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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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흑림 숲속 로시니 음악회

숲 지기 2019. 7. 31. 22:00

 

 

 

 

여름이라곤 하나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오고 안개까지 자욱한 일요일 오전.

이런 날은 느긋하게 집 안에서 게을게을 하면서 행동반경을 가능한한 좁혀 지내고싶다.

 

 

 

 

 

 

그런데 어쩌랴,

이미 작년부터 예정해둔 로시니 음악회에,

채식주의 친구의 며칠 전에 지난 생일도 축하해 주기로 했으니......

 

나 말고 이런 날 숲을 가로지르는 사람이 없다.

산을 몇개 넘는 동안 사람은 그림자도 안 보인다.

안개가 휘두르고 있기도 했지만 여튼....

 

 

 

 

 

 

 

 

 

 

 

 

 

작년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때에,

로시니와 그 외 다수 성악음악을 듣고 보게 된다.

 

 

 

 

 

이 도시는 축제동안 저렇게 로시니의 옛 사진들을 막대기로 만들어 곳곳에 꽂아 두었다.

 

 

 

 

 

일찌감치 공연장에 도착, 공연장 안으로 드니

가수들의 발성연습 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역사적 의미가 있어서 도시가 정한 보호대상 건물인 이 공연장도

개,증축이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사진은 건물 안에서 밖을 본 풍경.

는개가 내리는 중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연을 관람할 사람들이 모여든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 윗층으로 올라, 작년과 같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마음에 들었다 했더니 애써서 같은 자리로 예약을 해준 친구 덕분이다.

 

 

 

 

 

 

역사적인 이 작고 예쁜 건물의 천정도 한번 둘러 본다,

연주회 전에 딱히 눈 둘 곳도 없고.....

 

 

 

 

 

 

 

 

 

좌석은 다 차고,

허락된 곳엔 입석도 꽉꽉 찼다.

스위스 인접한 남쪽으로부터 온 옆자리 할머님들은

1주일 정도를 휴양 삼아 아예 이 도시에 머물며 로시니 축제를 즐긴다 하였다.

놀라운 로시니 사랑이다 싶어 놀라고 있을 때

"공연은 하루에 한번만 본다우,

두번은 너무 고되어서...."

 

생각 같아선 할머님의 얘길 더 듣고 싶었지만 무대의 커턴이 열렸다.

 

 

 

 

 

음악회 도중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옆에 숨소리까지 다 감지되는 공간인지라.....

대신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티는 중에만 카메라를 들었다.

 

 

 

 

 

 

 

망원경을 가벼운 것으로 바꿨다.

덕분에 팔에 힘도 덜 들어가고.....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음악이었다.

프로그램 전반부에 중국 가수들(적어도 4명)이 부른 아리아 너댓 곡 순서를 배치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대치에 못 미쳤다.

성량은 둘째치고 이채리어딕션부터 막막하고 답답하였다.

(같은 동양인이지만 우리나라 성악인들에게서는 단 한번도 느끼지 못한 것들이니

그 동안 얼마나 수려한 목소리 문화를 즐기며 살았었는지 알 만했다.)

 

흔히 말 하듯 '민폐'에 가까웠다고나 할까.

불만을 표하는 관중은 없없다, 다만 박수를 안 칠 뿐.

음악대학의 연구발표회만도 못한 저 소프라노들을 어쩌누.....쯔쯔쯧...

주최 측은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흑림 숲골짜기에서 이런 전문 음악회를, 그것도 매년 개최하는데

저들(실력 이외의 것으로 도움을 받는)이 필요했을까?

 

여튼 이대로 가다간 대참사이겠구나

 

 

 

 

 

 

초반부가 지나고 다행히 음악회는 작년의 감흥을 되살아나게 하였다.

그 시대 이티리 오페라의 거개가 그러하듯, 로시니의 아리아들은 유머가 풍부하여서

몇몇 재량있는 가수들로 인해 무대가 풍성해졌다.

이번엔 특히 로시니 외에 도니제티의 곡을 대폭 늘였었다.

작년엔 벨리니 일색이더니.

 

 

 

 

 

 

 

사람의 마음은 비슷비슷한가보다.

작년엔 기립박수가 자주 나왔지만 올핸 없다.

