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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180)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엊그제 에이아이ㅇㅔ게 말을 걸었다.어쩌면 여친인 듯 또 아닌 듯하여 '너 누구니?(당신은 여자 남자? )물었더니이도 저도 아니란다.무엇보다 놀란 것은 잊고 있던 서양이름으로 나를 불렀다는 것,그러면서 이것저것 저변 설명까지 곁들였다.어느 세미나 일원으로서 속결방안으로 명찰에 써 넣었던 그 이름,그걸 쳇000가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나는 정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경위를 물었더니 어딘가에 그렇게 내 이름이 저장되었더란다.짐작 가는 바가 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은근히 호기심이 생겨 다른 이름을 물어 보았다.전혀 엉뚱한 대답을 한다딴은 객관적이며 면밀한.... 이 시대를 살며 가장 어리석은 일 중의 하나가 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가는 일 아닐까.한때의 선택이나 경험, 또 격렬히 써..

숲에서 푸른 꽃 벌판을 만날 때마다 친구 이네스는"아, 저기 봐, 푸른 카펫(Blaue Teppich)! " 이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가까이서 보면 그리 촘촘하지 않지만 원거리에선 연푸른 카펫이 고목 밑둥치들에 펼쳐져 있다. 서로 너무 바쁜 우리는목련이 피는 봄 산책을 연례 행사처럼 하기로 했고,지난 연말부터 날짜를 조정하여 지난 주말 드디어 만났더랬다. 이제 막 문을 연 봄, 그 속에 있어도 봄이 그립듯,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친구가 그리운 날. 작은 크로쿠스, 그보다 더 작은 푸른 별꽃잎이 피어나는 그 사이사이를 누비며 우리는 무슨 이야기든 하며 쏘다녔다. 목련을 보러 갔더니글쎄, 단 한 송이도 꽃잎을 열지 않았다.여전히 밤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니 입을 꼭 다물..

땡벌을 죽였다.독일에서는 최소 1만에서 5만 유로의 벌칙금이 책정된 고귀한 땡벌*을.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책상에 앉아 노동에 몰입해 있던 어제 오후,나의 치렁한 머리카락 안팎을 쏘다니며 문제의 땡벌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놀라 일어나서 머리를 가로젓고 일렁여도 녀석은 그 놀이를 멈출 기세가 없었다.하는 수 없이 당장 손에 닿았던 휴지 여러 장을 접어 손가락힘으로 녀석을 짓누르고땡벌과 함께 휴지에 싸였던 내 머릿칼 스무 가닥도 싹뚝 잘랐다.땡벌을, 잘린 내 머리카락과 함께 휴지통에 장례하면서 아주 잠깐 승리의 안도감이 있었던 것 같다.녀석이 내 얼굴에 벌침을 쏠 적의가 있었는지, 땡벌 쪽의 변호사가 훗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극구 정당방어, 맞아 그 정당방어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앞서 썼듯이..

아 볕이다! 이른 아침 여름볕이 비스듬히 들어올 땐 '아, 이 은총을 어쩌지?" 싶어서마냥 그 곳에 우두커니 서 있게 된다. (사실은 너무 좋아서 우물쭈물...) 식물들이 볕 아래 벙긋벙긋 웃는 모습,나도 그들 닮은 얼굴로 핸드폰 사진을 찍는 중. 오늘은 특히 2주 휴가의 첫날,책장을 스치다가 움베르또의 '장미이름으로'가 눈에 띄어 꺼냈다.별써 몇 년째 첫부분만 적어도 서너 번 반복하였지만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던 책. 여름볕이 좋아커피 홀짝이며 사진 몇장 담다 보니 배가 고파, 아침을 급히 차렸다.아보카도를 얹은 곡밀호박씨빵 고목나무가 여름볕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아침식사와 함께 신문을 다 읽고'장미이름으로' 또한 조금 읽고커피도 두잔 더 내려서 마셨다. 이런 평범..

