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 보덴제 여름 호숫가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 보덴제 여름 호숫가

숲 지기 2021. 7. 29. 00:25

 

 

낯선 곳에서 맞는 새벽,

자못 설레는 기분으로 쨘! 하고 커턴을 여니

엷고 푸른 빛 물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이런 풍경이 나왔다. 

기대하던 괜찮은 영화 한 편을 관람하듯 창가를 주시하며

멀리 알프스 하늘까지 뒤덮은 아침노을,

마지막 한 자락 뜨거움(!)이 사라질 때까지

다 지켜보았다.

 

 

 

 

 

노을이 사라진 창가의 근거리 풍경이다.

새벽과 아침사이

물빛 구름빛 심지어 나뭇잎 색깔도 환해지고 있는 중.

 

 

 

 

 

 

하루의 축제처럼

햇살이 드디어 가득하다.

사진의 오른 쪽 아래는 아침뷔페가 있고, 정오쯤 부턴 그냥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는데

메뉴나 맛은 글쎄, 그냥 그랬다.

특이한 게 있다면 이 호텔*은 자체 채소밭이 있다는 것.

한번은 내 테이블에 주방장이 와서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바로 다음 날 약속까지 하여 텃밭 안내도 받았었다.

 

이야기가 딴데로 흘렀는데, 

사진 왼쪽 중간 쯤의 넓은 잎이 주렁주렁한 것은 오동나무인데

일명 공무원나무(Beamtenbaum)*이다.

그리고 오른 쪽 아래 울타리를 이룬 것은 놀랍게도 탱자나무.

 

 

 

 

 

 

탱자나무 울타리 옆을 서성이며 노래도 흥얼거렸다.

"이사가던 날 옆집 ..  각시되어 놀던.....헤어지기 싫어서...

탱자나무 울타리에 ...어쩌고..." 

다 까먹고 멜로디 몇 소절만 뇌리에 남았지만

탱자나무를 만난 반가움을 노래하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탱자나무 울타리 위 식당 테이블에 앉으면 이런 전경이 보인다.

내 방의 창가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초록냄새가 진해지고

아랫동네와는 더 가까워진 느낌.

 

 

 

 

 

자세히 보면 동네엔 마을버스가 지나는 중이다.

저 버스를 타고 산 중턱 숙소에서 호수변 배 선착장을 비롯한

각종 관광시설이 있는 아래 중심가로 갈 수 있다.

투숙객에 한해서 친절하게도 버스표가 공짜이다.

숙소에 차를 주차해두고 저 버스로 와인 마시러 오르내리는 재미도 괜찮고,

다들 마스크를 해서 그 모양새가 가관이었다. 

 

 

 

 

 

 

숙소 주변에 산책을 나서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

들판 숲 호수 마을 포도밭....이 나오고 또 나온다.

좋은 사람과 오면 참 좋겠다 싶지.

 

 

 

 

 

 

 

 

 

 

 

 

멀리 스위스쪽 알프스가 비교적 선명한 낮에 본 창가풍경.

언젠가 저 아랫동네를 한번은 기웃기웃 걸어봐야지 했다.

 

 

 

 

 

찍을 땐 풍경을 보았지만,

다시보는 사진에는 아래 탱자울타리에 눈길이 가네.

 

 

 

 

 

호수의 저녁풍경.

새벽만큼 극적이지 않지만 뭐 나름 봐줄 만 하다. 

코로나 시기가 아니면 뱃놀이 풍경으로

호수 위가 저렇게 심심하지 않다 하는데....

 

 

 

 

 

저녁을 먹다가 만난 반달 풍경.

아래 오솔길로 저녁마실이라도 가볼까 몇 번이나 망설였지만 

새가슴이어서 참았다.

 

 

 

레스토랑 채소밭과 주방장 아저씨,

음식 맛있네 라고하면 가진 것 다 퍼줄 듯한 뭐 그런 인품의 요리사로 여겨졌다.

