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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5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책들, 몇 달째 홀홀 섞어서 읽고 있는. 걷고 있는 길 운전 중인 길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거리를 오가며, 또한 이런 책들 속에 문장들과 함께 살지만 일상은 그러니까 불로그에까지 남길 시간이 너무나 빠듯하다. 많은 안 좋은 조건들 속에서도 보잘 것 없는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들 마음과 몸 굳건히 하시길..... 지루한 이사 다 끝내고 가벼이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10월에 댓글 4 노루2020.10.28 16:27 신고 와~ 사진 세 장이 다 너무 아름답네요. 위에서 내려오면서 서로 어울리는 색조의 변화도요. 바뀌는 계절을 즐기며 책 속의 문장들과 함께 사는 것, 충분히 좋지요. 저는 그게 다인데도 바쁘네요. 밀란 쿤데라의 "The Unbearable ..." 하면 ..
파이프 오르간 /손택수 좋은 소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는 음을 따라 행복하게 나도 잊혀지는 것이다 그런 음악이 있다면 완공된 건축물들이 잊고 사는 비계다 발판에 구멍이 숭숭한 것은 새처럼 뼈를 비워 날아오르기 위함, 하지만 여기서 비상은 곧 추락이다 음악이 되려고 뼈가 빠져본 적 있나 한여름이면 철근이 끈적한 거미줄처럼 들러붙는 허공 모든 건물들은 잊고 있다 뼈 빠지는 저 날개의 기억을, 흔적도 없이 해체하는 비상의 기술을 건축을 잊은 건축이 음악에 이른다 철근 위에서 깃처럼 펄럭이는 비계공들, 뽑아올리는 파이프가 웅웅 울고 있다 ㅡ『시사사』(2020, 봄호) ............................ 일주일의 연애 강서일 그분은 빛과 어둠을 갈라 낮과 밤을 만드시고 나는 먼발치에서 긴 머리..
다시 나비가 왔다. 와서 나의 시야를 흔들며 말 하였다 여기 머물겠다고. 이러저러하게 확답을 주무르던 한낮이 지나고 나비는 갔다 홀연히. 내가 나비를 가졌던가, 되짚어 보면 시야에서 너울거렸던 한가닥 기억 내 생의 한때를 나비를 보았다는 그것은 꿈, 날개 위의 푸른 점들도 이제사 헤아려 본다. 10062020 댓글 6 이쁜준서2020.06.10 16:24 신고 식물 특이 채소를 키우는 텃밭에 나비는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닌데도 나비가 보이면 반가워 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붉은주홍나비란 것이 비슷하기는 해도 틀립니다. 얘야 너는 바람결에 뭍혀서 왔니? 아니면 구경하러 왔니? 아니면 여린 잎에 알을 두고 갈려고 왔니?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6.10 23:38 뜰안에 꽃이 있어, 나비를 봅니다. 때..
종일 온다는 비가 잠시 그쳐 성앞 산책을 하는 중, 벌거숭이 남자가 낯설지 않다. 카셀 산상공원에서 죽도록 고개들고 올려다 봤던 그 거인, 제우스의 혼외자 헤어쿨레스이다. 일찌기 그리스 신들 가운데 제우스는 뭐든 하고자 마음 먹으면 못 할 게 거의 없었다. 유부남이었던 그가 한번은 인간 유부녀(알크메네)에게 홀딱 반했다. 정조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던 늑대남 제우스는 때마침 전쟁터로 간 그댁 남편(암피트리온)으로 둔갑하여 여인의 침실에 든다. 제우스는, 남편이 아닐 것이라곤 상상도 안 한 여인과 불륜의 밤을 톡톡히 즐겼는데, 특별히 그날 밤의 길이를 3배나 늘였다 하였다. 에혀, 쓰다보니 완전 플레이보이 이야기 같네 . 암튼 그 밤을 계기로 생긴 아이가 저 위 발가벗고 서 있는 헤어쿨레스이다. 그에겐 ..
