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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프라하 성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만큼 굵은 빗줄기는 그치지 않았고, 성당 앞에서 시작된 줄은 성당 옆을 빙 둘러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도대체 가늠도 되지 않았다. 폭우 속에서 우산을 들고 빗물에 샤워하는 비투스 성당 옆모습을 1시간 여 감상하며이 순간은 고통인가 즐김인가, 스스로 되 물었다.분명 고통이 아닌 즐김을 위한 것이고 그러니 이 순간도 기다림의 기쁨이 있어야 할 터이지만, 단 한줄의 싯구나 단 한마디의 리듬도 떠오르지 않았다.우산을 썼지만 1시간 여동안 빗물이 튀어오른 바짓가랑이는 한 10센티미터 쯤 젖어올라 슬슬 추워지고, 허기를 동반한 화장실 생각까지 간절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 뒤 끝없이 길어진 줄에서 동양인은 도쿄에서 출장을 왔다는 중년의 콧수염 ..
가을날/문태준 일광세탁소 주인이 배달을 가네주인은 자전거를 타고 가네왼손은 자전거 핸들을 잡고오른손은 세탁한 옷을 들었네흰색 와이셔츠는 구김이 하나 없네목둘레 칼라는 팽팽하게 빛나네바짝 마른 가을볕 아래 커브를 돌 때억새꽃을 한 묶음 꺾어 가는 줄 알았네 - '풀의 탄생' 문학동네 2025 눈이 부셔/백무산사람들 붐비는 여행지에 가면분주한 인파 속 어딘가에 그들이 있다엄마 품에 안겨 온 아이눈이 부셔 자꾸만 엄마 가슴 파고드는첫나들이 나온 아이 중년의 자식들 부축을 받고 온 사람눈이 부셔 자꾸만 눈이 감기는 사람가다 쉬고 가다 숨 고르며마지막 여행을 나온 사람 아직 늙지 않은 사람헐거운 몸을 입고 혼자 온 사람왁자한 사람들 뒤편에서 조용히 글썽이는 사람눈이 부셔 자꾸만 눈이 부셔그날..
숙소에 체크인하고 서둘렀지만 날은 이미 어둡다.프라하 국립극장 근처, 시내 한복판의 전철역에 내렸다. 호텔 직원이 맛집과 전철 번호 등을 상세히 적어 준 메모지를 고이 간직한 채. 프라하 진입로에 들던 이때만 해도 낮이었는데.... 전철역 맞은편에서 처음 만난 건물의 사진이 심상치 않다. 그 유명한 벨벳 혁명*의 사진과 기념비(아래 사진)였다. 숙연해진다. 1989년 11월 17일, 바로 이곳에서 학생들이 공산 정권에 맞서 들고일어났다. 하필 추천받은 맛집이 기념관 옆집이다. 독일로 치면 맥줏집 같은 펍이고, 서울 대학로의 하이델베르크 같은 곳이다(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1989년 당시 대학로의 그 집 같은 분위기). 이 집에서 족발 비슷한 요리를 주문했..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기차역에서 울어본 적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영원을 붙잡았던 적-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문학과지성사 2024 샤갈의 기억/박홍 내 유년의 마을에는 빨간 실비아 꽃이꿀 담긴 벌집을 물고 날아오른다아이는 그걸 하나씩 빨아 먹으며아침의 고요를 밟고 다닌다마당 가운데에채송화 백일홍 양국과 달..
밤의 외로움 / 박서영 열대야를 고장 난 선풍기 한 대로 보냈다빗나간 목을 두꺼운 스카치테이프로 동여맨밤새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에 정이 들었나선풍기를 끄면 잠이 오지 않는다밤새 텔레비전을 켜놓고 자는 사람을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셋이서 한꺼번에 한 사람을 지목한 적이 있다는 것을알고 있는 달은 병을 앓다가 그들을 놓아주었다나는 달의 뼈 하나를 집어 뭔가 쓰고쓰다가 지우고, 지우고 다시 쓰면서괜스레 선풍기의 미풍 약풍 강풍 버튼을 번갈아 눌러보았다죽기 전에 저 고장 난 선풍기를 가장 먼저 버려야겠다고심장에 몇 마디 꾹꾹 매장해 보는 가을 밤선풍기는 어떤 무늬를 가진 새처럼 울기 시작했다고장 난 선풍기 속에 부엉이가 사나밤의 외로움은 날개를 접고 부엉부엉 울다가슬픔을 탈탈탈탈 털어내기를 반복한다그..
네팔의 히말라야 빙하 산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다른 대륙이지만 역시 빙하를 보고왔던 터라 마음이 참 안 좋다.여름이 올해처럼 뜨거우면 빙하는 지구의 문제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알프스의 얼굴마담격인 마테호른의 암벽도 부식되는 등 안전에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는데역시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으로,이미 그쪽 방면으로 손을 쓰고 있는지, 연구싸이트가 뜨곤 한다. 이야기를 글 제목으로 돌려보자.체르마트는 해발 1,610미터에 위치한 고산마을이다.인구 약 6천 명에 243평방 킬로미터의 스위스에서 손꼽히게 넓은 지방 자치체이기도 하다.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이 마을 주변으로 해발 4천미터를 넘는 봉우리를 38개나 되고이탈리아와도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인데 다만 그 경계는 자동차나 기차..
큰 산을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 보고싶었을 뿐,그 옆이나 뒷면까지 굳이 만날 생각은 없었다.그럼에도 나는 어쩐지 산 위 풍경을 보는 케이블카 매표소로 홀린 듯 들어섰고 그곳에서 티켓 한장을 손에 들었다. 티켓은 132스위스 프랑(우리나라돈으로 방금 환산해 보니 약 23만원) 여럿이 여행한다면,그리고 미리 예약 한다면 아마 할인방법도 있지 싶다. 카에블카에 오르자 슈웅~ 순식간에 야트막한 산을 넘고 산마을 체르마트가 멀어진다. 여러 다양한 산풍경들이 있었지만 나는 큰산 마테호른*에 꽂혀서 위로 오를 때는 그곳에 눈을 고정했다.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바위산,드디어 빼어난 자태를 눈 앞에 본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배경으로 큰 산이 솟았고 어느 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