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일기/텃밭이야기
어두울 즈음 가을밭엔
숲 지기
2022. 10. 21. 00:04
이 사진이 앞 글 끝부분.
사방이 어두워지는 중에 오두막에 켜 놓은 불빛은
홀로 떠오르는 밝음이 되었다.
오두막의 창 같은 저 유리면은 한때 독일에서 매우 유행한 유리벽돌(벽돌처럼 견고하되 햇볏은 통과시키는),
내가 고른 자재는 아니고
저 오두막을 지었다는 H할아버지의 의기양양한 설명을 오래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빠득빠득 버티며 외가지를 딛고 선 내 자존감에서처럼
청포도 넝쿨에도 가을이 왔구나.
말라 쪼그라 드는 야생 포도를 씨앗째 먹는데, 검은 물체가 하늘로 푸드득 날았다
허기진 저녁새의 밥상을 내가 어지렵히고 있었구나.
그런가 하면 후미진 발밑에도 긴장한 한 덩이 큰 밤송이,
나 때문에 놀라 가던 걸음 멈춘 고슴도치다.
"나 절대로 도치 아니야!"라고 말 하듯 웅크린 녀석.
오른 쪽으로 어둡게 더 돌아선 곳
아래 사진엔 오른쪽 아래 검은 부분이 고슴도치지만
아는 척 하면 안 된다.
오늘도 밭으로부터 바구니 가득 선물을 얻었고
불과 몇 초 후였지만
어둠은 짙어지고 오두막의 불빛은 더 선홍색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