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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일에서 장 담가볼까 본문
된장을 담갔다.
오랜 객지 생활에, 그 어떤 낯 설고 부정적인 감정이 목까지 차오를 때도
된장국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만사가 다시 평온해지곤 했다.
된장은 그러니까 나의 소울푸드인 것은 물론이고
내 정서를 가지런히 하는 마약 같은 식품인 셈.
이토록 소중한 된장을 만들자면
우선 콩부터 씻고 불려서 삶은 후 아래처럼 모양을 만든다.
이렇게 작년 11월에 메주를 쒔고
광주리에 담아 거실에서 건조시킬까 했지만
특유의 향(지독한) 때문에 단 이틀 만에 발코니에 내놓고 겨울을 났다.
그리고는 오늘 춘삼월 맑고 개운한 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재료라고 했댔자 소금, 생수, 메주와 이를 다 담을 항아리가 전부이지만.
어릴 때 나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살림을 책임지셨던 백모께선 한학을 하셨던 숙부에게 장 담그는 날을 꼭 받으셨다.
흔히 말하는 손 없는 날로 택일하는 일은
장 담그는 일 뿐만 아니라 메주를 쑬 때도 마찬가지이다.
집안의 대소사는 가장 어른이셨던 할머님의 지시로 진행되었으며
절대복종을 하는 상하관계가 뚜렷했었다.
소독을 한 항아리에 물 붓고 소금 넣기....
소금 1kg에 생수 약 8리터를 넣고
염도를 특정하는 계란 띄어보기 등은 생략했다.
메주가 위로 뜰 정도면 염도가 적당할 것 같아서이다.
작년 농사 지은 아주 매운 고추 다섯 개를 넣고 보니
구색이 맞는 것도 같은데 ,
그런데???
아뿔싸 숯이 없구나!
장작을 태워서라도 검은 숯을 만들어야 겠어.
앙증맞은 질그릇은 독일 전통 발효식품인 사워크라우트 담는 항아리,
얼추 맞아서 겨울동안 김장배추를 담았다가 비워내고
이렇게 장도 담근다.
'수처작주 입처개진'에 장 담그기를 올리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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