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두씨와 수녀님
어깨선이 고운 한국인 J씨의 남친 이름은 귀도(Guido)씨,
한국에서 독일로 잠시 방문차 오신 수녀님께서
그만 '귀두'라고 불러버리셨단다.
독일어에 깜깜이신 수녀님이 귀두라 하시는 거나
한국어에 깜깜인 귀도씨가 으례히 제 이름으로 여기는 데까지는 상상이 간다.
문제는 J씨, 마치 남친이 가진 일부를 호명하는 듯 들려서
고민고민 하다가
"귀도인데요 수녀님,-....."라고 몇 번 교정을 해 드렸다 하였다.
수녀님께는 생소할 수도 있는 단어라는 걸 이해한다면서.
용무를 보고 우리나라로 귀국을 한지 두어달 되신 수녀님은
가끔 묻는 한결 같은 안부에
"그래 귀두는 잘 지내니?" 라고 하신단다.
여차하면 한국의 사위가 될 지도 모를 귀하신 귀도씨와
나와는 동갑이시지만, 수도자의 고매한 인격을 두루 지니신 수녀님의 일화를
굳이 블로그에 쓰고 있다.
수녀님이나 귀도씨에겐 알고 있다는 내색 조차도 못하면서.
참 응큼하다 나도.
J씨와 수녀님 귀도씨,
갑자기 보고싶네.
국수먹고 배탈이 단단히 난 이 야밤에.
오크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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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씨, 인상적인 이름이에요.
답글
제겐 이태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의
멋진 아빠로 기억에 담겨진 이름이라우.^^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그같아야 한다고 늘 추천하지요.
귀두는 몰라서 구글링해 보았어요.ㅎ
그런데 인삼뿌리의 머리 부분도 그렇게 부르던데...
인삼 머리로만 알고 있었네요. 입때껏.ㅋ -
'귀도'나 '귀두'나 그게 그거 같은데요?
답글
'귀두 씨'. 어감도 괜찮은 것 같고요.
다만 본인이 알면 좀 황당하긴 하겠고요.
어쨌거나 한 편의 소설 같고 시 같습니다.
참 좋은 얘기여서 이 얘기가 실린 이 블로그가 부럽습니다.
수녀님도 보고 싶고요.-
숲지기2019.09.10 16:49
하하 그쵸 ㅎㅎ
그럴 성질이 아님에도 선뜻 발음을 하기가 그렇습니다.
귀도씨를 보면 자꾸만 이 일화가 떠오르는데
뭐라 설명하기도 궁하고 해서
그냥 실실 속으로 웃고 맙니다요.
수녀님은 귀국하셔서 한국에 계십니다.
순수하시고 온화하시고요,
사전에 써 있는 '수도자'의 뜻에 가까운 모습을 하신 분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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