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헤세 옆마을의 해질녘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헤세 옆마을의 해질녘

숲 지기 2021. 10. 24. 09:01

 

해가 세의 동네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사진 왼쪽 희끄무레한 산 아래 칼브(Calw)가 있으니.

서 있는 곳은 해를 배웅하는 명소,

저 곳까지 등산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어르신 친구분들이시라 오르막까지 승용차로 돌고 돌아 올라갔었다.

아랫동넨 해가 진지 오래지만

햇살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이라 해서 발을 디딘 곳이다.

 

 

 

 

아랫동네 골목길 사진을 찍었는데

산 위, 우리가 서서 지는 해를 배웅하던 곳도 보인다.

우연이다.

 

 

 

 

 

다시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보니,

지난 몇 년간 망년회를 하러 열심히 규칙적으로 왔던 친구네 집이 보인다.

집 뒤에 작은 시냇가가 있고, 그 물소리 반주에 맟춰

새들이 늘 노래를 들려주던 곳이었다.  

 

이제 친구는 갔고,

이날은 그 동안 날짜 조차 모르고 지냈던 친구 남편의 생일이었다.

집 매매 계약을 벌써 했다 하니,

앞으로 이 동네 올 일도 뜸할 것 같아.

 

 

 

 

 

.

Baumwipfelpfad Schwarzwald - Ausflugsziel für die ganze Familie (baumwipfelpfade.de)

사진 오른쪽 위, 소쿠리처럼 생긴 것이 북쪽 흑림의 명소가 되고 있는 

바움윕펠파데(발음 하는대로 적었는데 참 어렵다 ㅠ ) 

 

 

 

 

 

 

 

첩첩 산중에 우리 일행 뿐,

다들 지는 해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앞 의자 어르신 중 한분이 지독한 채식주의자이자 불교도인 친구 남편이고 다른 분은 목사님.

참 이상한 조합이다 ㅋ 

 

 

 

 

 

 

왼쪽 입구에 조그만 정자가 있는데, 패러글라이딩*을 하기에 적소라고

정자 지붕에도 그 모양을 얹어 놓았다. 

 

 

 

 

 

 

가만히 보면 멀리에 패러글라이딩 3개가 보인다.

날아다니는 꿈을 워낙 자주 꿔서

마치 저런 장치없이도 여기서 뛰어내리면 저쪽 산까지 날아 갈 것 같은데...ㅎ

 

 

 

 

아랫동넨 아마 지금쯤 어두워질 것 같다.

이 사진을 찍고 바로 하산을 하니 깜깜했다. 

 

 

 

 

하산하며 찍었는데, 

아랫마을이 보이는 전망대라 하여 의자를 뒀던 모양인데

나무들이 양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시야가 좁아져 있다.

 

 

 

 

 

 

큰 나무 윗가지엔 해가 비치는지,

붉은 빛이.....

 

 

 

 

 

 

차 세워둔 장소로 가는 중,

운이 좋아서 한번 더 해를 보고....

 

 

 

 

 

 

가도가도 어떻게든 나무 뿐인 흑림

 

 

 

 

 

이 낙엽은 친구네 마당의 것.

개울을 마당으로 끌여들인 참 멋스런 그 곳의 가을을 다음 편에.....

 

 

 

*패러글라이딩

본래는 헹글라이더라고 썼었는데 고맙게도 '페러글라이딩'이라고 일러 주셔서 수정하였다.

여깃말 Gleitfallschirm 을 멋스럽게 바꿔쓰려던 나의 무지가...ㅎ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 파란편지2021.10.24 12:11 신고

    흑림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전에도 더러 보여주셨으니 어처구니없다 하시겠지만, 진작 보여주시지 않고선.. 싶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아잔 브람이라는 스님이 쓴 책을 보고 있는데 마침 이런 대목을 보았습니다.
    "저는 가끔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기록에서 선정의 특징을 발견합니다. 특히 중세의 가톨릭에서 그렇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 같은 성인이나 '아빌라의 테레사' 같은 성녀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들이 선정을 얻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는 기도 중에 공중으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

    불교도 친구 남편과 목사님 모습을 보는 순간
    '헤세 닮은 사람 얘기를 하시려나?' 했습니다. 엉뚱하죠?

    답글
    • 숲지기2021.10.25 01:45

      어머나 교장선생님,
      저 분이 헤세 작품 어디에 갖다 놔도 어울릴 그런 사람입니다.
      흑림엔 마치 문학 작품 속에서나 있을 듯한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꽤 있다고 하고 그 구체적인 것을 알려드릴려면 제가 직접 써야 할테죠.
      숙제입니다.

      아 그리고 목사님은 두번째 뵙는데 얘길 별로 못했습니다. 성직자분들과 어떤 얘기를 할지 딱히 몰라서요 ㅎㅎ

  • 이쁜준서2021.10.24 16:18 신고

    멋지다는 말로는 모자라고 웅장합니다.
    저런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정말로 큰바위얼굴 같은 분이 나오지 않을까
    해 집니다.
    너무도 자연이 웅장해서 사람은 하나의 점 같다 싶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10.25 01:49

      이쁜준서님께서 표현하신 '사람은 하나의 점 같다'는 말씀,
      탁월하십니다.
      저 위 햇살 받으며 아래 어둠 속의 마을을 내려보니,
      참 대조가 되었죠.
      흑힘에 살아도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습니다.
      거의 다 못가봤을 겁니다.
      애인과 함께 갈까 해서 아껴두었습니다 하하

  •  
      •  
  • Chris2021.10.29 13:07 신고

    나무 사이로 비치는 석양 사진이 마음에 들어 댓글을 남깁니다.
    캐나다 중부 대평원 지역에 산 적이 있는데, 한 지점에서 서서 몸만 180도 돌리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지금은 숲이 많은 지역에 삽니다. 나무 틈새로 비치는 석양이 친근한 이유입니다.
    평원이든 숲이든 모두 아릅답습니다. 천국은 내 마음속에 있나 봅니다.

    답글
    • 숲지기2021.10.29 20:04

      햇볕을 종일 볼 수 있는 곳을 이제는 동경합니다.
      계곡에서는 하루가 참 짧지요.

      캐나다의 숲은 독일 흑림보다 훨씬 광활할 것이라고 여깁니다.
      숲지기라고 별명을 지었지만
      옛날 숲지기가 짓고 살았던 집에 삽니다.

    • Chris2021.10.29 23:00 신고

      옛날 숲지기가 살던 집. 숲속에 조금 고립된 위치. 작고 허술한듯 하지만 자연스러운 집. 캐빈 같은 집이 연상됩니다.

    • 숲지기2021.10.30 01:46

      그쵸, 그래야 하는데
      저는 그 덩치 마저도 관리를 잘 못합니다.
      짐승도 밤도 무섭죠.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