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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우리나라에서는 케일? 그렇게 부르는 채소초록채소즉 그륀콜이다. 한번 심으면 두해 정도의 겨울을 거치며 즐거움을 주는 채소이기에수시로 심다보니 이렇게 영하의 한겨울에도 마치 전성기인양 성성하다. 이 친군 아무래도 브로콜리를 흉내내는 듯 하다.그러고 보니 브로콜리인 줄 알고 심었던 씨앗에서녹채소만 수확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7,8년은 족히 되었지 싶은데DNA어딘가에 열성인자로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나온 걸까? 꼬불꼬불한 잎들은,그것이 초록색이든 보라색이든 수확을 하는 내 눈엔 기특한 꽃잎이다. 줄기가 굵고 튼튼한 아랫잎들은 질기지만대체로 위의 새잎들은 쌈채소나 샐러드 재료로 더할 나위가 없다. 위의 초록이 전형적인 독일 그륀콜이고현지 사람들은 이렇게 생긴 잎만 주로 봐왔을 것이..

덥다덥다 하지만 농삿일은 더울수록 좋다. 밭의 식물들이 그렇고,재량껏 커가는 그들 옆의 나도 이 여름, 이 순간이 아찔할 만큼 좋다. 토마토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어제 수확했는데 다시 저렇게 색색으로 열려 있다. 다양해 보이지만 내 혀엔 저들 맛엔 별 차이없고 그냥 검은,노란,붉은 토마토 정도. 나 하나 먹여살리려 애쓰는 듯하지만 저들대로의 생의 희열을 만끽 중일 것이다. 이런 중에 나와 작물들은 서로 섬기기를 교환하고 있다.저들의 시녀를 자처한 나는 궁극적인 독식자이기도 하니. 좀 전에 고추 하나를 된장에 찍어 먹다가 혓바닥이 아릴 정도로 매워서 혼났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참 기특한 내 밭. ..

누가 뭐래도 늦가을, 남은 꽃들과 채소들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한다. 감 따러 가면서 조그만 자루 하나면 되겠지 했는데, 자루를 채우고 몇 개 비닐봉지도 모자란다. 풍년은 풍년인데, 감이 작고 여전히 초록빛...... 완숙한 과일이 되기까지는 아직 얼마 간의 햇살이 요긴하다. 릴케는 '가을 날'이라는 시에서 바로 저 덜 익은 곡식들을 위해 남국의 햇살을 기원했었겠지. 이제 겨울이 시작될 터이니 부족한 햇살을 기다릴 여유 또한 없다. 추수한 감들은 스스로 익어야 겠지.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감당이 안 되는 살림들을 좀 줄이기로 하였다. 윗사진의 로즈마리, 무화과, 뽕나무 .... 약 10년 전 쯤 내가 심고 키운 것들이지만 이들과도 올해를 끝으로 이별하기로 하고.... 다 옮겨 갈 수 없지만 감나무 ..

가을비가 오다마다 하는 날에 넉넉히 볕 보고 자란 것들을 펼쳐 놓았다. 어떤 것들은 보는 마음부터 맵고 또 어떤 것들은 볼수록 마음이 환해진다. 울퉁불퉁 못났을 지언정 내 눈엔 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올들어 3번째 말리고 있는 메주가 그것, 2번 걸쳐 만든 된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서둘러 콩 1kg 메주를 쒔었다. 올해의 메리골드 꽃차, 쇠솥에 여러 번 데웠던 작년의 방법 말고 올핸 아래 사진처럼 오븐에 한꺼번에 넣어 쪄냈고 위의 사진처럼 말리는 중이다. 메리골드꽃들, 제량껏 볕 보고 자랐었다. 글 올리는 중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꽃차 우려 놓고 내 마음대로의 가을마당을 감상 중이다.

폭삭, 이렇게 늙었다 나보다 먼저.... 뿌린 씨앗대로 춘삼월에 싹을 보고 볕을 골라 쬐였더니 오월에 아이 발바닥 만한 잎을 달았지. 일이 많다 싶은 나날에 아차~! 시기를 놓치고 보니 6월 중순, 비실비실 키만 컸던 영양실조 애들을, 딱히 모종이랄 것도 없이 땅에 꽂아만 놨었잖아. 지들끼린 그래도 살아남자고 단합이라도 했었는지 기적처럼 , 단 한포기 낙오없이 다 살았었다. 박수!!! 이럴 때 박수치라고 손바닥이 두개 씩 있지 않겠어? 환한 가을볕을 깨꽃 사이로 걸러서 보면 더 환하다. 생명 있는 것들이 꽃을 보이는 것은 그 한 생에게 끝이 오고 있다는 것. 고추포기 옆, 나직나직 검붉은 망골드 옆 들깨꽃이 피고 있다. 그냥 이렇게만 써도 저들의 생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나는 안다. 토마토는 붉어지려고 ..

