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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57)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텔레비전이 돌아가셨다 /정병근 텔레비전이 꺼졌다 화면이 부르르 떨리더니 몇 번 번쩍거리다가 한 점으로 작아지면서 소멸했다 별빛이 사라지듯 이생의 빛을 거두었다 적색거성처럼 화면은 며칠 전부터 불그스름했다 옆구리와 가슴을 쿵쿵 치고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텔레비전은 한 번 감은 눈을 더는 뜨지 않았다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켜도 허사였다 오래 준비해 온 듯 텔레비전은 단호하고 고요했다 결혼하면서부터 함께했으니 근 25년, 나는 그렇게 텔레비전을 임종했다 집안의 큰 어른이 돌아가신 듯 마음이 허망했다 무릎을 세우고 텔레비전을 보던 고향 집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 무슨 말끝이었나 그때 나는 아버지와 텔레비전을 겹친 시 한 편을 썼었다 갑작스런 고요가 귀에 맴돌아 나는 방 안을 서성거렸다 아내에게 알릴까…… 바..
새가 다시 왔다. 어제 왔던 곳을 또 찾은 것은 도저히 아니 올 수 없었다는 것. -사진은 꼭두새벽 산수유나무 댓글 4 파란편지2020.03.16 02:17 신고 산수유도 있습니까? 그곳은 좋은 곳입니다. 새가 다시 찾는 곳, 그 새가 가야하겠다고 생각하는 곳이니까.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3.16 23:39 산수유가 있습니다. 좋은 우리나라에 살 땐 산수유가 어찌 생겼는지 굳이 알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산수유 뿐이겠습니까, 고사리도 우리나라에선 비빔밥에 올려진 것만 보았을 뿐인 걸요. 저곳엔 유독 새가 많이 찾아왔습니다.
눈과 도끼 /정병근 사진을 찍는다. 찍는 것은 지나가는 풍경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찍는 순간, 무한 중첩으로 명멸하며 향진하던 빛다발이 돌연 하나의 색과 모습을 띠고 내 앞에 도착한다. 확률의 구름 속을 어른거리던 우연이 필연의 인과를 입고 선명해진다. 나는 너를 찍었다. “차 한잔 할까요? 나라는 타인에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단일한 기억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내가 모르는 먼 곳에서 예쁘고 무사한 하루를 상심하는 사람아, 부디 내 눈에 들지 마라. 내 눈이 닿는 곳마다 폐허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카메라로 너를 찍는 것은 도끼로 너를 찍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나는 찍고 또 찍는다. 그 많은 꽃 중에 하필 너를 찍는다. 나는 눈이라는 미지의 도끼를 가졌다. ..
원래 2월은 28일이지만 4년마다 하루가 더한 29일이다. 그 이유가 뭘까? Julius Caeser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린다. 정확히는 365일 5시간 48분 46초. 그러니 365일로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12월에 입춘을 맞을 지경이었다. 옛 로마의 황제 율리우스 시저(줄리우스 카이사르, Julius Caesar)는 이 문제를 해결코자 달력 개정을 단행하였는데 매 4년마다 윤년을 정하고 그해 2월을 29일까지 두어 윤일이라 명한 것이 그것이다. 댓글 8 파란편지2020.03.02 04:13 신고 그러고보니 윤일이 지나갔네요? 카이사르 덕에 ^^ 저 단단하게 생긴 사람의 가슴에는 또 누구의 흉상일까요?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3.04 00:38 누구의 흉상일까요? 로마시..
