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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일 흑림의 귀갓길. 비가 내리고, 누군가 솜뭉치를 부려 놓은 듯 계곡마다 안개가 들어찼다. 산길 운전 중에 반대편 차가 지나는데, 차창 빗방울이 반사된 탓에 참 요상한 사진이 되어버렸네. 암튼 이 길을 달려서 마당에 내려보니 '집이라고 돌아 와 보니 사랑방이 소요터라'* 딱 이 구절이 뇌리에 떠오른다. 이 문장은 유명한 진주난봉가의 한 구절이다. 큰학교때 막걸리집 탁자에 빙 둘러 앉아 듣던 그 노래, 건장하나 깊은 저변에 우수를 깔았던 그 목소리가 좋아서 레코드를 돌려 듣듯 들었었다.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에 맞는 목소리를 가진 친구 잘 사시는가? 두어 번 술자리에서만 만나선지 그 친구의 이미지는 막걸리집과 진주난봉가와 비빔밥처럼 섞여 있어. 집이라고 돌아와 보니 앞마당이 이토록 소요하다, 우중임에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일 때문에 바우하우스에 들를 땐 늘 식물들의 방을 둘러 본다. 푸른 꽃의 품위 있는 홀텐지아 화분이나 하나 고를까 했지만, 우연히 본 요상한 맛들의 허브에 빠져서 당초에 목적했던 건축자재 사는 일까지 깜박할 뻔 했었다. 발트마이스터. 신비로운 녹색 푸딩을 만들 때와 오월에 마시는 술 마이볼(Maibowle)에 빠져서는 안 되는 허브이다. 흑림 숲엔 흔해 빠졌지만 불쌍한(!) 도시인들은 화분에 요만큼 든 걸 사야 하나 보다 ㅎㅎ 복숭아 세이지 맛을 보지 않았지만 잎에서 복숭아향이 나고 입에 넣으면 또 복숭아 맛이 날테지. 레몬맛의 치트로넨 티미안. 이 식물은 흑림 내 마당에도 있어서 이름표가 없어도 알아맞힐 수 있어. 음식의 맛내기는 물론, 목이 아프고 몸살 기운이 느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