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바질리쿰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독일 흑림
- 흑림의 코스모스
- 뭄멜제
- 힐데가드 폰 빙엔
- 흑림의 샘
- Schwarzwald
- 텃밭
- 흑림의 겨울
- 바질소금
- 싸락눈
- 마늘풀
- 감농사
- 우중흑림
- 익모초
- 헤세
- 잔설
- 흑림
- 독일흑림
- 뽕나무
- 프로이덴슈타트
- 꿀풀
- 카셀
- 독일 주말농장
- 루에슈타인
- 흑림의 봄
- 흑림의 성탄
- 코바늘뜨기
- 흑림의 여뀌
- Today
- Total
목록촌부일기/텃밭이야기 (70)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사과나무 가지들, 이틀 전에 잘랐던 것인데 게을게을 하다가 해 질녘에서야 초록 컨테이너로 갖다 버리는 중. 여전히 버릴 게 너무 많은 텃밭 열렸던 사과가 거의 다 떨어진 뒤인 이틀 전에 손 가는대로 전지를 해놨었다. 보살핀 흔적이 없음에도 가지가 비좁도록 사과가 열리는 게 감사할 뿐 . 슙카레(앞바퀴가 하나에 양쪽 손잡이가 뒷편에 있는 운반기기)에 전지한 가지를 싣고 텃밭 입구 문을 나서서 초록 컨테이너로 가는 중. 왼쪽 팻말은 내 밭 거리의 이름인데 타게테스(지금 내 마당에 한창 피어 있는 황색?? 이름 모름)길이다. 여기가 골고다 언덕, 짧지만 비탈져서 저 운반기기를 밀며 오르자면 진땀이 난다. 저 길을 오르며 아, 어느 구세주도 이런 심경에 이런 걸음을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말도..
고구마 좋아하는 줄 아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한 솥 고구마를 나를 위해 구워 놓곤 했었다. 군고구마 전용 냄비를 우리나라 방문시 동생이 준비했지만 짐 속에 넣는 걸 깜박했네 그랬다. 고구마가 없었던 그 당시 독일에서 군고구마 냄비는 무용지물, 일부러 슬쩍 내려놓고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독일에도 고구마가 있다, 그것도 내 밭에서 자란다. 분홍과 보라색 사이 뭐라 딱 결정내지 못할 오묘한 색상의, 마음만 먹으면 고구마도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는 치유불가 팔불출!, 눈에 뵈는 게 고구마 뿐이니...) 이른 봄에 다녀왔던 조지아 여행동안 이 만큼 순이 웃자라 있었고, 이들을 잘라 심었었다. 독일 슈퍼의 희끄무레한 수입 물렁고구마와는 비교도 안 될 터, 인터넷에 물어물어 찾아 낸 근사치 ..
사과를 땄지만 감을 땄다고 실언을 한다. 흔한 사과나무를 귀한 감나무로 의도적으로 오인할 때도 있다 저걸 다 곶감으로 만들면....이라고 상상하기도 하면서.... 이맘땐 나무 아래 떨어진 사과가 깔린다. 딱히 정리를 하면 또 떨어지곤 하여 흙 거름이라도 되겠지 하고 그냥 놔두는 편이다. 사실은 게을러서인데, 이즈음 지속되는 비바람 추위와도 연관이 있다. 벌써 하루 종일 우중충한 유럽의 전형적인 가을이니. 올핸 창고에 묵혔던 사과따기 주머니를 도구로 썼다. 이로써 또 감을 따던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감을 따던 주머니도 이 만큼 무거웠었는지 모르겠다. 주머니 윗둘레 톱니로 솟은 쇠부터 묵직하다. 손잡이까지 이어진 긴 막대도 가볍지 않다. 주머니막대를 들어 올려 나무의 사과꼭지에 끼워 당기면 사..
6월 중순부터 7월 8월이 다 가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더니 9월에 들면서 드디어 하늘에서 소식이 왔다. 비 뿌리는 일이 오래 잊고 있던 일처럼 까마득했을까 지난 과오에 대한 만회라도 하듯 거의 울부짖듯 천둥 번개 밤새 내리쳤다. 넝쿨콩, 콩이 단단해지기 전 콩꼬투리까지 먹는데 너무 가물었던 탓에 콩을 얻기보단 관상용 콩잎나무가 되어버렸다. 사진이 비스듬히 찍혔다 옆집 즉백나무 담장이 눕고 토마토 지지대들도 비틀거리네. 내 밭엔 멀쩡한 게 하나도 없다 다 이상해 하긴 뭐 나부터.... 한국애호박은 밭 가장자리를 슬슬 기어다니다가 어느새 옆집 헝가리댁네로 이사가려 한다. 미국의 사슴님이 보내주셨던 애호박 씨앗으로 자식을 보고 그 자식의 손자에 손자까지 튼튼히 싹트고 호박맺고 있다. 사슴님 감사해요. 날 ..
무화과 한줌 눈물겨운 추수를 하고 수번이나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엄청난 강우량에 우박까지 수차례 내리친 중에도 끝까지 버텨준 애틋한 과일이었다. 들깨꽃송이, 내년 농사를 위해 덜 여문 상태여도 잘라서 잘 말려야 한다. 그냥 세워뒀다간 씨앗이 얼면 낭패가 되니. 우리나라에선 갈색이 되어 들깨 수확까지 하겠지만 유럽 중부, 위도 50도쯤인 여기 흑림에선 내년에 뿌릴 씨앗만 거둬도 만족한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거의 다 떨어졌나보다. 서너상자쯤 따서 창고에 넣어뒀고 저 낙과들은 수 많은 생명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미생물부터 지렁이 날짐승 들짐승들의 양식이 되고, 산화한 뒤엔 풀들의 거름이 된다. 들인 노동에 비해 가을내내 수확의 기쁨을 주는 총각무는 미국의 사슴님으로부터 그 씨앗을 받았었는데 보내신 분의 마음..
