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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해질 녘 소나기, 여긴 독일 여름의 한복판 본문
늦은 오후,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햇살을 즐기자고
퇴근 후 가든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사,
예보에도 없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꽃들에게 농작물에게 물 주러 왔다가
내 머리 위에도 사정없이 물이 뿌려지는 중.
한쭉에 햇볕이 쬐는 중인데,
거의 장난처럼 굵은 몇 방울 물 뿌리면서 시작한 소나기,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다시 환해지기를 반복하네.
골머리 아픈 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때문인지
오는 비 맞는 일이 경쾌하다.
같이 비 맞는 중인 방울토마토와 깻잎과 꽃들도
나 만큼 기분이 좋아보여!
아주 잠깐이었지 싶은데,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동쪽 하늘 귀퉁이에 문득 이런 게 생겨났다.
왼쪽으로 연결된 쪽의 무지개.
해가 지고 있는데
떠 있는 저 멋진 것을 어쩌누.....
이제 어두워질 일만 남은 이곳,
무서워지기 전에
귀가를 서둘러야지
어렴풋이 사라지고 있는 무지개
먹구름이 채우는 중인 하늘에 무지개가 사라졌다
해가 꼴깍 넘어갔으니
있어도 안 보이겠지.
아니면 원래 없던 제자리로 되갔거나.
여름라일락,
늘어가는 어둠의 세력 가운데
마지막 보라빛을 발산하고
모듬꽃 바구니,
집에서 놀던 큰 과일바구니에 비닐봉지를 깔고 구멍 몇 개 뚫어 흙 채워
기분 내키는대로 꽃 모종을 심었었다.
불과 한 두달 만에 풍성해진 꽃바구니.
오른 쪽 보이는 가지는 벚나무의 것이고
멀리 오두막 창가 긴 화분에는
서 있는 흰 것과 늘어지는 붉은 제라늄, 그 사이 보라 작은꽃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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