 

 

 

 

*보덴제의 위버링엔 상트 레온하드 호텔 St.Leonhard Bodensee in Überlingen.

숙소 내부는 여느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아예 찍지도 않았다. 

코로나때문에 해외로 갈 수 없는 내국인 여행자들로 예약이 넘치고 더구나 지금은 여름 성수기.

보덴제 주변엔 딱히 여기 말고도 저만한 전경의 숙소가 많다.

*공무원나무(Beamtenbaum)- 봄이 한참 지나고 늑장부리며 싹을 내미는 것이

독일공무원의 나태함을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 파란편지2021.07.30 03:55 신고

    숲지기님!
    이 포스팅 참 좋습니다(멋집니다).
    맨 위 사진 한 장 한참 보며 참 좋다 했는데 그런 사진, 그런 글이 줄줄 이어졌습니다.
    좋은 음식이 한 가지만 나올 줄 알았는데 자꾸 나온 거나 같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는 정말 고급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갖고 싶습니다.
    오동나무는 참 못났기로는 일등인데 거기서는 그렇지 않아 그게 참 신기합니다.
    '공무원 나무? 뭐지?' 했는데 아래에서 파악하고 '공무원은 아주 세계적이구나. 세계적으로 사람들 진을 빼는구나....'
    온갖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41년간 공무원이었으니까 대놓고 욕해도 될 공무원......
    어젯밤에 보고 그새 반달이 되었구나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숲지기님네도 반달이네 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07.30 11:27

      저의 선친과 오라버니 등등 저희도 공무원 집안입니다.
      우리나라는 매우 존중받는 직업군이라고 듣습니다만
      독일에서는 태만한 직군으로 인식이 되어 있습니다.
      오죽하면 나무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싶고요 ㅎㅎ
      죄송합니다 교장선생님.

      보덴제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공유하는 호수인데, 비교적 저렴한 오스트리아 쪽에 숙소 정해서 하루 종일 이나라 저나라 왔다갔다하며 관광하면 좋습니다.
      주변에는 시대적 분야별 볼 것도 많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린 아마 식물울타리 치곤 가장 철저할 것 같습니다.
      나뭇가지에 달린 가시가 장난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사진이 단조로운 것은, 저 풍경에만 꽂혀서 다른 건 안중에 없었습니다.

  • 사슴시녀2021.08.12 18:17 신고

    처음보는 곳이지만 눈에 익고 반가운 경치들..
    독일마을 집뒤 구석길 따라 하루종일 걸으라 해도 좋을만큼
    전 독일마을 뒷길들이 좋습니다.
    저와같이 일하던 크루들은 백화점 찿아다니며 쇼핑을 다닐때
    전 동네 구석구석 뒷길을 걸었더랬습니다.
    담장이 높지 않아서 들여다보이는 독일마을의 뒷마당들은
    어떤집들은 꽃들로 어떤집은 채소밭으로
    아기자기한 모습이 정겨웠지요, 그러다 눈에 익은 꽃이라도 발견하면
    옛 동무 만난것 같은 행복함!
    탱자나무를 보신 숲지기님의 마음이
    아마도 같은 마음이 아니셨을까? ^^

    답글
    • 숲지기2021.08.13 01:01

      독일에, 특히 산골에 살아도
      저는 이곳 길이 좋습니다.
      산책도 좋고요, 그냥 운전하고 다녀도 좋습니다.
      그쵸, 시내 쇼핑하는 것보다 시골길 걷는 걸 저도 더 좋아합니다.
      텃밭을 가꾸는 집들을 구경하는 일은 참 행복하죠.
      탱자나무는 어릴 떄 본 것이어서 더 반가왔습니다.

      사슴님댁에 보물처럼 열린 우리나라 배들을 조금 전에 보았지요.
      제가 사슴님댁 옆에 산다면 일부러 지나다니며 기웃기웃 즐겼을 것 같아요.
      그 짧은 동안 어떻게 그렇게 풍성하게 농사지으셨는지 대단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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