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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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고구미 팔불출

숲 지기 2022. 9. 30. 05:07

 

고구마 좋아하는 줄 아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한 솥 고구마를  나를 위해  구워 놓곤 했었다.

군고구마 전용 냄비를 우리나라 방문시 동생이 준비했지만

짐 속에 넣는 걸 깜박했네 그랬다. 

고구마가 없었던 그 당시 독일에서 군고구마 냄비는 무용지물,

일부러 슬쩍 내려놓고 가져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독일에도 고구마가 있다, 그것도 내 밭에서 자란다.

분홍과 보라색 사이 뭐라 딱 결정내지 못할 오묘한 색상의, 

마음만 먹으면

고구마도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나는 치유불가 팔불출!, 눈에 뵈는 게 고구마 뿐이니...)

 

 

 

이른 봄에 다녀왔던 조지아 여행동안

이 만큼 순이 웃자라 있었고, 이들을 잘라 심었었다. 

독일 슈퍼의 희끄무레한 수입 물렁고구마와는 비교도 안 될 터,

인터넷에 물어물어 찾아 낸 근사치 한국고구마이다 .

 

 

 

 

여름 내내 이어졌던 폭염과 가뭄에 거의 물 없이 연명하였으니

자생력 만큼은 대단한 품종,

노력에 비해 수확이 풍성하니 미안하고 기특할 뿐이다.

 

 

 

 

 

 

위에 보이는 땔감 장작은 옆집 울리케의 것,

그 사이 잡초가 마치 밀림처럼 자라 있다.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잠시 그친 사이 캤고 

남은 두 포기를 더 캘까  망설이다가 

빠르게 손전화 사진을 찍었다. 

영광의 기념사진.

 

 

 

 

 

거의 야생이 되어버린 토마토.

모양만 예쁜 게 아니고,

톡톡 터지는 그 맛도 끝내 줌! 

 

 

 

 

 

 

얘 이름이 뭐더라???

방아, 방아라고 한다지 아마.

유학생 사이트에 씨앗나눔 응모해서 어느 고마운 한국학생으로부터 받았었다.

잎의 맛은 달착하고 향은 은은한 박하?  

흔히 말하는 한국박하인 것도 같고......

효용은 정말 모르겠다.

 

 

 

 

 

 

 

 

부추올씨다.

 

여름을 이긴 후 

기쁨의 꽃대를 올렸다. 

 

 

 

 

 

 

십 몇년째 키우는데, 도무지 포기가 늘지 않는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 

그저 고마울 뿐. 

 

 

 

 

만인의 깻잎,

이제 막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으므로 

깻잎 수확도 이게 마지막인 듯 하다.

언젠가부터 깻잎도 감상용이 되어가네. 

 

 

 

 

 

정희라는 친구는 고구마를 늘 고구미라 했고 

또 어떤 친구는 고굼씨라 했었는데

다들 잘 지내는지, 잘 지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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