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강(獨江)에 비 듣는 소리 그 무엇이 우습관대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독강(獨江)에 비 듣는 소리 그 무엇이 우습관대

숲 지기 2019. 7. 12. 00:11

 

 

 

 

 

청강(淸江)에 비 듯는 소릐 긔 무엇이 우읍관듸

만산홍록(萬山紅綠)이 휘드르며 웃는고야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우을 때로 우어라.

/봉림대군(효종) 

 

시조의 작자는 봉림대군 즉 후일 효종이 되었던 사람.

왕자시절 일찌기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서 고초를 겪으셨는데,

이 시조가 쓰여진 시기도 그때이다.

작품 속 청강을 흔히들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라 하나 나는

볼모의 땅 청나라의 강이라 읽고 굳이 독강(獨逸의 江)으로 바꿨다.

또한 애국심이나 북녘정벌의 의욕 같은 큰 단어 대신,

다만 서정으로만 읽는다.

 

"독강(獨江)에 비 듣는 소리 그 무엇이 우습관대

만산홍록이 휘둘리며 웃는구나

두어라 춘풍이 몇 날이냐 웃을대로 웃어라."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숲의 활엽수들이 빗속에 까르르 웃는다

오는 비가 그저 좋을 뿐,

좋다는 것에 달리 무슨 말을 더 할까.

잎들이 웃고,

웃는 그들을 보느라 공연히 창가로 자주 간다.

 

오랜 가뭄 끝이다,

흑림 독강에 비 듣는 소리

 

 

 

 

 

 

 

 

윗글은 엉터리 버전이고, 

아래는 이 시조에 대한 교과서적인 해석이다(오해 없으시기를).

 

.............................

 

【어구 풀이】

<청강(淸江)> : 맑은 물이 흐르는 강

<비 듯는> : 비가 떨어지는

<긔> : '그것이'의 준말

<우읍관듸> : 우습기에, 우습길래

<만산홍록(萬山紅綠)> : 산에 가득한 꽃과 풀. 봄철 산을 덮은 초목. 꽃이 뒤섞여 울긋불긋하기에

<휘드르며> : 흔들면서

<웃는고야> : 웃는구나! ‘고야’는 감탄종지형.

<두어라> : 시조 종장의 첫마디에 흔히 쓰이는 말이다.

<우을 때로 우어라> : 웃을 대로 웃어라.

【현대어 풀이】

   맑은 강물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무엇이 우습기에

   온 산을 뒤덮은 울긋불긋한 꽃과 나무들이 몸을 흔들며 웃는구나.

   내버려 두어라, 이제 봄바람인들 며칠이나 더 불랴, (만산의 홍록아) 웃을 대로 웃어라.

【개관】

▶지은이 : 봉림대군(효종)

▶제재 : 빗소리

▶주제 : 청나라에 대한 원한에 찬 심경

【감상】

   봉림대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을 때의 심경을 노래한 작품으로, 청나라에 대한 원한에 찬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산에 가득한 꽃과 잎사귀에 빗방울이 후득이는 것을 보고, 꽃과 풀이 웃는다고 본 것은 참으로 기발한 착상이다. 온 산에 넘치는 봄기운을 눈앞에 전개시키는 장려웅대(壯麗雄大)한 작품이다. 한편, 이 시를 우의적으로 해석하여 '청강(淸江)을 청(淸) 나라, ‘비 듯는 소릐’를 볼모가 된 신세, ‘만산홍록(滿山紅緣)’을 청나라 사람, ‘춘풍(春風)’을 청나라 세력'으로 보기도 한다.

   우거진 숲에 비가 쏟아질 때에 후두둑 빗소리가 요란하고, 화초들이 모두 몸을 흔들어 대는 광경을 즐거워서 춤을 춘다는 뜻으로 포착한 착상이 기발하다. 의인법의 묘를 얻었다 하겠다. 무슨 그럴 듯한 우의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시조이다. 온 산에 넘치는 봄기운을 눈앞에 전개시키는 장려, 웅대한 작품이다.  

