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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눈과 도끼 본문
눈과 도끼
/정병근
사진을 찍는다. 찍는 것은 지나가는 풍경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찍는 순간, 무한 중첩으로 명멸하며 향진하던 빛다발이 돌연 하나의 색과 모습을 띠고 내 앞에 도착한다. 확률의 구름 속을 어른거리던 우연이 필연의 인과를 입고 선명해진다. 나는 너를 찍었다. “차 한잔 할까요? 나라는 타인에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단일한 기억 속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직 내가 모르는 먼 곳에서 예쁘고 무사한 하루를 상심하는 사람아, 부디 내 눈에 들지 마라. 내 눈이 닿는 곳마다 폐허가 도사리고 있다. 내가 카메라로 너를 찍는 것은 도끼로 너를 찍는 것과 같은가 다른가. 나는 찍고 또 찍는다. 그 많은 꽃 중에 하필 너를 찍는다. 나는 눈이라는 미지의 도끼를 가졌다. 137억 살의 눈이 아름다운 너의 모서리를 스친다.
ㅡ시집 '눈과 도끼'천년의시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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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망치기가 쉽다는 거군요~
답글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들은 그러겠는데요? "나를 찍지 마세요!" "나를 그냥두세요!"
그렇지만 그런 여인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나를 좀 찍어보세요~" "나두요~"
ㅎㅎㅎ~
정병근 시인의 저 시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훔쳐가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저 그림도 정말 좋은 그림입니다.
여성들, 특히 예쁜 여성들은 꼭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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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정병근 시인의 시
이 시 좋습니다.
풍경에 브레이크를 건다
나라는 타인에게 오신 것을 환영한다
요즘엔 셧터를 누르기 보다는
마음에 담기를 애씁니다.
셧터로 누르면
나라는 타인에게는 반밖에 안 오는 것 같거든요-
숲지기2020.03.11 02:31
맞습니다, 이분 시 참 잘 씁니다.
사진으로 꾹 눌러 담기보다는 마음에 담는다는 말씀,
배우고 싶습니다.
욕심이 많아서 노력한다고 될까 싶고요.
하많은 우연의 꽃 가운데,
찍어서 필연으로 선명해진 인과에 대해
저는 사죄합니다.
위의 싯구절처럼 '부디 내 눈에 들지마라'고 되뇌일 땐
이미 사정없이 찍고 난 그 다음이 아닌가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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