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고추 옆에 깨꽃, 깨꽃 옆엔 노쇠한 토마토가 본문

촌부일기/텃밭이야기

고추 옆에 깨꽃, 깨꽃 옆엔 노쇠한 토마토가

숲 지기 2023. 10. 4. 03:58

 

폭삭, 이렇게 늙었다 나보다 먼저....

 

 

 

 

 

 

뿌린 씨앗대로 춘삼월에 싹을 보고 볕을 골라 쬐였더니

오월에 아이 발바닥 만한 잎을 달았지.

일이 많다 싶은 나날에 아차~!  시기를 놓치고 보니 6월 중순,

비실비실 키만 컸던 영양실조 애들을, 딱히 모종이랄 것도 없이

땅에 꽂아만 놨었잖아.

지들끼린 그래도 살아남자고 단합이라도 했었는지 

기적처럼 , 단 한포기 낙오없이 다 살았었다.

박수!!! 

이럴 때 박수치라고 손바닥이 두개 씩 있지 않겠어?

 

 

 

 

 

 

 

 

 

환한 가을볕을 깨꽃 사이로 걸러서 보면 더 환하다.

 

생명 있는 것들이 꽃을 보이는 것은 

그 한 생에게 끝이 오고 있다는 것. 

고추포기 옆, 나직나직 검붉은 망골드 옆 들깨꽃이 피고 있다. 

그냥 이렇게만 써도

저들의 생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나는 안다.

 

 

 

 

 

 

 

 

 

 

 

토마토는 붉어지려고 애 쓰는 것일까,

노쇠한 가지를 일으켜 세우는데 스스로 툭 부러졌다

마치 더는 연명할 의사가 없다는 듯.

 

 

 

 

볕난 중에도 몇 방울 흩뿌리던 비가 멎었다.

얘들아 이제 눈물을 거두고,

고속력으로 깨꽃을 피우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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