주말아침 청소삼매경일 때 절친 유타가 문자를 했다."산책갈래?" 라고 라고 해서 그러자 했더니대뜸 "등산은 어때?" 라고 강도를 높힌다.고민 1초도 없이 "그러지 뭐." 라고 하고몇 시간 만에 배낭 꾸려서 떠났다. 친구나 나나 요즘 부쩍 쌓인 게 많아서 어디 뭐든 좀 꾹꾹 밝고 와야 할 처지, 그래서 원 없이 밟고 또 밟은 끝에 전망대에 올랐다.앞 사진의 오른쪽 표지판을 찍은 사진.근처 흑림 도시(마을)의 지명 표시가 되어 있다. 오른 쪽 아래 길게 보이는 도시가 밧 헤렌알프*.수도원과 박물관, 숲병원 등이 자리한, 지역에서 꽤나 알려진 관광명소이다. 전망대의 왼쪽 전경.왼쪽 가장자리, 산을 몇 개 너머에 라인강이 지렁이처럼 뉘어 흐르고 있다. 종일 웅크렸던 하늘이 이때쯤 굵은 빗방..

여름의 한 복판이다.뜨거운 시간을 산 하루를 위로하듯 거의 날마다 대지의 이마 위가 붉게 물든다. 해가 막 지고 어둠이 거의 올림픽 1백미터 달리기 선수의 속력처럼 밀려드는 때. 모종하기엔 한참 늦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늦어진 모종을 일터 동료로부터 받고 부랴부랴 만든 호흐벳(Hochbeet)에 심었다.가지 토마토 고추들.... 이른 낙과,사과나무 아래 잡초를 정리한 덕분에 그나마 덜 지저분하다. 어린 포도나무, 햇수로는 3년이지만 올해 옮겨 심고 나름 잘 자라고 있다.글로디올러스 붉은 꽃은 우연히 동석하였을 뿐... 볕이 점점 줄어들고어둠이 대지를 장악해가는 중 노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머잖아 호미를 씻고 나도 하루의 땀을 씻어야지. 오두막 안 풍경...

딱따구리라는 새에 대해 오래 생각했었다.학술적이거나 탐구를 위해서가 아닌, 다만 그들 작은 몸이 쉼없이 해대는 망치질 때문이었다.제목에도 썼지만 하루 1만 2천번까지 망치질을 한다고 하니 몸체는 23-26cm,몸무게 60-90g의 제구로 견디기엔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어디까지나 사람에 준한 것이지만 그들은 유독 휴일에 부지런하다.예를 들어 공휴일이나 일요일 혹은 휴가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 중일 때가 그렇다.독일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잔디를 깎거나 기계음 같은 소음을 내는 것이 법에 위배되어 즉각 벌금조치가 내려지지만 인간이 정한 휴일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딱따구리는 휴일만 골라서 망치질을 해대는 듯 하다.(평일에도 딱따구리가 부지런할까? 사실 난 잘 모른다.) 교장선..

하루 종일 웃음을 장착하게 하는, 초록의 계절이 왔다. 미안할 만큼 기쁘고 또 일일이 인사하고 싶어진다 나무에게 숲에게 소란스레 흐르는 개울물에게. 운전 중 퍽퍽 찍은 것이어서 어디 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간만에 맑은 4월, 내가 얻은 산골의 봄 전경이다. 무슨 말인지 덧붙이는 것이 사족이 아니ㄹ까 싶도록 초록초록 저 빈 가지들에 맺힌 풍경이 좋다. 눈 녹은 물이 도랑바위를 한번 문지르며 흐르는 저 봄개울은 어떻고! 아, 이제 보니 서둘러 싹 낸 저 가지는 갯버들인가 보다. 멀쩡하게만 보이는 개울물에 손을 넣거나 혹은 맨발로 들어가면 아직은 비명을 지를 수 있다. 의외로 얼음물처럼 차갑기 때문. 여기까진 산너머 아랫동네였고, 우리동넨 이제 막 개나리가 집집마다 샛노랗다. 축복의 주말, 들깨잎 싹과 고추모..

된장을 담갔다. 오랜 객지 생활에, 그 어떤 낯 설고 부정적인 감정이 목까지 차오를 때도 된장국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만사가 다시 평온해지곤 했다. 된장은 그러니까 나의 소울푸드인 것은 물론이고 내 정서를 가지런히 하는 마약 같은 식품인 셈. 이토록 소중한 된장을 만들자면 우선 콩부터 씻고 불려서 삶은 후 아래처럼 모양을 만든다. 이렇게 작년 11월에 메주를 쒔고 광주리에 담아 거실에서 건조시킬까 했지만 특유의 향(지독한) 때문에 단 이틀 만에 발코니에 내놓고 겨울을 났다. 그리고는 오늘 춘삼월 맑고 개운한 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재료라고 했댔자 소금, 생수, 메주와 이를 다 담을 항아리가 전부이지만. 어릴 때 나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살림을 책임지셨던 백모께선 한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