당신이 나를 부를 때까지 /신현림 당신이 나를 부를 때까지 이 푸른 나비가 날아다녀요 문은 열어 놨어요 몸이 가벼워질 슬피퍼를 신으세요 아무도 없어요 햇살이 흰 눈같이 반짝일 뿐 아무도 우리를 부를 사람은 없어요 어떤 소식도 당신을 무겁게 하지 않을 거예요 오늘은 아직 아무도 자살하지 않았고 빚쟁이도 없고 먼 바다 고래는 1000개의 비닐을 삼키지도 않았어요 1000개의 비닐이 녹아 수돗물로 쏟아져도 우리 놀라지 말아요 비닐을 안 쓰면 되어요 당신은 용수철같이 너무 긴장하며 지냈어요 일터에 가기 위해 튀어오를 필요 없어요 이곳에는 안전띠도 필요 없어요 제가 안전띠가 돼 드릴 테니 방금 끓인 커피니까 천천히 드세요 사약 빛깔의 커피향은 미치도록 살고 싶게 해요 저는 커피 매니아, 당신 매니아예요 우..
유배(流配) /우대식 오늘날에도 유배라는 것이 있어 어느 먼 섬에 위리안치(圍籬安置)되는 형벌을 받았으면 좋겠네 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빼앗겨 누구에겐가 온 편지를 읽고 또 읽고 지난 신문 한 쪼가리도 아껴 읽으며 탱자나무 울타리 속에 웅크리고 앉아 먼 바다의 불빛을 오래 바라..
법의 자서전 /장석남 나는 법이에요 음흉하죠 허나 늘 미소한 미소를 띠죠 여러개예요 미소도 가면이죠 때로는 담벽에 붙어 어렵게 살 때도 있었지만 귀나 코에 걸려 있을 때 편하죠 나는 모질고 가혹해요 잔머리 좋은 종들이 있거든요 설쳐댈 때가 많지만 만류하진 않아요 그 짓 하려고 ..
텔레비전이 돌아가셨다 /정병근 텔레비전이 꺼졌다 화면이 부르르 떨리더니 몇 번 번쩍거리다가 한 점으로 작아지면서 소멸했다 별빛이 사라지듯 이생의 빛을 거두었다 적색거성처럼 화면은 며칠 전부터 불그스름했다 옆구리와 가슴을 쿵쿵 치고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텔레비전은 한 번 감은 눈을 더는 뜨지 않았다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켜도 허사였다 오래 준비해 온 듯 텔레비전은 단호하고 고요했다 결혼하면서부터 함께했으니 근 25년, 나는 그렇게 텔레비전을 임종했다 집안의 큰 어른이 돌아가신 듯 마음이 허망했다 무릎을 세우고 텔레비전을 보던 고향 집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 무슨 말끝이었나 그때 나는 아버지와 텔레비전을 겹친 시 한 편을 썼었다 갑작스런 고요가 귀에 맴돌아 나는 방 안을 서성거렸다 아내에게 알릴까…… 바..
새가 다시 왔다. 어제 왔던 곳을 또 찾은 것은 도저히 아니 올 수 없었다는 것. -사진은 꼭두새벽 산수유나무 댓글 4 파란편지2020.03.16 02:17 신고 산수유도 있습니까? 그곳은 좋은 곳입니다. 새가 다시 찾는 곳, 그 새가 가야하겠다고 생각하는 곳이니까.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3.16 23:39 산수유가 있습니다. 좋은 우리나라에 살 땐 산수유가 어찌 생겼는지 굳이 알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산수유 뿐이겠습니까, 고사리도 우리나라에선 비빔밥에 올려진 것만 보았을 뿐인 걸요. 저곳엔 유독 새가 많이 찾아왔습니다.
눈과 도끼 /정병근 사진을 찍는다. 찍는 것은 지나가는 풍경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찍는 순간, 무한 중첩으로 명멸하며 향진하던 빛다발이 돌연 하나의 색과 모습을 띠고 내 앞에 도착한다. 확률의 구름 속을 어른거리던 우연이 필연의 인과를 입고 선명해진다. 나는 너를 찍었다. “차 한잔 할까요? 나라는 타인에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단일한 기억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내가 모르는 먼 곳에서 예쁘고 무사한 하루를 상심하는 사람아, 부디 내 눈에 들지 마라. 내 눈이 닿는 곳마다 폐허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카메라로 너를 찍는 것은 도끼로 너를 찍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나는 찍고 또 찍는다. 그 많은 꽃 중에 하필 너를 찍는다. 나는 눈이라는 미지의 도끼를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