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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텃밭이야기 (69)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가을비가 오다마다 하는 날에 넉넉히 볕 보고 자란 것들을 펼쳐 놓았다. 어떤 것들은 보는 마음부터 맵고 또 어떤 것들은 볼수록 마음이 환해진다. 울퉁불퉁 못났을 지언정 내 눈엔 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올들어 3번째 말리고 있는 메주가 그것, 2번 걸쳐 만든 된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서둘러 콩 1kg 메주를 쒔었다. 올해의 메리골드 꽃차, 쇠솥에 여러 번 데웠던 작년의 방법 말고 올핸 아래 사진처럼 오븐에 한꺼번에 넣어 쪄냈고 위의 사진처럼 말리는 중이다. 메리골드꽃들, 제량껏 볕 보고 자랐었다. 글 올리는 중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꽃차 우려 놓고 내 마음대로의 가을마당을 감상 중이다.
폭삭, 이렇게 늙었다 나보다 먼저.... 뿌린 씨앗대로 춘삼월에 싹을 보고 볕을 골라 쬐였더니 오월에 아이 발바닥 만한 잎을 달았지. 일이 많다 싶은 나날에 아차~! 시기를 놓치고 보니 6월 중순, 비실비실 키만 컸던 영양실조 애들을, 딱히 모종이랄 것도 없이 땅에 꽂아만 놨었잖아. 지들끼린 그래도 살아남자고 단합이라도 했었는지 기적처럼 , 단 한포기 낙오없이 다 살았었다. 박수!!! 이럴 때 박수치라고 손바닥이 두개 씩 있지 않겠어? 환한 가을볕을 깨꽃 사이로 걸러서 보면 더 환하다. 생명 있는 것들이 꽃을 보이는 것은 그 한 생에게 끝이 오고 있다는 것. 고추포기 옆, 나직나직 검붉은 망골드 옆 들깨꽃이 피고 있다. 그냥 이렇게만 써도 저들의 생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나는 안다. 토마토는 붉어지려고 ..
힘이 부쳐 자를 수 없었던 잡목, 단풍나무 아래 우리나라 호박을 모종했다. 그냥 땅에 심은 게 아니고, 호박뿌리만 골라 갉아먹는 이웃들(들쥐? ) 성화에 화분째로 땅에 심었었다. 물론 그 사이 민달팽이의 습격이 두어차례 있었고 뙤약볕에서 물부족으로 잎이 늘어진 적이 두어 번 있었지만 이젠 늠름하다 할 만큼 잎 성성하다. 상자텃밭을 만들고 욕심껏 이것저것 심었더니 밀도 높아짐을 직감한 농작물은 재주껏 상자 밖 탈출을 모색하였다. 넝쿨 뻗으며 자라는 오이와 호박이 그 대표격, 쥐도새도 모르게 은근 슬쩍 빠져서 상자 난간을 넘었기에 옆에 빈 나뭇가지로 올려 주었다. 아, 순서가 바꼈네. 상자 밭을 빈 나뭇가지 옆에 만든 게 그 이유였지 참. 오이 두어 포기 바짝 그 아래 심은 것도 다 이렇게 넝쿨 올리려는 계..
늦은 오후,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햇살을 즐기자고 퇴근 후 가든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사, 예보에도 없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꽃들에게 농작물에게 물 주러 왔다가 내 머리 위에도 사정없이 물이 뿌려지는 중. 한쭉에 햇볕이 쬐는 중인데, 거의 장난처럼 굵은 몇 방울 물 뿌리면서 시작한 소나기,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다시 환해지기를 반복하네. 골머리 아픈 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때문인지 오는 비 맞는 일이 경쾌하다. 같이 비 맞는 중인 방울토마토와 깻잎과 꽃들도 나 만큼 기분이 좋아보여! 아주 잠깐이었지 싶은데,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동쪽 하늘 귀퉁이에 문득 이런 게 생겨났다. 왼쪽으로 연결된 쪽의 무지개. 해가 지고 있는데 떠 있는 저 멋진 것을 어쩌누..... 이제 어두워질 일만 남은 이곳, 무서워지기 ..
가는 날이 장날이듯 연중 가장 더운 섭씨 37도에 육박한다는 날 가든으로 친구들을 초대했었다. 오후 5시로 시간 예정을 하였지만 모임 임박하여 일일이 연락해서 한 시간 늦춘 6시 즈음 오라고 했다. 여름 사우나를 방불케한 날씨는 그러나 6시에도 7시에도 변함이 없었다. 초대한 다섯 중 한사람이 채식주의자였고 그 누구보다 그를 존중한 식단을 짰다. 다행히 비건이 아닌 베치테리언이어서 치즈는 먹는다니 야채 이것저것과 몇 종류 치즈요리를 준비했다. 특히 위의 치즈 그릴 꼬치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꽤 괜찮았는데 얇게 썬 쭈키니호박을 주사위 만하게 썬 페타치즈에 돌돌 말아아준 뒤 비슷한 크기로 썬 양파, 작은토마토를 교차하여 꼬챙이에 끼우고 그릴에 구웠다. 길고 얄팍하게 썬 쭈키니호박과 버섯은 그냥 그릴에 올려 구..
