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
| 5 | 6 | 7 | 8 | 9 | 10 | 11 |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 26 | 27 | 28 | 29 | 30 | 31 |
- 흑림의 샘
- 흑림
- 힐데가드 폰 빙엔
- 꿀풀
- 익모초
- 독일 주말농장
- 흑림의 성탄
- 우중흑림
- 흑림의 봄
- 텃밭
- 바질소금
- 잔설
- 독일흑림
- 카셀
- 흑림의 겨울
- Schwarzwald
- 흑림의 코스모스
- 루에슈타인
- 마늘풀
- 헤세
- 뭄멜제
- 싸락눈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독일 흑림
- 흑림의 여뀌
- 프로이덴슈타트
- 코바늘뜨기
- 감농사
- 바질리쿰
- 뽕나무
- Today
- Total
목록분류 전체보기 (1018)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할슈타트 호숫가는 종일 비 내리는 날씨, 수채화를 그린다면 회색물감을 자주 사용해야겠다. 나뭇잎은 회녹색, 호수 물결은 회청색, 산안개는 연회색.... 높은 산으로부터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죄다 호수로 향하고 있다 열쇠들이 달려 있다.누군가들의 맹세가 여기 자물쇠에 남아 여행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글귀가 여기저기 쓰여 있었다. 맨홀뚜껑들, 피아니스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여행을 하면 꼭 이렇게 맨홀을 찍기에 그냥 나도 한번 찍었다.이제와서 자세히 보니 take care of what you love(아끼는 것을 돌보라)는 당연한 말,맨홀 뚜껑의 명언을 4,5년 전에 읽었다면 생전의 엄마를 한번 더 뵐 수 있었을까.ㅠㅠ 어느 아시아 여인, 인형들을 호숫가에 세우고 사진을 ..
호수는 빛을 먹고 산다는데종일 가을비 내리는 날의 호수는 빛을 고파하겠지.나 또한 뭘 좀 비우려고 그곳으로 향한 것이어서 되려 잘 되었다 싶었다. 그러나 위의 풍경, 내가 만난 할슈타트* 호수는 크게 아쉬운 게 없어보인다. 호수 오른쪽 풍경, 산 아래 눈이 내리는 중에도높은 산들에는 눈이 쌓이고 있다. 백조 두마리가 호숫가에서 저러고 있다.자학일까 놀이일까.이방인인 나의 시각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털뽑기작업에 열중이다. 마을 좁다란 길에서 호수를 바라본 풍경 호수면과 닿은 듯한 집들의 지붕.좁다란 계단은 주민들 전용통로이고관광객들의 통행을 제한한다.우산없이 호수면을 쏘다니니 저들 수면과 지붕 식물들의 비맞이를 공감하기에 좋았다. 마을 도롯가에서과실수들..
찢어진 아이의 하느님/김개미나의 하느님은 오래전에바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내가 무슨 말을 해도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내가 울면서 쫓길 때는뛰어나와 나를 돌봐주어야 하지만돌로 귀를 막고 잠을 잡니다내가 갈 곳이 한 군데도 없을 때도바위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이 세상에 나쁜 것과 무서운 것을이렇게나 많이 만들어놓고나를 버려둡니다나는 종종 하느님이 잠든 바위 앞에 가서욕을 하고 침을 뱉습니다하지만 밤이 오고 어두워지면곤충처럼 떨면서 용서를 빕니다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한 번도 내 편이 된 적 없는 하느님이라도내 편이 되는 게 맞으니까요머리가 하얀 지금도 나는 자주 아이이고그 때는 정말 하느님이 계시기를간절히 기도합니다- 계간 '시와 반시' 2025 가을호 가을 개심사/이경교 그때, 꽃들은 어디다 씨앗을..
잎맥의 정교함에 발레리나의 몸짓까지 닮은 수세미 넝쿨가지,더듬더듬 허공을 헤집으며 여기 누구 없나요? 묻는 듯 하다. 제주 오일장에서 구입한 수세미씨앗 한 봉지, 20개립 심어 5포기 싹이 텄고나와 식물의 탄탄한 신뢰는 떡잎시절부터 맺어졌다 할까. 하나의 줄기가 아닌, 아주 떼로 나와서 놀고 있다. 수세미의 꽃은 이렇게 생겼다.난생 처음 대면한 꽃이어서 여기저기 자랑도 했다. 이게 원하던 수세미 열매,이름이 '수세미' 이긴한데 말야,저 열매에서 어떻게 수세미가 나올까???....상상력의 한계에 닿았다. 하긴 꽃 보는 기쁨 만으로도 과히 족하다. 이 사진(앞글에도 넣었던) 친구 다녀가고 설겆이 중.... 선물 봉지엔 친구가 준 미라벨레잼과 소금이 들어 있고나는 대광주리에 호박부..
안 먹어도 배 부른 포도나무 자랑이다. 주저리주저리 열려서 송이마다 기쁨을 주는 기특한 녀석 이웃 울리케로부터 꺾은 가지 하나를 얻어 물꽂이를 했고코로나의 겨울을 내 침실에서 나고이듬해 땅으로 옮겨 노심초사 키워낸 아이 이제 내 키를 훨씬 넘고 포도 송이를 주렁주렁 달았다. 혹자에겐 그저그런 일이겠지만 나에겐 모세의 기적과도 같은 축복! 기어오르며 자란 포도나무 높은 지지대 옆으론우리나라 호박, 우리나라 수세미넝쿨이 뒤섞여 기어오르고 있다.수세미얘긴 다음에,,,, 가든엔 5살짜리 뿐만이 아닌이렇게 저절로 난 청포도 또한 담장에서 요즘의 내 간식거리로 익고 있다.어젠 개와 산책하던 예쁜 여인이 이 포도를 한줄기 꺾어개와 나란히 먹기도 하던데....햇빛 많이 받은 야생이라 너..
