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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본문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 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 삶은 꿈이다.
......................
꿈에서 깬 뒤 안도의 한숨을 쉴 때가 있다, 꿈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나 하고.
세상살이가 꿈이라면 몇 십년 줄기차게 꾸는 중이 이 꿈도 언젠가는 깰텐데,
그 때에도 깨어나길 잘 했다 할까.
어둠은 언제나 너무 빨리 왔고
일이 있어 북부독일에 갔다가 귀가하는 내내 달빛 호위를 받았다.
자정이 지나 차량이 급격히 줄어든 아우토반에서
꿈틀꿈틀 꿈 꾸는 중이라는 걸 달빛이 확인시켜 주었고,
돌아와 노트북 자판을 누르는 지금은 아예 잠옷으로 갈아 입었다.
-
"꿈틀꿈틀 꿈꾸는 중............."
답글
들어와서 앉아 있으면 그런 느낌일 때가 있는데
아득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합니다.
하기야 살아가고 살아온 것이 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긴 합니다.
이성복 시인은 자판기 커피 얘기를 한 것이지만
정말 그런 것이
살다가 여기 와서 앉아 생각하니까
웬만한 건 거의 다~ 자판기 커피였습니다.-
이름?...............
믹스커피, 다방커피, 자판기커피 음........
다방커피는 대륙다방, 팔팔다방, 고향다방, 전원다방, 역전다방, 아리랑다방, 서울다방...... 다방마다 맛이 다를 것이고요.
둥글레차와 섞은 커피는 마셔보진 못했지만 당장 '아, 그렇겠네!' 싶습니다.
시(시인)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가 봅니다.
연전에 어떤 월간지에서 이성복 시인의 평론을 읽는데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서 이외로 잘난 척하는 시인을 봤는데(마치 자신은 이제 다 익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한 시인 혹은 나이가 들어서 신선이 되었으므로 어떤 시를 써도, 어떤 짓을 해도 다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한 시인) 돌연 그와 그의 시가 역겨워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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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esther2021.10.08 17:34 신고
이성복 시인 좋아하거든요.
답글
대학때 친구랑 새로 발견한 시를 적어서 나누곤 했었는데
그때 친구에게서 이 시인의 시를 참신하게 읽었더랬죠.
덕분에 생각나고...그립네요.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노래도 흥얼거리게 됩니다^^ -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답글
잠자는 시간 외에도 꿈꾸듯 사는 순간도 많으니
우리는 오히려 꿈 속에서 더 많이 산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꿈 꾸며 살아야겠습니다.-
숲지기2021.11.01 18:40
밤 운전을 오래 한 날은
귀가해서도 그 여운때문에 불면을 겪습니다.
깜깜한 도로를 달리는 게
마치 꿈속처럼 느껴질 떄가 있습니다.
꿈과 현실이 모호할 때, 라고 하시는 말씀이
특히 잘 이해됩니다.
그렇죠, 좋은 꿈을 꾸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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