부활절부터 오순절까지 심심찮게 주어진 공휴일 덕분에 텃밭 모양이 아주 조금씩 갖춰간다. 물론 여전히 잔디는 고르지 않고 잡초 역시 어느 곳에나 무성해서 이웃과의 경계 부분엔 특히 신경이 쓰인다. 약초전문인 친구 우어술라로부터 받은 것인데 놀랍게도 어느 날 이런 꽃이 피었다. 향이 어찌나 좋은지 근처에만 가도 향수 냄새가 솔솔 난다. 우어술라에게 물어보고 이름표를 달아줘야 겠다. 올핸 나도 상자밭을 시도해 보았다. 적어도 3단을 쌓더라만,나는 2단까지만 흙을 채웠다. 흙을 옮기고 상자에 붓는 일이 좀 힘들어야지.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 까만 비밀봉지에 여전히 여분의 흙이 담겼고 이로써 상자밭 2개를 더 만들 생각이지만 올해 내로 실현이 될지는 미지수. 아이들이 해놓은 흙장난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나의 상차텃밭..
10월이 깊어 가고 있다. 안개 끼고 찬바람 쌩쌩했던 예년의 10월을 까맣게 잊고 지내는 요즘이다. 겨울 난방비가 비싸질 거라는 걱정을 알아듣고 누군가 도와주기라도 하는 듯 이번 10월은 포근하고 요 며칠은 여름이 되돌아 온 듯 25도를 웃돌았다. 손 가는대로 이것저것 따서 말리는데 꽃차 만드는 방법을 배운 후론 광주리에 담아 말리는 종류가 더 다양해 졌다. 덖음 후 건조기에서 하룻밤 말리고 다시 저렇게 오른쪽 아래 위 광주리에서 햇볕 쬐기를 하는 게 메리골드 꽃차이다. 위엔 오랜지색 꽃이고 아래는 검붉은 메리골드꽃들, 장미도 가장 예쁠 시기에 따서 밀리는 중이다. 건조기에 넣어 말렸더니 색상과 형태보존에 있어 양호하다. 섞음꽃차를 만들며 장미 몇잎씩 고명으로 넣을 예정이고 첫눈 내리는 추운 날 붉은 한..
이 사진이 앞 글 끝부분. 사방이 어두워지는 중에 오두막에 켜 놓은 불빛은 홀로 떠오르는 밝음이 되었다. 오두막의 창 같은 저 유리면은 한때 독일에서 매우 유행한 유리벽돌(벽돌처럼 견고하되 햇볏은 통과시키는), 내가 고른 자재는 아니고 저 오두막을 지었다는 H할아버지의 의기양양한 설명을 오래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빠득빠득 버티며 외가지를 딛고 선 내 자존감에서처럼 청포도 넝쿨에도 가을이 왔구나. 말라 쪼그라 드는 야생 포도를 씨앗째 먹는데, 검은 물체가 하늘로 푸드득 날았다 허기진 저녁새의 밥상을 내가 어지렵히고 있었구나. 그런가 하면 후미진 발밑에도 긴장한 한 덩이 큰 밤송이, 나 때문에 놀라 가던 걸음 멈춘 고슴도치다. "나 절대로 도치 아니야!"라고 말 하듯 웅크린 녀석. 오른 쪽으로 어둡게 더 ..
버찌 만한 총각무들. 가뭄에서 시작하여 가뭄으로 끝을 낸 지난 여름이 제 딴엔 버거웠다는 다른 표현이다. 그래도 동글동글 살아준 게 어딘가. 밭에 와서야 위로를 얻던 부족한 주인 때문에 네 잎에 구멍이 이리도 많아졌다니. 얼룩무늬토마토 해가 짧아지니 벌써 몇 주째 더는 익지 못하고 있다. 쉼 없이 수확했던 바질, 바질리쿰. 저 보랏빛 순을 잘라 소금과 함께 절구에 찧어 펴말리고 그것을 다시 절구에 찧으면 너무나 괜찮은 바질소금이 된다. 몇 포기는 화분으로 옮겨 오는 겨울을 집에서 나게 해야지. 노쇠한 들깻잎. 때가 되어 꽃을 보이고 또 그 속에 들깨까지 영그는 중대사를 치르느라 급격히 늙었다. 도무지 붉어지지 않는 고추들, 미쳤나봐! 사실은 붉은 고추 몇 개가 숨었다. 잔디 가장자리에 호박줄기가 있다. ..
사과나무 가지들, 이틀 전에 잘랐던 것인데 게을게을 하다가 해 질녘에서야 초록 컨테이너로 갖다 버리는 중. 여전히 버릴 게 너무 많은 텃밭 열렸던 사과가 거의 다 떨어진 뒤인 이틀 전에 손 가는대로 전지를 해놨었다. 보살핀 흔적이 없음에도 가지가 비좁도록 사과가 열리는 게 감사할 뿐 . 슙카레(앞바퀴가 하나에 양쪽 손잡이가 뒷편에 있는 운반기기)에 전지한 가지를 싣고 텃밭 입구 문을 나서서 초록 컨테이너로 가는 중. 왼쪽 팻말은 내 밭 거리의 이름인데 타게테스(지금 내 마당에 한창 피어 있는 황색?? 이름 모름)길이다. 여기가 골고다 언덕, 짧지만 비탈져서 저 운반기기를 밀며 오르자면 진땀이 난다. 저 길을 오르며 아, 어느 구세주도 이런 심경에 이런 걸음을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