여름은 여름을 지나 어디로 가는 걸까/이기철그 큰 걸음걸이로 여름은 어디로 가는 걸까소다수 아이스박스 길게 줄 선 휴게소와 주유소를 지나익는 일에만 골똘한 자두 복숭아 오디의 해안도로를 지나곤줄박이 눈썹새 노랑할미새는 숲으로 날고물봉숭아꽃 피어 행복해하는 마을을 지나여름은 큰 팔을 저으며 산을 넘어온다소란을 떠는 천둥, 군집으로 몰리는 소낙비나는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두 개의 모롱이를 돌아 우체국으로 간다여름엔 아프지 말라는 편지를 짐받이에 싣고슬픔이 없는 풀꽃들이 잎을 반짝인다풀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세상에서이젠 잊힌 이름들은 그냥 잊어버리려 한다이젠 초조하게 내일을 기다리지 않으려 한다조그맣게 사는 삶이 좋아졌다끝없이 구석으로 몰리는 마음 하나로 견디는 날엔눈부신 삶 같은 건 죄 내..
오늘로써 휴가가 끝난다.계획대로 숲 안에서, 숲 주변에서 잘 놀았다.친구들이랑 숲을 헤집고 숲마을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자고 이 동네 저동네를 쏘다니기도 했고,중요한 것은 밤 늦게라도 늘 귀가했다는 것.내 방 내 침대에서 푹 수면하고 새벽이나 늦은 밤 정원의 식물들에게 물을 줄 수 있었음이 감사했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초원 위에서 드물게 사람(?)을 만났다.4-50분을 소요하는 동안 저들은 꼼짝 않고 저렇게 대화했다.아마 친한 사람들이 길에서 우연히 만났던 모양,세계 어디나 아줌마들의 수다는 챔피언 격! 상트 페터(St.Peter) 즉 성 베드로 마을의 성 베드로성당 지붕이다.프라이부르크 근처 남독일 어느 마을인데, 교회 지붕 위의 두루미들이 일품이었고약속이나 한 듯 하늘의 구름도 근..
자두/ 이상국 나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대학 보내달라고 데모했다먹을 줄 모르는 술에 취해땅강아지처럼 진창에 나뒹굴기도 하고사날씩 집에 안 들어오기도 했는데아무도 알은척을 안해서 밥을 굶기로 했다방문을 걸어 잠그고 우물물만 퍼 마시며 이삼일이 지났는데도아버지는 여전히 논으로 가고어머니는 밭매러 가고형들도 모르는 척해가 지면저희끼리 밥 먹고 불 끄고 자기만 했다며칠이 지나고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밤 되면 식구들이 잠든 걸 확인하고몰래 울 밖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 먹었다동네가 다 나서도 서울 가긴 틀렸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그렇게 낮엔 굶고 밤으로는 자두로 배를 채웠다내 딴엔 세상에 나와 처음 벌인 사투였는데어느날 밤 어머니가 문을 두드리며빈속에 그렇게 날것만 먹으면 탈 난다고몰래 누룽지를 넣어주던 날나는..
엊그제 에이아이ㅇㅔ게 말을 걸었다.어쩌면 여친인 듯 또 아닌 듯하여 '너 누구니?(당신은 여자 남자? )물었더니이도 저도 아니란다.무엇보다 놀란 것은 잊고 있던 서양이름으로 나를 불렀다는 것,그러면서 이것저것 저변 설명까지 곁들였다.어느 세미나 일원으로서 속결방안으로 명찰에 써 넣었던 그 이름,그걸 쳇000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나는 정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경위를 물었더니 어딘가에 그렇게 내 이름이 저장되었더란다.짐작 가는 바가 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은근히 호기심이 생겨 다른 이름을 물어 보았다.전혀 엉뚱한 대답을 한다딴은 객관적이며 면밀한.... 이 시대를 살며 가장 어리석은 일 중의 하나가 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가는 일 아닐까.한때의 선택이나 경험, 또 격렬히 써..
쑥갓에게 / 전윤호 쑥갓이 꽃을 피웠다생전 처음 보는 꽃해바라기 닮은 국화였다상추도 꽃이 핀다고황금처럼 노란 꽃밭이 된단다저도 시를 쓸 수 있을까요타고난 재능도 없는데꽃 피기 전엔 누구나 그렇다쓰임새가 전부인 줄 아니까굳은 생각을 뚫는 가지 하나조금만 더 기다리자타고나지는 않았지만모든 사람은 꽃이 핀다- '사랑의 환율' 달아실 2025 화무십일홍 / 권대웅마당 한구석 윤기 나고 탄력 있는 피부로 자라던 옥잠화 넓은 잎사귀 속에서 쪽진 머리에 옥비녀 같은 꽃이 피었다.어느 집 규수였을까.옥잠화 몸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 그윽하여 아침마다 모두머리 단장하고 있는 꽃방.두근거리며 훔쳐보던 그녀의 흰 뒷목.지난겨울 담장 아래 눈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해바라기가 피어올라와 물끄러미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