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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헤세 옆마을 정원 본문
이 곳은 한때 참 좋아했던 친구네 정원이다.
헤세 옆마을이어서 좋았고,
마당 가장자리로 끌여들인 개울이 하루 종일 졸졸거려서 좋았다.
산을 몇 개나 넘어야 다다를 수 있었지만
일년에 몇 번은 이곳에 발 디디고 살았다.
아래까지 내려와서 위를 올려보면 이런 풍경.
잔디가 자라면서 둔해졌지만 저 초록 잔디계단을 보면
헤세의 시 "계단"이 늘 생각났었다.
오르내리며 몇 번인가 친구에게 헤세얘길 한 것도 같다.
친구는 헤세보다는 괴테 편이었고
괴테의 저서와 생애를 꿰뚫고 있던 그녀는 특히
괴테보다 훨씬 젊었던 그의 아내*에게 연민을 가졌었다.
문학이나 창작 따위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나이 든 남편 괴테에게는 헌신적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친구 역시도 그녀의 서너 살 연하남편에게 퍽이나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괴테의 고장 바이마르(괴테의 고장) 여행을 친구는 나와 꼭 함께 하고 싶어 했는데
결과적으로 말만 무성했구나 싶다.
마당 나무들 사이로 우연히 집의 창문이 보인다.
이 댁에서 우리 6명이,
친구가 간 뒤 홀로 남은 그녀 남편을 위해 축배를 들고 있는 동안
저 창문으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떨어졌다.
유리창인줄 모르고, 창에 반사된 구름풍경 만을 보고 돌진비행을 했을 터.
마찰소리가 제법 커서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땐
적어도 70센티는 되는가 싶은 날개를 구기며 새 한마리가 아래로 꼬꾸라지는 중이었다.
아, 저걸 어쩌지 .... 라고 하고 말 하려는데
마치 맹수 같은 크고 높은 고양이 하나가 초고속으로 떨어진 새를 낚아서 수풀 사이로 사라졌다.
정말 눈 깜박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어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친구 남편이 "자연의 섭리인 걸....." 그랬다.
순간 나는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면, 저 살생 유리창도 자연의 섭리란 말인가 ?' 라고 대들고 싶었다.
그러나 참았다. 새는 이미 어떻게 되었을 것이고
친구 없는 친구네 집도 이제 팔았버렸다 하지 않는가.
이 곳 산골 개울가 집은
치과의사로서 근처에 명망을 얻었던 친구 아버님이 지으셨다.
(그녀의 부모는 가셨었고,다행히 아버님의 치과후임을 소개 받아서
나는 줄곧 만족한 치아치료를 받고 있다.)
건축가에게 맡겨서 지은 나름 꽤 예쁜 집이었지만 에너지 효용면에선 빵점,
겨울이 긴 흑림 난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마당엔 군데군데 새집을 달아뒀다.
새들 모이를 시간별로 주어서인지
이 정원엔 늘 새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었다.
정원 개울의 섬에 자리한 자작나무.
개울가에 떨어진 단풍들,
물소리 새소리를 듣고 저 만큼 성숙했을 몇 개를
손에 집어 들었다.
지난 6월말 친구가 운명할 때까지
햇볕 받으며 물소리 새소리 친구와 함께 듣던 몇 개 이파리들이다.
그들도 늙어서
이토록 자발적으로 붉어졌다니.
*크리스티아네 불비스(1765-1816)
-괴테의 아내. 그녀가 23세때 39세인 괴테(1749-1832)를 만났다.
당시 공장 청소부였던 젊은 그녀와 꿈 같은 연애를 했지만
여러모로 차이가 나서 결혼까지는 고려하지 않았었다.
연애하고 함께 산지 17년이 되던 해(1806년)
때마침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가 바이마르 괴테의 집까지 쳐들어 왔다.
크리스네 불비스는 소리를 지르며 몸싸움을 벌여 군인들을 문 밖으로 쫓았다.
이 일로써 크게 감동을 한 나머지 괴테는 그녀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알고보면 괴테 참 쪼다이다 ㅋ)
그녀는 괴테보다 젊었지만 괴테보다 훨씬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두 남녀가 만날 때부터 차이가 났던 지적 사회적 괴리는 평생 좁혀지지 않았다고나 할까.
남편으로부터 소외된 외로움을 괴테의 아내는 술로 달래는 일이 많았다.
급기야는 술 중독자가 되었고, 그로 인해 병을 얻고 죽음에 이르렀다.
그녀의 나이 50세였다.
-
소풍 간 느낌으로 보고 읽었습니다.
답글
'세상엔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구나(있는데......)'
'시를 읽지 않아도 되겠네.'....... -
하필이면 "달개비가 그리운 날"(이생진)에 댓글란이 없어서 여기에 시 '혼자 서 있는 달개비'를 옮겨 놓을게요~
답글
혼자 서 있는 달개비
둘레길을 걷다가 혼자 서 있는 달개비를 봤다
외로움이 반가워
스마트폰에 담아 집으로 데리고 왔다
유괴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짓을 하나 하고
네비버에 들어가 '달개비꽃'을 찾았더니
엉뚱하게 권훈칠이 나온다
그는 외로운 화가였지만......
그가 한 말이 달개비처럼 맘에 든다
'그린다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이 말을 달개비가 좋아할까 하고
스마트폰을 열어 달개비를 다시 봤다
아침에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2015.7.4)
권훈칠(1948-2004) : 서울대 회화과 출신으로, 대학원을 졸업하던 1976년 국전의 대상 격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987년 이탈리아 유학 이후 외부활동을 접고 개인 작업에만 몰두해 화단에서는 잊힌 작가였다.
권훈칠에 대한 주도 시 속에 있었습니다. -
긴 시간여행 같습니다.
답글
올 한 해 이 집 안주인은 가셨고, 혼자 남은 분은 집을 팔아 버리고,
일년에 몇번을 이 집에 가셨던 지난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접어 두셔야 할 것이고,
올 해 지금의 사진에서도 오랜 시간이 느껴 집니다.
새가 유리 문에 돌진 비행한 새는 떨어지고, 떨어지는 새를
고양이가 낚아 채어서 나무 속으로 들어 가버렸고,
생각으로 그린 그림 같습니다.-
숲지기2021.10.30 13:28
저만 느끼는 게 아닐텐데,
다들 참 의연하게 잘 견딥니다.
올핸 참 버거운 나날이었습니다.
새를 낚아 가는 짐승을 보니 처음 하는 '짓'이 아닌 듯 했습니다.
지들끼린 이미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한다는 것이 정해진 듯 말이죠.
그렇게 빨리 다음 순서가 기다릴 줄 정말 몰랐습니다.
비밀 속의 정원이라도 된 듯,
이젠 덮어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이지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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