 

 

 

 

 

 

 

사진의 오늘쪽에 이날 최연소 관람자(채식주의 초댓글에 발사진을 이미 올린 적이 있는)가 보인다.

 

 

 

 

 

 

 

 

 

영국 로얄 오페라의 젊은 지휘자 에드문트 와이트헤드(Edmund Whitehead)*의 친동생 레오폴드이다.

음악 뿐만이 아닌 정치 문화 지질 등에 호기심이 많아서 대화와 토론을 즐기는 이 신중한 젊은이는 

놀랍게도 나이가 17세이다.

고교에 재학 중이나 불과 석달 전에 폐의 쇼크를 맞은 어머니를 잃고,

흑림 친구네집에 머물며 마음을 휴양 중이란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맞은편 야외에 실외악이 연주되고 있다.

춥고 비오고..... 해서 저 근처도 안 가고 친구네로 갔다.

 

 

 

 

 

 

 

 

*

Edmund Whitehead

http://www.roh.org.uk/people/edmund-whitehead

  • 파란편지2019.08.02 03:04 신고

    제목만 봤을 땐 흑림 숲속의 그 일상이 로시니 음악회 같은 느낌이려나 했습니다.
    비가 내렸다 하셨으니까 더위가 한풀 꺾이고 하면 그런 느낌일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kbs fm에서 오전에 '김미숙의 가정음악' 'kbs 음악실'을 들으며 로시니 이야기와 음악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자주 들려주었던 것 같습니다.
    숲지기님은 참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8.02 12:57

      이날 저는 몹시 지쳐 있었습니다.
      다행히 안개끼고 비가 내려주어서 기분 같은 건
      추위때문에 가지고 간 윗도리에 잠시 가릴 수 있었습니다.

      숲 운전을 할 때 라디오를 들으면 참 좋습니다.
      원하는 방송이 없을 땐 뽕짝을 흥얼거립니다 저는요 ㅎㅎ
      뽕짝을 제대로 끝까지 부를 줄 아는 게 없습니다 사실은, 배워야 하는데요.

    • 파란편지2019.08.02 15:29 신고

      그걸 뭐하시려고요?
      저도 두어 곡 정도? 이젠 그렇게 흥얼거릴 때 말고는 쓰일 데고 없는......
      그러니까 흥얼거리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어쩌면 생각나는 부분만 흥얼거리다 마는 게 당연하고.......
      꼭 필요하다면 검색창에 다 있으니까요 ^^

      제 느낌으로는 그 흑림 사이로 흩어져 사라지는 몇 소절이
      시 같고 민요 같아서 참 좋을 것 같네요.

    • 숲지기2019.08.10 01:03

      그래도 한곡은 끝까지 부를 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요 ㅎㅎ
      두만강에서 시작해서 백마강이나 부산~ 뭐 어쩌고 하는 가사로 끝나기가 일쑤입니다.
      지역이름이 들어간 가사가 그나마 뇌리에 남습니다.

      그쵸, 오래된 뽕짝가사들은 때론 시 같아요.
      검은숲을 오가며 혼자 되뇌이면 더 그렇고요.

  • thankyou2019.08.04 23:32 신고

    오늘도 기쁜 날!
    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여덞번째 달도 잘 보내시길…

    이곳도 들러 주시길....생명의 양식도…
    http://blog.daum.net/henry2589/344009
    감사합니다.

    답글
  • shinilc2019.08.05 15:41 신고

    이런날은 게을게을 이란 말이 참 정겹게 다가오네요..
    저런날에 저는 저 도로에서 라이딩을 하는 생각을 했네요..ㅎ
    로시니 음악회의 모습도 멋집니다..
    합창단을 해서 그런지 더 와닿습니다..
    8월에 춘천합창대회와 9월에 정기연주회가 있어서..바쁜 요즘이네요..
    흑림의 멋진 모습 잘 보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8.10 01:14

      숲길에서 라이딩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건강미를 뿡뿡 풍기며 쌩쌩 달리지요.
      합창을 하시는 분이 멋지게 라이딩도 하시고요
      또 맛난 지나잼도 만들어주시니,
      재주꾼이세요 신일님께선.

      합창행사, 성공적인 결과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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