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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별이 빛나는 밤과 살림 본문
살림
/이병률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고요
하늘 아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족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 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
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었습니다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중
... 자정 즈음에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바람이 어두운 창밖 고목나뭇잎을 부비며 내는 소리에 습한 비냄새가 난다.
별은 뜨지 않았다.
...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우리 단어가 가득 든 자루를 연상한다.
어떤 단어부터 꺼낼까.
골라 낸 첫 단어를 따라 문장들이 순순히 자루 밖으로 따라 나올 때는 운이 좋은 날이다.
그러나, 그래서, 그러다가... 시간을 끌며 접속사를 잇지만
끝내 마땅한 어휘를 찾지 못하고 궁색하게 얼버무리는 낯 뜨거운 날도 있다.
말로 하는 것이니 오자 교정은 필요치 않을지라도 이미 수북히 쏟아 놓은 비문은 어쩌누.
이럴 때 뒤로가기 클릭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긴 나는 말을 잘 해 본 적이 없다.
... 하늘 살림살이 혹은 별 설거지를 한 듯한 시 한편 냉큼 옮겨 왔다.
이런 밤 읽기에 좋아서
문득 정성들여 연필을 깎았다.
... 그림을 앞에 두고 시를 썼을까,
훗날의 시를 위해 그림을 미리 그려 둔 것일까.
.................
* 고흐가 그린 대표적 유화.
1889년 6월 25-7월 2일 사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며, 고흐 사망 1년 전이다.
73,7cm 곱하기 92,1 cm
1941 뉴욕 현대비술관이 소유한 이래 작품명'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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