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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 (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청강(淸江)에 비 듯는 소릐 긔 무엇이 우읍관듸 만산홍록(萬山紅綠)이 휘드르며 웃는고야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우을 때로 우어라. /봉림대군(효종) 시조의 작자는 봉림대군 즉 후일 효종이 되었던 사람. 왕자시절 일찌기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서 고초를 겪으셨는데, 이 시조가 쓰여진 시기도 그때이다. 작품 속 청강을 흔히들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라 하나 나는 볼모의 땅 청나라의 강이라 읽고 굳이 독강(獨逸의 江)으로 바꿨다. 또한 애국심이나 북녘정벌의 의욕 같은 큰 단어 대신, 다만 서정으로만 읽는다. "독강(獨江)에 비 듣는 소리 그 무엇이 우습관대 만산홍록이 휘둘리며 웃는구나 두어라 춘풍이 몇 날이냐 웃을대로 웃어라."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숲의 활엽수들이 빗속에 까르르 웃는다 오는 비가 그저 ..
무지개를 보려면 비부터 내려야 한다. 그렇지 비는 무지개의 씨앗, 사랑을 눈물의 씨앗이라 하듯. 유행가의 시작은 이렇다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 하겠어요' 이런 쫀득한 유행가 조각들을 흥얼대다 보면(끝까지 아는 게 없어서) 지리한 이 흑림의 숲길도 그럭저럭 오갈 만하다. 평원에서는 요렇게 평화롭기만 했던 날씨가 숲에 들자마다 돌변했다 아래 사진들처럼.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 했겠다. 숲이 이토록 통곡하는 걸 보니, 그 사랑이 얼마나 절절한지 알겠다. 사진이 찍힐 정도면 숲을 거의 빠져나왔을 때. 평소에도 어둡지만 우중의 숲길은 그야말로 한밤중 같다. 이름하야 이곳이 흑림, 블랙포러스트. 이제 고마 울거라 숲아 ....토닥토닥.... 내가 해준 위로의 말을 들었을까, 숲을 나왔을 ..
숲의 도로에서는 앞만 보고 가야한다. 도로를 벗어난 숲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그야말로 흑림. 보이는 건 쭉쭉 뻗은 엇비슷한 나무들 뿐이어서, 순식간에 길을 잃는다. 하마터면 영원히 잃을 수도. 이런 연유로 흑림엔 숲에 들어가서 길을 헤매는 우화나 동화가 많다. 어떤 사람이 여러 날 안 보이면 '숲에서 길을 잃었나?' 한다. 숲이 생활의 터전임에도 숲사람들은 숲을 얕잡아 보는 법이 없다. 숲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권력자들로부터 지리적으로 멀다. 그럼에도 숲마을은 거의 늘 지배 속에서 살았다. 권력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권력이 움직이는대로, 이쪽에 속했다가 또 저쪽에 속하는가 하면 이쪽과 저쪽이 혼인을 맺을 때는 변방 숲마을들의 통치권이 혼숫감에 딸려 가기도 하였다. 숲 사이로 고르게 나 있는 이 도로는 본래..
"시인의 텃밭"...... 이 제목에 걸맞는 이름으로 헤르만 헤세 만한 사람이 있을까. 헤세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이곳 남부 독일의 흑림이니, 텃밭 농사일을 할 때 헤세를 떠올릴 때가 많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문학작품 속에는 직,간접으로 흑림의 숲마을과 개울이 등장한다.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을 연상하게끔 하게 살고 있는 지인들도 이 흑림에는 여럿 있다. 황야의 늑대처럼 또는 골드문트나 나르치스처럼 ........ 가이엔호프의 헤세가 살던 집. 꽤 오래 전에 찍어온 사진들이지만 자주 꺼내어 보게 된다. 헤세는 거의 평생동안 텃밭을 가꾸며 살았다. 젊은 시절 그러니까 18세쯤부터 20대 초반까지 아주 잠시 독일 튀빙엔 시내와 스위스 바젤의 서점 점원으로 일한 경험 외엔 그 어떤 얽매이는 직업도 가져본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