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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173)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라인강과 그 옆 호수를 이어주는 샛강, 샛강에 하늘이 풍덩 빠졌다. 눈을 감고도 찾아낼 듯, 구석구석 정이 든 라인강 주변. 오래 전엔 거의 나만 알던 곳이라 여겼던 곳이었다. 자연보호구역이어서 이곳에서 태어난 나무들은 같은 자리에서 어른 나무가 되고 또 때가 되면 스스로 누워 몸에 이끼를 키운다. 이끼에 앉아 도시락 까먹기 카밀렌 차 한잔에 귤 두 개. 다음엔 삶은 계란 하나도 준비해야지. 만나지 못했다면 서운했을 백조부부 이들은 강변 호수의 터줏대감들이다. 2021년 연말부터 며칠간 쉴 새없이 겨울비가 내리더니 2022년 정초에 라인강물이 불었나 보다. 강가 늪지에까지 물이 찼다. 사진 속 먼 물이 라인강. 라인강둑, 호수를 빙 둘러 강가에 왔더니 이곳엔 이미 해가 저물었다. 강물이 엄청나게 불었고 ..
흔적1 흔적2 흔적3 흔적4 흔적5 흔적6 흔적7 흔적8 하마터면 모를 뻔한 일이 눈 내리고 쌓인 날에 알게 된다. 마당의 저 발자취 주인들은 나의 안부가 궁금했을까 몇 번씩 내린 눈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깊은 족적이 있는가 하면 눈 매번 내릴 때마다 지워지는 가벼운 것도 있다. 이럴 땐 기어코 와서 묻지도 않은 인삿말인 듯 조밀조밀 눈 위에 다시 써 놓고 간다. 댓글 17 하동댁2021.12.16 19:52 신고 나다녀간다고 인사하고 간 저 발자국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 주인공의 모습이 궁금하네요 눈 길위를 나도 저렇게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네요 여긴 눈이 안와요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1.12.16 21:24 하동댁님께도 눈을 내려달라고 하늘에 전보를 보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하나도 아니..
숲동네 앞산격인 로타파트에 올랐다. 벌써 20년도 더 된 1999년 12월 26일 독일 흑림 일대에 폭풍 한자락이 불었는데, 그 이름도 별난 로타Lothar*였다. 폭풍 로타는 독일인들의 뇌리엔 정말 징한 이름으로서 그 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기록을 세우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바람은 200km/h 까지의 속도로 독일 흑림의 북부지대를 싹쓸이하였는데 3천만 큐빅메터에 걸친 울창한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었다. 실제로 보지 않으면 상상이 잘 안 되겠지만, 내 기억으론 이 시기의 흑림엔 허리꺾인 장대 같은 나무들이 어딜 가나 보여서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듯한 죄책감이 늘 들곤 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 스무날 동안 지독하게 몸살을 앓는 동안 올해의 첫눈이 왔었다. 뿐만 아니라 폭풍까지 여러 날 불어서 몸..
이 곳은 한때 참 좋아했던 친구네 정원이다. 헤세 옆마을이어서 좋았고, 마당 가장자리로 끌여들인 개울이 하루 종일 졸졸거려서 좋았다. 산을 몇 개나 넘어야 다다를 수 있었지만 일년에 몇 번은 이곳에 발 디디고 살았다. 아래까지 내려와서 위를 올려보면 이런 풍경. 잔디가 자라면서 둔해졌지만 저 초록 잔디계단을 보면 헤세의 시 "계단"이 늘 생각났었다. 오르내리며 몇 번인가 친구에게 헤세얘길 한 것도 같다. 친구는 헤세보다는 괴테 편이었고 괴테의 저서와 생애를 꿰뚫고 있던 그녀는 특히 괴테보다 훨씬 젊었던 그의 아내*에게 연민을 가졌었다. 문학이나 창작 따위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나이 든 남편 괴테에게는 헌신적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친구 역시도 그녀의 서너 살 연하남편에게 퍽이나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성에서 좀 거닐자고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래서 만나러 가는 길, 자주 지나다니지만 그때마다 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양갈래로 갈라지는 이 철길이 그렇다. 드 갈래의 길 가운데 하필 저 멀리 햇살이 내리쬐는 한 방향만 찍었을까 나무 뒤로 숨은 해, 그로부터 나온 햇살이 눈부셔서 한참을 바라보았던 풍경. 이 아이들을 어찌할까나 ㅎㅎ 마치 만화 속 등장인물 같은 차림을 한 소녀들, 나이를 물어보니 8학년이란다. 6세에 주로 입학을 했다면 지금 얘네들 14세? 앞에 던져 놓은 게 학교가방일텐데 하필이면 아래 물이 가득한 분수대에 들어갔냐고 물으니 직직 찢은 바지를 입은 아이가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그냥...' 그런다. 딱 봐도, 뭔가 엉뚱한 것을 저지르고 싶고, 기껏 한다는 게 분수대나 들어가서 놀고..
