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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57)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그러니까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그 윤곽의 사이사이,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어리고지워진 그..
등산을 해서 올라가려 했지만 그냥 차 타고 바로 산 위의 산수도원으로 갔다.건물 주변에 잔디 주차장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우리를 위해 비워둘리 만무했다. 하는 수없이 어슬렁어슬렁 산을 내려와서 겨우 주차를 하니, 수도원 산 위까지 걸어야 하니 그나마 아주 조금 등산할 기회가 생겼었다. 더위에 지친 이들이 그늘에 앉아 있다.우리 또한 주유소를 찾느라 ...ㅎ 수도원 아랫동네인 오베르네(이날 우리는 이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의 에티코 공작의 딸 오딜리아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딸의 불행을 두고볼 수 없어서 죽이려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피해 딸을 구하고자 수도원에 맡겼다.수도원에서 12세가 된 오딜리아는 레겐스부르크 에르하르트에서 세례를 받을 즈음 시력을 되찾았다.그러므로..
엘사스 지역, 스트라스부르크 옆, 성 오딜리아* 산에 올랐다.성오딜리아라는 성인의 이름을 딴 수도원이 있는 이 곳은엘사스 지역 뿐만이 아니라 중부 유럽 일대에서도 가장 알려진 성지의 하나. 차 한대를 다 채울 4명 친구끼리 한 주 전에 의기투합, 계획했었다.원래는 일찍 출발해서 수도원까지 걸어올라 아점심을 먹자 했지만 다 모여서 출발지를 벗어난 게 정오가 지나서였다.우리 중 피아니스트 친구 F가 무려 3시간도 더 늦게 왔기 때문이었다.나와는 음악 작업을 함께 하고 있기도 한 이 친구는모임때마다 번번이 늦어서 "시간예술 하는 친구가 왜 이모양이냐"는 핀잔을 주어온 터였는데이날은 아예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지각을 했다.나 말고 다른 2명은 이 와중에도 그래도 와 준 게 어디냐는 표정이었다.그러고 보니 ..
비가 몇 주째 내리다가 용케도 맑은 날, 호기심 하나로 계단을 오른다. 성벽 오른쪽 아랜 뭘까? 성 안으로 통하는 개구멍? 가파른 계단은 오르라고 있는 것. 오르는 정도에 따라 앞 풍경도 달라진다. 사람이라곤 나 외엔 없어서 낙엽을 밟는 내 걸음소리 뿐이다. 문득 먼 곳을 보고 방금 올라온 아랫동네도 내려다 본다 가파른 계단이 계속되고 위를 향해 오른다. 오른 지점에서 뒤를 돌아 보면 이런 풍경. 아래 박물관과 교회, 또 그 아래로 마을이 또 그 아래엔 시냇가가 흐를 것이다. 무너진 성벽이나 임의로 가림을 해 놓은 나무막대기에도 검푸른 이끼들이 점령해 있다. 너도밤나무잎이 거의 카페트처럼 계단에 뿌려지고 있다. 이 성엔 벌써 몇 번이나 이런 풍경이 펼쳐졌을까. 여기가 차고입구일까. 담쟁이 너머 성벽 위에..
몇 주 전 모임을 가졌던 친구네 동네, 진입로 사진이다. 무심코 올려다 본 왼쪽 위에 솟은 저건 성(Burg) 같은데? 서행을 하며 손전화 사진을 찍으며, 세세한 것들은 친구에게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입구에 적힌 동네 이름 나이덴슈타인Neidenstein, 직역을 하면 '부러운 돌', '탐나는 돌'쯤 되겠지만 마을의 기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친구에게 또한 물어봐야 겠다. 높은 지대에 성을 쌓고 아래 길 옆 오른 쪽으로 마치 이 동네를 감싸듯 둥글게 하천이 흐른다. 중세 장원제도와 군사적 요새로서 이상적인 지형인 셈. 저 성 주인이 남작(Baron) *이란다. 남작의 땅은 넓고 넓어서 근처에 어지간하면 그의 것이라 했고 친구도 텃밭으로 그의 땅을 조금 소작하고 있다 하였다. 여기까지가 마을에 들며..
살림 /이병률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고요 하늘 아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족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 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 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었습니다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중 ... 자정 즈음에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바람이 어두운 창밖 고목나뭇잎을 부비며 내는 소리에 습한 비냄새가 난다. 별은 뜨지 않았다. ... 우리나..
글의 제목을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였다.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과 신화 속 여인,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행적은 전혀 관심 밖이지만 그의 서재에서 애지중지 자리를 지킨 여인이 다름 아닌 그리스 신화 속 페르세포네*라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프랑스의 고(故)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Valéry Giscard d'Estaing) 은 헌신적인 고미술품 애호가였다 한다. 지난 2020년 그가 사망하고 아끼던 수집품들의 일부인 고고학적 유물의 일부가 현재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어 호사가들의 흥미를 부추기고 있다. 그리스에서 발굴된 44cm 높이의 테라코타 여인은 신화 속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의 아내 페르세포네 Persephone*이다. 유물의 추정 제작연대는 기원전 4세기경인데 이 시기는 어림잡..
이번엔 토론토에서 올린 티벳 원형춤 영상이다. 고구려 벽화 속의 장삼춤과 너무도 흡사하다고 이미 여러 번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며칠 전부터 보고 또 보는 티벳춤, 내 속 어딘가 있을 법하고 그러나 어느 세대 부터선가 잊고 살아온 듯한 익숙한 노래와 또 몸짓이다. 몇 번을 무심코 보다가 유난히 눈길이 가는 소녀 춤꾼을 찾았다. 붉은 비단치마의, 춤맵시가 깜찍한 소녀이다. 영상 끝부분, 어두워진 뒤에도 군무를 추는데 소녀 춤꾼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 모를 예쁜 소녀.
구름이 숲을 독서하는 중이다. 느낌표가 많은 가문비나무 숲에서 붉은 열매로 마침표 찍는 건 마가목. 문장 바꿔 몇 행간 아래 고사리와 블루베리는 서로 숨고 숨겨서 주어가 도통 오리무중. 어지러운 틈에 돌 뚫고 나온 환한 이끼 구름을 만나 촉촉히 젖었네 나는 더 많이 젖었네. 구름에 읽힌 산, 산의 솟은 곳은 섬이 되는 중
매년 이맘때면 불쑥불쑥 뇌리에 떠오르는 그림, 조금 전에 이쁜준서님 블로그의 흰 명자꽃을 보면서도 속으론 이 그림을 연상했었다. (이쁜준서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자꽃을 꽃 피우게 하시는 분) 꿈 같은 푸른 바탕색에 작은 꽃잎이 몽글몽글한 그림은 1980년 화가 반 고흐가 사망하던 해에 그렸다. 단 한번이라도 꽃 그리기를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의 구석구석의 완성도에 탄성을 지를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고흐가 그렸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고흐는 생의 후반 1년 여 동안을 일본 문화와 화풍에 푹 젖어 지냈다. 일본풍 그림도 적잖게 그렸는데, 저 꽃그림도 그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림의 제목은 아몬드꽃, 매화가 아니다. 프랑스 상레미 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에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