 

   강물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무엇이 그리 우습기에 온 산의 화초들이 저렇게 몸을 흔들어 대면서 웃는 것이냐. 내버려두려무나. 따뜻하고 상쾌한 봄바람이 며칠이나 더 불겠는냐. 그 즐거운 봄도 한때요, 곧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니, 삼춘가절이 그리 긴 것이 아니니, 지금 마음껏 한번 웃어 보라고 내버려 두어라.

   우거진 숲에 비가 쏟아질 때에 후두둑 빗소리가 요란하고, 화초들이 모두 몸을 흔들어 대는 광경을 즐거워서 춤을 춘다는 뜻으로 포착한 착상이 기발하다. 의인법의 묘를 얻었다 하겠다. 무슨 그럴듯한 우의가 담겨 있을 것 같은 시조이다.

 

   이 작품을 표면에 드러난  뜻으로 읽으면, 

   "맑은 강에 떨어지는 소리가 그 무엇이 우습기에

   산에 가득한 풀과 풀들이 휘어들면서 웃는구나.

   두어라. 봄바람이 이제 얼마나 남았으리 웃고 싶은 대로 웃어라"

라는 의미를 가져,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시조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깊은 뜻은 작자의 삶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효종은 조선 17대 왕 인조의 둘째 아들로 소현세자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왕위에 올랐다. 봉림대군鳳林大君) 시절 청에 볼모로 잡혀가 9년간 온갖 고초를 겪고 돌아와 왕위에 오른 뒤. 병자국치를 씻고자 온갖 노력을 경주하였으나 10년 만에 붕어하여 북벌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 작품은 청나라에 끌려갈 때 쓴 것으로 추측된다. 자기가 청나라로 끌려가는 것은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는 정도의 소란스러움에 지나지 않는데. 그것이 우습다고 웃는 꽃과 풀들이 도리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풀과 꽃들을 적군에 비유한 것이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비유가 뛰어난 작품이다. 종장의 '봄바람'은 뒷날 효종의 북벌 계획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강한 복수 의지를 나타낸 시어로 읽어도 좋겠다.

   대군의 자리에서 청에 볼모로 잡혀가는 것은 얼마나 치욕스런 일인가. 그렇게 잡혀가며 얼마나 서러워했을 것이며 얼마나 치를 떨었겠는가. 그런 수모를 씻을 복수를 어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왕위에 오른 뒤 북벌 계획을 세운 것도 그때의 수모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전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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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1619-1659) : 인조(仁祖)의 둘째 아들인 봉림대군이 조선 17대 왕위에 올라 효종이라 한다. 병자호란이 패전으로 끝나자, 형 소현세자 등과 더불어 볼모로 오랑캐 땅 심양으로 끌려가서 갖은 고초를 겪은 나머지 9 년만에 귀국하니 원한으로 몸부림칠 따름이었다.

   세자의 흉사(凶死)로 후일 왕위에 오르게 된 효종은, 장차 북벌전을 일으켜 지난날의 치욕을 씻고자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우선 산림파의 노학자 송시열을 등용하였고, 한편으로는 무장·역사(力士)를 널리 불러들여 무력(武力)을 기르며 군복(軍服)을 개혁하기까지 했었다.

   한편 효종은 시재(詩才)가 빼어난 데다 자질과 성질이 열정적이었으므로, 동생인 인평대군과 자주 노래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평생교육시설 진주 향토시민학교로부터 가져옴--사진 모델은 내 마당의 프라우엔만텔(Frauenmantel)  

 

  • 이쁜준서2019.07.11 23:16 신고

    사진을 보니 만산홍록들이 웃고들 있겠다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극심한 가뭄인데, 남쪽에는 200미리, 400미리 강수량이
    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리 지방에는 간간이 비가 하루 밤새에 많이 오기도 하기에,
    절말로 만산홍록이 웃을 정도로 입니다.

