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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달

숲 지기 2020. 2. 17. 22:23

 

 

고흐의 달

/구석본

 

고흐가 귀를 버렸다.
  '사랑'을 말하는 속삭임이 '사랑'을 잃어버렸고
  '슬픔'이라는 목소리가
  '슬픔'으로 들리지 않았을 때
  고흐는 귀를 잘라 허공으로 던졌다.


  진실은 그늘처럼 언어(言語) 안에 있는 법.


  오늘밤, 허공에 걸린 고흐의 귀 안에서 그늘이던 언어(言語)들이 일제히 빛으로 쏟아져 지상을 밝힌다. 꽃은 꽃의 그늘로 꽃다워지고 갈참나무는 자신을 지우는 그늘로 갈참나무로 꿋꿋하다. 말이 목소리를 버린 다음 빛으로 쏟아져 지평선의 그늘을 구부려 밝히고 눈부신 한낮, 빌딩의 그늘까지 환하게 밝혀 적막으로 쌓는다.


  그대 이 순간, 영혼 안에 숨어 있는 목소리로 다시 사랑을 말하라.
  그러면 사랑은 스스로 빛이 되어
  슬픔까지 밝히고
  끝내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눈물 속으로 젖어든다.
  밤의 적막은 더욱 깊어져
  지상의 허공이 지평선 그늘로 이어지고,
  공중의 허공도 공중의 그늘로 스며들 때
  오늘밤 일제히 빛으로 울려오는
  '외로워'
  그대의 영혼을 밝히는 그늘의 말씀.


  교교한 달밤이다.

 

 

 

 

 

 

 

 

 

'''''''' 하필이면 '귀'였을까.

고호가 자신의 귀를 베어낸 원인에 대한 몇 썰이 있다.

혹자는 사랑하는 애인에게 자신의 신체일부를 선물로 떼어 주었다 하고,

혹자는 동료(고갱)과의 갈등 끝에 자해를 하였다는 것이 그것이다.

둘 중 어느 썰이 옳든,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이유가 존재하든  

저 정도의 자해를 단행할 정도면 (정신의)병이 매우 깊었을 것이다.

 

......... '속삭임에 사랑이 없고, 슬픔조차 슬픔으로 들리지 않아서'라는 싯귀로 봐서

 고호가 귀를 자른 유추가능한 이유로 윗시에서는 '사랑'에 심경을 굳혔나 보다. 

또한 '오늘밤, 허공에 걸린 고흐의 귀 안에서 그늘이던 언어(言語)들'이

'일제히 빛으로 쏟아져 지상을 밝히'니,

하늘에 걸린 귀는 필히 고흐 즉, 신앙심 깊은 목사의 맏아들 그 빈센트의 것이 맞다..

 

  • 파란편지2020.02.20 02:04 신고

    저는 고흐의 초상화까지 구석본 시인이 제시해놓은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구석본 시인을 따라가서 고흐가 귀를 떼내어버린 이유를 확실히 찾아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하필이면 초상화가 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달빛이나 달을 소재로 한 그림도 있는 것 같은데........... 하다가
    결국 '아, 이건 숲지기님이 이렇게 해놓았지!' 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고흐의 책을 곧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2.20 22:27

      나중에 하늘에 내다건 달 보다는 귀를 싸맨 자화상을 옮겨왔습니다.
      제딴엔 고흐의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그림보다는 그의 자산이던 고뇌와 함께
      시를 대하길 기대했습니다.

      구석본님의 시어도 회화적이고요
      운율은 생략되었지만 밤노래로 들립니다.

  • style esther2020.02.24 16:45 신고

    세상에는 고흐의 그림과 나머지 그림이 있다는 말에
    점점 더 공감하고 있거든요..

    사는동안 참 가난했던 고흐는 사람에게 연민이 너무 많아
    더 고통스러웠던 건 아닐까, 가끔 그의 그림을 보며 생각합니다..

    답글
    • 숲지기2020.02.27 13:31

      그런 말도 있군요, 고흐그림과 다른 그림이 세상에 있다는 말씀......
      인정합니다.
      먹고 자고 하는 생리적인 일 외엔 그림만 그렸을 듯한 고흐,
      천재성에 꾸준한 일관성까지 겸했으니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몇 번 블로그에도 썼습니다만,
      스위스 바젤에서, 그가 그린 마지막 그림을 만났습니다.
      검은 까마귀가 점점이 그려진 프랑스 농가의 황금빛 밀밭이었습니다.
      겔러리 문 닫는 시간까지 그 그림 앞에 있다가 나와서
      바젤의 시가며 그곳 라인강 다리를 몇시간이나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지금도 그그림을 생각하면 울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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