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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서시 / 한강 본문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시집 '서랍을 저녁에 넣어 두었다 '중
(오타가 났었던 점 송구스럽게 여기며, 수정했습니다)
..............
이 시를 처음 읽었다. 작가 한강의 시인 것도 알고 있었다.
'소년이 온다' 중, 잔혹의 극치(도저히 여기 옮길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얼버무린다, 쓰고 나면 정말 무서울까봐)를 묘사한 사이사이,
처량한 한숨같은 서정이 줄기차게 끼어드는데
바로 위의 저 서시 느낌이었다.
혼잣말 같은, 듣는 이가 있어 속삭이듯한....
'소년이 온다'를 독일어판엔 Menschenwerk (직역하자면 인간의 작업?활동? 생산? 그쯤 된다.) 로 번역되었다.
'소년이 온다'와 '인간의 작업' 중 어느 것이 더 어떤지 구별하기 뭣하고
기회닿는대로 원제를 꼭 챙겨 말해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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