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서랍/Y, 입실론 이야기
때가 되어 깊어지는 이 가을에
숲 지기
2019. 10. 16. 07:11
왔다가,
제 속도로 떠나는 모습을
이 가을에 본다.
차가운 밤을 여러 날 겪었던지
다친 무릎을 연거퍼 다치는 너에게
말 재주가 없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였다.
대신, 이미 말라버린 너의 가슴을 열고
슬픔의 종균 같은
씨앗을 거두었다.
지구의 가슴에 홈을 낸 어느 슬픈 날에
네가 맡긴 낱알을 묻겠지.
사실은 슬픔이 주렁주렁 열려 그렇게나 붉고 상큼했던 것을,
그걸 많은 계절을 통해 따먹었음에도
말 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너에게는 침묵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아무 말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 농부가 된다는 것은
오고 가는 수 많은 생명들을 어루만져 주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