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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저기 동백이 오고 있다/정일근 얼음이 꽝꽝 어는 정월 추위 속에 온다방울토마토 크기만 한 동백 꽃송이빨간 입술 감싸듯 내밀며 온다그 속에 대여섯 장의 꽃잎으로 온다흰색 수술 노란 꽃밥 감추며 은근슬쩍 온다엄동에 활짝 피어나겨울 동冬을 이겨 꽃이 되기 위해 온다그러다 소문이 사실인 듯 활짝 피어날 것이니위대한 겨울의 꽃, 동백이 오고 있다저기 화려하게 지기 위해 동백이 온다. 새옷 입고 / 문정희새해에는 새옷 하나지어 입을까보다하늘에서 목욕 나온 선녀들처럼헌옷은 훌훌 벗어버리고가쁜한 알몸 위에새옷 하나 갈아입을까보다내가 사는 숲속에는 가시가 많아그 가시에 찢기워 상처 많은 옷흔해빠진 고독이제는 훌훌 벗어버리고새해에는새옷 입고 새로 사랑할까보다가만히 있어도하늘이 가득 차오르는우물 같은 사람 ..
느릿느릿 커피를 내리고차갑고 영롱하게 빛나는 아침 고목의 가지들을 바라 본다.밤동안 고목 가지들에 찬 서리가 달라붙었고, 그 서리를 겨울볕이 내리쬐고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 성탄,무엇보다 푹 잤다, 깨우는 알람없이.며칠 전부터 자잘한 선물들이 여러 통로로 당도했지만'푹 잘 수 있음'이 최고의 선물. 뭐 그래도 새벽 5시에 습관적으로 깨어났고 주섬주섬 새벽요가를 해야지 그랬는데,아 오늘 성탄절이지, 그러고 이불에 얼굴을 다시 묻었었다.은총이란 이런 것! 기쁜 그리스마스!
금요일 저녁 7시쯤 작센안할트주의 주도 막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차량 한 대가 군중 속으로 돌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질주한 거리가 약 400미터라고.이 사고로 4명의 성인과 1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200명의 부상자가 나왔는데 그 중 41명이 중상이다고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는 크리스마켓 질주 후 차로로 빠지려 했지만 교통 체증으로 인해 더 나아가지 못하고뒤따른 경찰에 저지당했다.경찰이 즉시 체포한 용의자 탈렙 A (Taleb Al-Abdulmohsen)는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50세 남성영주권자로서 정신과의사.중독범죄자들과 일한 적이 있는 그는 사우디에서 정신적 박해를 받은 것이 인정되어 망명허가를 받은 바 있다. 사우디 안보당국에 따르면 사우디는 독일정부에 탈렙 A.에 대해 경고함..
한 해의 얼마간은 이렇게 등불 켜놓은 기분으로 지낸다이름하야 성탄주간이다. 독일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별 일 없으면 한번이라도 가야지 생각하지만어떻게 늘 별 일이 있다. 며칠 전 멀쩡했던 컴퓨터 안경대 즉 귀걸이가 부러지는 바람에 안경점이 시내에 있는 바람에 그 근처 크리스마스 마켓을 잠시 쏘다녔다. 별난 수제 비눗가게 남매인 듯한 아이들이 비누를 고르고 있다.제품설명도 읽고, 냄새도 맡고....제법이다 ㅎㅎ 요요 꼬마는 아까부터 내 앞길에 서 있네.ㅎㅎ사진 찍을 땐 몰랐다. 성탄시장의 명물 회전목마. 회전판에는 목마 대신 자동차가 보이네,시대의 변화를 따른 듯 하다. 한 중년 남자의 룩삭이 재밌다, 매달린 곰이 도대체 몇 마리야? 맨땅..
Menschen schauen auf einen Fernsehbildschirm, der die im Fernsehen übertragene Ansprache des südkoreanischen Präsidenten Yoon Suk Yeol an einem Busbahnhof zeigt. Ein zweiter Amtsenthebungsantrag gegen Yoon hat die benötigte Zweidrittelmehrheit in der Nationalversammlung erreicht. (Archivbild)© Lee Jin-man/AP/dpa Südkoreas Parlament hat für ein Amtsenthebungsverfahren gegen Präsident Yoon Suk Yeo..
한나 아렌트의 저 유명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나날들이다.이 좋은 성탄 2번째 촛불을 켜는 날에 악의 평범성이라니. 이 단어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유명한 저서에 등장하였다. 독일 히틀러의 나치 정권 친위대 지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은정권이 바뀐 뒤에도 신분세탁을 하여 아르헨티나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이스라엘 비밀 체포단이 극적으로 예루살렘으로 데려와 법정세웠다.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 세기적 법정을 지켜보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는데,그 속에 '악의 평범성'을 피력했다.옆집 아저씨처럼 친숙하고 너무나 평범했던 직장인이 제 자리에서 할 일을 했을 뿐인데,결과적으로 반 인류적인 패륜을 저질렀다는 것. 요 며칠 들리는 얘기로는,우..
우리나라가 며칠째 요동치고 있다.외신들 1면 톱으로 우리의 비상계엄을 다룰 때, 이것이 실재 상황이라고 믿고 싶었던 우리나라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을까. 입법자들의 의중을 모아이제 곧 윤석렬 대통령 탄핵투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그 실황을 보고 듣는 것에 감각을 집중하고 있다.그 결과가 어찌하든 얼마간의 험난한 파장은 피할 수 없겠지만제발 현명한 선택을 해주기를. 독일은 이제 날이 밝았다.깜깜한 새벽시간부터 탄핵투표를 지켜보고 있다.먼 나라 숲속 그저 한 생명체일 뿐이지만마치 산소호흡기와 심장 마사지기를 손에 들고 며칠 째 아픈 환자를 주시하듯 새벽에서 아침을 맞았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기차역에서 울어본 적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영원을 붙잡았던 적 사랑의 불가능/고영민 나무는 잎을 지웠다이제 새를 모을 방법이란 무엇일까시효가 있는 걸까사람에게도 불이 붙지 않는 재와 같이물 위로 떨어지는 눈송이 같이 일생을 다하고 폭발하는 별과 같이울지 않는 새와 같이새가 없는 하늘같이 나의 날은 베..
우체국을 지나며 / 문무학살아가며 꼭 한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 궁금하고써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길 건너 빌딩 앞 플라타너스 이파리는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 묵은 엽서 한 장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거린다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공정한시인의사회', 2024년 9월호 서귀포 소녀/김륭 비는 계속된다그대로 두면 또 울 것 같아 이런 말을 하는 소녀..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그러니까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그 윤곽의 사이사이,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어리고지워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