성질 급한 포도나무가 있다. 솔직이 덜 예쁘네 뭐, 마치 코 묻은 얼굴의 시골아이들처럼. 그러나 보기완 다르게 입 안에 넣으면 톡톡 터지고 또 달다. 요즘 텃밭 가는 이유가 저 포도때문인가 싶다. 새들과 내가 경쟁하듯 따먹는 바람에 꽉 찼던 포도송이가 듬성듬성해졌다. 이른 봄에 처마 밑에서 위로 자라는 가지를 말끔하게 정리했건만 한 성질 한다는 듯이 지붕을 뚫고 솟았다. 뚫고 올랐다가 더러는 다시 아래로, 위로 올라보니 그래도 뻗을 길은 아래 뿐이었다는 건가. 같은 장소에서 윗 사진 같은 장소에서 아랫사진

꽃과 동거하면서 말수가 적어졌다. 그때그때 할 말을 꽃이 대신 해 주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린 탓인지, 저 분홍꽃 필 때는 미미한 울렁증이 있었다. 꽃잎 한장 한장은 세상으로 펼쳐낸 분홍 느낌표. 한 때는 내가 꽃을 키운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꽃이 나를 키우고 있다. 날 선 마음에 물 뿌려 주고 커피 마실 때 친구해 주고 심지어 아침마다 말 걸어 준다. 꽃과 함께 식사 / 주용일 며칠 전 물가를 지나다가 좀 이르게 핀 쑥부쟁이 한 가지 죄스럽게 꺾어왔다 그 여자를 꺾은 손길처럼 외로움 때움에 내 손이 또 죄를 졌다 홀로 사는 식탁에 꽂아놓고 날마다 꽃과 함께 식사를 한다 안 피었던 꽃이 조금씩 피어나며 유리컵 속 물이 줄어드는 꽃들의 식사는 투명하다 둥글고 노란 꽃판도 보라색 꽃이파리도 맑아서 눈부시다..

힘이 부쳐 자를 수 없었던 잡목, 단풍나무 아래 우리나라 호박을 모종했다. 그냥 땅에 심은 게 아니고, 호박뿌리만 골라 갉아먹는 이웃들(들쥐? ) 성화에 화분째로 땅에 심었었다. 물론 그 사이 민달팽이의 습격이 두어차례 있었고 뙤약볕에서 물부족으로 잎이 늘어진 적이 두어 번 있었지만 이젠 늠름하다 할 만큼 잎 성성하다. 상자텃밭을 만들고 욕심껏 이것저것 심었더니 밀도 높아짐을 직감한 농작물은 재주껏 상자 밖 탈출을 모색하였다. 넝쿨 뻗으며 자라는 오이와 호박이 그 대표격, 쥐도새도 모르게 은근 슬쩍 빠져서 상자 난간을 넘었기에 옆에 빈 나뭇가지로 올려 주었다. 아, 순서가 바꼈네. 상자 밭을 빈 나뭇가지 옆에 만든 게 그 이유였지 참. 오이 두어 포기 바짝 그 아래 심은 것도 다 이렇게 넝쿨 올리려는 계..

늦은 오후,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햇살을 즐기자고 퇴근 후 가든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사, 예보에도 없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꽃들에게 농작물에게 물 주러 왔다가 내 머리 위에도 사정없이 물이 뿌려지는 중. 한쭉에 햇볕이 쬐는 중인데, 거의 장난처럼 굵은 몇 방울 물 뿌리면서 시작한 소나기,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다시 환해지기를 반복하네. 골머리 아픈 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때문인지 오는 비 맞는 일이 경쾌하다. 같이 비 맞는 중인 방울토마토와 깻잎과 꽃들도 나 만큼 기분이 좋아보여! 아주 잠깐이었지 싶은데,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동쪽 하늘 귀퉁이에 문득 이런 게 생겨났다. 왼쪽으로 연결된 쪽의 무지개. 해가 지고 있는데 떠 있는 저 멋진 것을 어쩌누..... 이제 어두워질 일만 남은 이곳, 무서워지기 ..

가는 날이 장날이듯 연중 가장 더운 섭씨 37도에 육박한다는 날 가든으로 친구들을 초대했었다. 오후 5시로 시간 예정을 하였지만 모임 임박하여 일일이 연락해서 한 시간 늦춘 6시 즈음 오라고 했다. 여름 사우나를 방불케한 날씨는 그러나 6시에도 7시에도 변함이 없었다. 초대한 다섯 중 한사람이 채식주의자였고 그 누구보다 그를 존중한 식단을 짰다. 다행히 비건이 아닌 베치테리언이어서 치즈는 먹는다니 야채 이것저것과 몇 종류 치즈요리를 준비했다. 특히 위의 치즈 그릴 꼬치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꽤 괜찮았는데 얇게 썬 쭈키니호박을 주사위 만하게 썬 페타치즈에 돌돌 말아아준 뒤 비슷한 크기로 썬 양파, 작은토마토를 교차하여 꼬챙이에 끼우고 그릴에 구웠다. 길고 얄팍하게 썬 쭈키니호박과 버섯은 그냥 그릴에 올려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