해가 세의 동네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사진 왼쪽 희끄무레한 산 아래 칼브(Calw)가 있으니. 서 있는 곳은 해를 배웅하는 명소, 저 곳까지 등산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어르신 친구분들이시라 오르막까지 승용차로 돌고 돌아 올라갔었다. 아랫동넨 해가 진지 오래지만 햇살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이라 해서 발을 디딘 곳이다. 아랫동네 골목길 사진을 찍었는데 산 위, 우리가 서서 지는 해를 배웅하던 곳도 보인다. 우연이다. 다시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보니, 지난 몇 년간 망년회를 하러 열심히 규칙적으로 왔던 친구네 집이 보인다. 집 뒤에 작은 시냇가가 있고, 그 물소리 반주에 맟춰 새들이 늘 노래를 들려주던 곳이었다. 이제 친구는 갔고, 이날은 그 동안 날짜 조차 모르고 지냈던 친구 남편의 생일이었다. 집 ..
헤르만 헤세와 그 보다 훨씬 이전의 사람 요하네스 캐플러가 수학했던 김나지움이 있는 마울브론 수도원 앞마당, 윗길에 차를 주차하고 비탈길을 걸어내려 수도원의 입구로 향하는 중이다. 수도원은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데, 중세부터 쭈욱 이어서 건축 증축한 유서깊은 건물이 그야말로 보물이다. 지형으로 보면 멀리 포도밭 야산이 오른쪽의 수도원 건물을 감싼 듯 하고 수도원 뒤론 자연호수가 자리하는데 이날은 가지 못하였다. 사는 곳과 멀지 않아서 손 쉽게 올 수 있지만 5년마다 한번씩 올까말까, 계기가 없으면 딱히 들르지 않게 된다. 이 수도원이 독일만두 마울타쉐의 전설같은 탄생지이다. 수도원엔 예로부터 사순절이 다가오는 긴 기도의 시기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관습이 있다 한다. ..
8월 초하루 시편지 (daum.net) 불과 몇년 전에 이랬던 아이가, 마치 뻥튀기 기계에서 금방 나온 듯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고독한 마당일꾼인 나를 위해 이웃인 애들 엄마는 플라우맨과 배 한 바구니씩을 들여서 내 집에 보냈다. 일 하는 중에 맞은 귀빈이어서 탁자와 의자를 급히 마련하고 간식으로 준비했던 옥수수며 잡것들을 내어 놓으니 '엄마 갖다 드린다' 한다. 눈이 아름다운 아이는 이제 1학년이 되어 말 수가 많아졌다.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가 여럿인데, 그들과 논 이야기를 하느라 언니가 껴들 틈도 없다. 아직 핸드폰이 없는 11살 언니는 또래 친구들이 거의 다 가졌지만 자신은 그런 것은 아직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동생이 손모양으로 '이딴 만한 엄마 테블릿을 언니도 좋아한다' 하..
굵은 빗줄기가 햇살을 북북 찢는 중 소나무 배경에 아주 잠깐 소낙비 내린 것을 마당일 하던 중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가 좀 젖었으면 어때, 햇살과 빗방울, 소나무가 공존하는 중 운 좋게 나도 껴든 순간인데. 댓글 17 이쁜준서2021.08.13 22:38 신고 타이틀 사진을 보면서 어느 날 저가 늘 다니던 집처럼 그냥 저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 계시냐고 부른다면 하는 생각을 하고, 그 날 꽃바구니를 만드셨더라면이라 생각을 해 봅니다. 굵은 빗방울이 햇살을 북북 찢는 중이란 표현은 걸작입니다. 하하 그런 비슷한 느낌의 멀건 하늘에 갑작스럽게 지나가는 구름이 소나기를 오게 한 날은 많이 보았고, 묘한 느낌으로 보았고, 그런데 ' 굵은 빗방울이 햇살을 북북 찢는 중....' 그 속에 함께 계셨던 것을 축..
낯선 곳에서 맞는 새벽, 자못 설레는 기분으로 쨘! 하고 커턴을 여니 엷고 푸른 빛 물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이런 풍경이 나왔다. 기대하던 괜찮은 영화 한 편을 관람하듯 창가를 주시하며 멀리 알프스 하늘까지 뒤덮은 아침노을, 마지막 한 자락 뜨거움(!)이 사라질 때까지 다 지켜보았다. 노을이 사라진 창가의 근거리 풍경이다. 새벽과 아침사이 물빛 구름빛 심지어 나뭇잎 색깔도 환해지고 있는 중. 하루의 축제처럼 햇살이 드디어 가득하다. 사진의 오른 쪽 아래는 아침뷔페가 있고, 정오쯤 부턴 그냥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는데 메뉴나 맛은 글쎄, 그냥 그랬다. 특이한 게 있다면 이 호텔*은 자체 채소밭이 있다는 것. 한번은 내 테이블에 주방장이 와서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바로 다음 날 약속까지 하여 텃밭 안내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