    옥상에도 2일간 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7.12 10:24

      저도 궁금했습니다. 옥상정원의 물관리는 어찌 하시는지....
      비를 따로 모으진 않으시나 봅니다.
      저는 텃밭의 조그만 오막살이 지붕에 내리는 물은 모아서 귀하게 씁니다.
      평소엔 그냥 수도물 식수를 뿌려주고요.

      만산홍록이 웃는 날 참 좋습니다.
      여긴 사납게 소나기가 내리다가 파란 하늘이 띄엄띄엄 보입니다.

  • eunbee2019.07.12 13:43 신고

    좋은 시 소개해 주셔서 고마워요.
    제 취향에 딱!!맞는 시라서 몇번을 읽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7.12 16:19

      은비님 좋으시다니 저도 좋습니다.

      우리 시조의 운율이 참 좋습니다.
      익히 알던 작품들도 무게 있는 큰 뜻을 살짝 내려보면
      되려 친숙하고 부담없어집니다.
      물론 이런 행위가 자칫 옛분들의 이름에 오명을 입혀드릴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제 블로그에서 노는 것이니까요.

  • joachim2019.07.12 16:09 신고

    ich hoffe, dir und deinen Zaehnen geht es wieder besser!!!

    답글
    • 숲지기2019.07.12 16:19

      MIr geht es wieder ok.
      Wie geht es dir?

    • joachim2019.07.12 16:31 신고

      Hi my dear, danke der Nachfrage: es geht mir ganz gut. Heute bin ich bei einer Geburtstagsfeier bei Prof. Knopf, emetierter Germanistikprofessor der Uni KA, Bertold-Brechtspezialist und Mitherausgeber der B. Brecht-Gesamtausgabe eingeladen, ein sehr interessanter Mann, wird sicher wieder spannend. Schoenes Wochenende

    • 숲지기2019.07.13 17:26

      Es gibt viele Koreaner, die die Arbeit von B. Brecht bewundern.
      Wie war die Geburtstagsfeier?
      Ich hoffe, du hast eine gute Zeit.

    • joachim2019.07.14 13:46 신고

      die Feier war grossartig, er hat eine neue Brechtbiografie herausgebracht, habe sie gleich besorgt. Und in der Nacht bin ich dann von Rueppur nach Hause gelaufen und bin in ein schweres Gewitter geraten, war paetschnass

  • 파란편지2019.07.13 16:30 신고

    굳이 '엉터리 버전'이라고 하셨지만
    '교과서' 버전보다는 그걸 눈여겨 읽고 싶었습니다.
    교과서 행정을 전문으로 했는데 신물이 났을까요?
    그렇게 읽으신 그 서정이 뚜렷이 떠오릅니다.
    '독강(獨江)'도 그렇고
    '다만 서정으로만 읽는다'도 그렇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7.13 17:24

      교장선생님께 딱 걸렸습니다요.
      교과서와 딴판인 것을 이렇게 버젓이 써놔도 될까 싶지만
      다행히 여긴 숲속 아주 구석진 곳입니다.

  • 노루2019.07.15 17:06 신고

    흑림에 내리는 비 초목들이 환호하고
    숲지기님도 함께 기뻐하시니 다 좋기만 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9.07.16 14:18

      숲도 좋지만 숲이 비에 젖을 때의 모습은
      자꾸만 창가로 가게 만듭니다.
      그 장면들에 참 많은 작가들이 감정이입을 시켰었고요.

      브레히트 작품 연구로 알려진 크노프씨는 노루님처럼 교수님인데
      이번에 그의 전기를 새로 집필하고 출판을 했었나 봅니다.
      저의 지인이 그분 생일파티에 갔는데 성대했다고요.
      위에 독일어로 댓글을 달았고요, 위에 댓글 단 분은 칼잽이셔요 외과의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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