적어도 온전한 하루는 투자해야 그 해 전시 판도를 피부로 알게 되지만, 이번엔 그냥 후딱 건냈다 ,굳이 이유를 말한다면 중국산 바이러스때문. 여튼-, 전람회와 관련한 일 계획을 미리 다 취소한 터였지만 그래도 아쉬워서 산책삼아 주말에 사브작사브작 예술거리를 거닐었다. 바이러스 사태로 겁먹었는데, 중국인은 커녕, 눈 씻고 봐도 마스크 쓴 이 하나 없다. 역시 나는 겁 많은 어리버리 ㅎㅎ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겔러리. 빌리 베기너(Willy Verginer)의 작품이 한눈에 들어 온다. 이미 몇년 전부터 전람회의 인기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이다. 처음 보는 이들은 쉽게 상상이 안 되지만, 작품들의 재질은 모두 나무이고, 빌리 베기너는 이태리 남 티롤 출신 나무 조각가이다. 내가 감탄한 것은 저 검은색 금색..
고흐의 달 /구석본 고흐가 귀를 버렸다. '사랑'을 말하는 속삭임이 '사랑'을 잃어버렸고 '슬픔'이라는 목소리가 '슬픔'으로 들리지 않았을 때 고흐는 귀를 잘라 허공으로 던졌다. 진실은 그늘처럼 언어(言語) 안에 있는 법. 오늘밤, 허공에 걸린 고흐의 귀 안에서 그늘이던 언어(言語)들이 일제히 빛으로 쏟아져 지상을 밝힌다. 꽃은 꽃의 그늘로 꽃다워지고 갈참나무는 자신을 지우는 그늘로 갈참나무로 꿋꿋하다. 말이 목소리를 버린 다음 빛으로 쏟아져 지평선의 그늘을 구부려 밝히고 눈부신 한낮, 빌딩의 그늘까지 환하게 밝혀 적막으로 쌓는다. 그대 이 순간, 영혼 안에 숨어 있는 목소리로 다시 사랑을 말하라. 그러면 사랑은 스스로 빛이 되어 슬픔까지 밝히고 끝내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눈물 속으로 젖어든다. 밤의 적..
피리부는 소년 사티로스(그리스의 satyros,로마에서는 마르시아스, 판Pan)를 산책 중에 만났다. 들고 있는 저 피리는 여신 아테네가 버린 것을 주운 것이다. 홀로 맹렬히 피리불기를 연습한 사티로스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피리를 제일 잘 분다고 여겨 아폴로와 경연까지 벌이는데, 보기좋게 패한다. 패한 댓가로 사티로스는 산채로 살가죽을 벗기는 벌을 받는다. 조각의 오른 쪽에 주렁주렁한 것이 그의 살가죽인지는 확실치 않다. 근처 바로크성 댓글 4 파란편지2020.02.01 02:00 신고 살가죽은 아니겠지요? 표정으로 봐서는. 옷이 아니었을까요? 누드로 피리를 불고 있잖아요. - 신들은 참........ - 피리 좀 못 분다고 살가죽까지 벗기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원......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
댓글 5 joachim2020.01.30 13:55 신고 was bedeutet Mondneujahr fuer die Koreaner/innen?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1.30 23:18 Unser Kalender ist ein universeller Sonnenzyklus. Im Gegensatz dazu ist der Mondkalender auf den Mondzyklus. Das Mondneujahr ist in Asien immer noch wichtig. Es wird oft das echte Neujahr Seul-Nal설날 genannt. 수정/삭제 숲지기2020.01.30 23:24 Es ist ein sehr effektiver Kalender für Fischer und B..
이쁜준서2020.01.30 12:52 신고 안개 속의 나무와 양들이 그림 같습니다.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1.30 13:23 우둔할 만큼 착한 동물이지요. 제 몸에 이불을 덮고 살지만, 그날은 꽤나 추웠던지 웅크렸습니다 보시다시피..... 수정/삭제 style esther2020.01.30 15:51 신고 조금있으면 예수님이 나타나실 것 만 같고...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0.01.30 23:42 역시!! 저 곳이 성스럽다고 인정하는 곳입니다. 왠지 기분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 있잖아요. 안개때문에 원경이 다 지워졌습니다. 그래서 양떼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요. 수정/삭제 사슴시녀2020.03.20 05:30 신고 제가 참 좋아하는 전경입니다! 웬지는 모르고요... 목장이나 소들이 떼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