들깨를 파종하여, 열린 들깻잎을 먹고 꽃 피고 씨 맺자 또 꽃씨앗을 송이째 따서 찹쌀풀을 입혔다. 밭엔 여전히 들깨꽃이 많지만,딱 먹을 만큼 거두고 그냥 세워두었다. 저 중에서 내년 농사와 씨앗나눔을 위해 좀 거두고 나머진 세워 뒀다가 내년 봄 불에 태워 그 재를 거름으로 되쓴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들깨농사인 셈. 바닥엔 베이킹페이퍼(재활용 빵종이)를 깔았고, 풀을 쑤어 깨꽃에 넉넉히 발라서 볕에 말린다. 저 분량만큼 이미 만들어놓은 것도 있는데 용심껏 또 만들었다. 깨꽃부각이 바삭하게 마르면 끓는 식용유에 튀겨낼 예정인데, 크리스마스 손님 치레때 별미로 차려낼 생각이다. 생각만 하여도 들깨 특유의 고소향 향이 떠올라서 웃음이 절로 나네 하하 이 식물은 로마네스코, 브로콜리 비슷한 채소로서 봄에 심었..
생명의 가장 단단한 상태가 씨앗일 것이다. 단단할 뿐만 아니라 운반에 용이하고 저장하기에도 씨앗에 대적할 만 한 것은 없다. 소중한 DNA 정보가 저 쬐끄만 알갱이 속에 다 들어 있다니. 처음엔 이렇게 색상이 선명했는데 채취한 뒤 말리는 중에 폭삭 늙었다. 몸 속의 수분을 버리며 체중을 감량하고 스스로 탈색까지 하니, 그 모습이 마치 흰 눈썹 휘날리는 도사 같다. 위에서부터, 아프리칸 바질, 개똥쑥, 주홍 치니안, 칸막이가 있는 반찬 접시는 씨앗을 나눠서 말릴 때 편리하다. 반찬으로 오해되어 집어 먹힌 적은 아직 없다. 씨앗 중에도 제라늄의 것이다. 씨앗주머니로부터 불쑥 나온 씨앗은 마치 고치에서 나온 나비처럼 접혔던 흰털부터 사진에서처럼 펼쳐든다. 드디어 어디든 비행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 때..
텃밭 이웃 울리케는 주말만 되면 '오늘은 또 어떤 주제의 갈등을 만날까'라며 기대반 푸념반 어조로 되풀이 한다. 그녀 울리케는 약 3년 전부터 텃밭연합의 회장이 되었는데 약 60여 텃밭가구연합을 대표하며 무보수 명예직인 그녀의 업무는 그야말로 이름만 회장인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들어 폭주하는 업무가 한가지 있는데 이웃간의 갈등이 그것이란다. 갈등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주말 오전오후엔 도통 개인시간이 없을 정도라 한다. 언듯 생각하기에 새로 들어온 이웃이 적응을 하며 일어난 일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20년 30년씩 도탑게 정 쌓으며 지내다가 요즘 와서 갑자기 뒤틀어진 이웃사이가 된 게 대부분이란다. 그들의 속사정 얘긴 들어 봤냐고 물으니, "왜 안 들었겠어, 양쪽 불러 놓고 하는 ..
넓지 않은 창틀에 핀 제라늄이 소담스럽고 정갈한 꽃장식이 과하지 않다. 애호박 셀러리 가지 그리고 토마토, 토마토가 저 정도면 아주 잘 된 농사인 셈. 올핸 폭우가 잦아서 토마토는 다 자라기도 전에 줄기와 잎이 갈색이 되었다. 밭에 심은 것은 나도 다 뽑아 버린지 오래이고, 발코니 화분에 심은 것만 겨우 살아남았다. 호작넝쿨이 왕성하게 여기저기를 기어다니는 텃밭이다. 상자텃밭은 아마 올해도 몇번이나 심어서 거두고 다시 심고 하는 중이지 싶은데 줄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콩, 그 옆에 꽃대를 올린 키 큰 상추가 보인다. 씨앗을 받기 위해서겠지. 추수를 기다리는 감자밭이 보이고, 사이 푸른 색의 빗물받이용 흠,,, 그러니까 뭐더라? 바케스? 아니고, 물통일까? 그렇지 물통이지. 텃밭에는 지하수 즉 우물을 파지 ..
이상한 여름을 겪는, 그 두해째이다. 작년 초 록다운이 처음 실시되었을 땐 주말농장 연합에서도 참 갈팡질팡 했던 것 같다. 요는 텃밭농사꾼들도 정부의 바이러스예방 정책에 맞추긴 해야 하는데 그 전례가 없어서 방역차원에서 공고를 하고 또 수정을 반복했다. 예민한 텃밭이웃은 인사만 하는데도 마스크를 꼭 끼는 이도 있고, '방역인지 뭔지 제기럴!' 그러면서 마치 나치시대가 연상된다며 전염병 예방정책을 맹렬하게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여느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이곳 텃밭 이웃들도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두루두루 섞였다. 텃밭에도 골목이 여럿 있는데, 비교적 한산한 대낮에 우연히 들른 날 내 텃밭 골목만 조금 오르내리며 핸드폰에 담았다. 위의 분홍 큰 꽃은 무궁화라 하는데 우리가 아는 무궁화와 크기도 모양도 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