은 윗도리를 얹으신 할아버지 댁이다.
할머니께서 어찌나 아기자기하게 집앞 화단을 꾸미셨던지
요목조목 구경을 하며 거의 한시간 동안 대화를 했다.

이 사진은 할머니가 잘 가 꾸신 장미제라늄이다.
예쁘다 해드리니,
가지 하나를 뚝 꺾어 주셨다.
지금 아주 예쁘게 뿌리를 내리는 중인데
기회가 되면 자랑해야지.

왼쪽 얼굴 보여주시는 분이 할아버지,
위의 글귀는 이 지방 사투리로 ... 그러니까 뭐랄까
여기앉는 사람은 언제나 여기 앉는다.... 는 뜻.
할머님이 이 구절 해석하시는 걸 따로 비디오를 찍었는데
다음 기회에....

첫 만남에 친구가 된 할머니, 왼쪽분이시다.
사진의 두 분은 친 자매이신데
쌍둥이집의 한쪽집( Doppelhaushälfte)에 나란히 나눠서 살고 계신단다.
이날 나는 두분 할머님들의 할아버님과도 인사하고
주시는 커피도 마시고 제라늄 가지도 얻고 또
언제든 다시 와서 그분들께 며칠 지내도 좋다는 초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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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그 두상이었군요.
답글
반가운 느낌이었습니다.
'이게 누구더라? 무슨 수염이라고 이름도 있었는데...' 그걸 풍자한 두상이 웃겼습니다.
헤세네 동네여서 그런지 정겨움이 피어오르는 곳 같았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가 두 군데, 기대가 되었습니다. -
답글
TV에서 여행가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순박하게 살면 살수록
전혀 낯선,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서도 밥을 나누어 주고
하룻밤 자고 떠나 갈 때는 손님도 주인도 눈물 바람인 것을 보면서
그래 사람들은 하늘에서 받은 맘으로 살아가는 것이구나.
도시 문화적으로 앞 선 선진국 도시에 살면서도,
낯 선 손님, 동양 사람인,
커피도, 꽃이 이쁘다 한다고 한 줄기 꺾어 주시고,
언제든 다시 와서 몇일 지나다 가도 좋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듣고 오셨다니
그 이야기 자체가 문학작품 속의 이야기 같습니다.-
숲지기2021.09.29 12:08
저도 그 점이 참 신기합니다.
단 한번도 저는 낯선이에게 자고 가라 한 적이 없으니까요.
여행을 많이 하는 직업때문에
어릴 때부터 여행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일 때문에 돌아다닐 땐 제 집의 침대에서 뒹구는 걸 너무나 그리워했으니까요.
텃세가 비교적 없는 흑림사람들입니다.
우리식으로 보면 그들 마음은 이곳을 흐르는 개울물처럼 순수하고요.
이쁜준서님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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