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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늦은 오후 가을밭엔 본문
버찌 만한 총각무들.
가뭄에서 시작하여 가뭄으로 끝을 낸 지난 여름이
제 딴엔 버거웠다는 다른 표현이다.
그래도 동글동글 살아준 게 어딘가.
밭에 와서야 위로를 얻던 부족한 주인 때문에
네 잎에 구멍이 이리도 많아졌다니.
얼룩무늬토마토
해가 짧아지니
벌써 몇 주째 더는 익지 못하고 있다.
쉼 없이 수확했던 바질, 바질리쿰.
저 보랏빛 순을 잘라 소금과 함께 절구에 찧어 펴말리고
그것을 다시 절구에 찧으면 너무나 괜찮은 바질소금이 된다.
몇 포기는 화분으로 옮겨 오는 겨울을 집에서 나게 해야지.
노쇠한 들깻잎.
때가 되어 꽃을 보이고 또 그 속에 들깨까지 영그는 중대사를 치르느라
급격히 늙었다.
도무지 붉어지지 않는 고추들,
미쳤나봐!
사실은 붉은 고추 몇 개가 숨었다.
잔디 가장자리에 호박줄기가 있다.
호박포기의 원래 밑둥은 오래 전에 말랐지만
제 맘대로 나돌아다닌 줄기는 아무 데나 새뿌리 내리고 멀쩡하다.
사실은 인간의 생존도 다르지 않아.
고구마.
여름 내내 최선을 다해 자랐지만 요 정도.
좀 더 기다렸다가 캐야지
저 흙 속에 과연 고구마가 자라기는 하는 걸까?
정확히 지난 8월 6일에 파종을 했었다.
씨 뿌리는 일 대신 한국을 갔어야 했는데....
배고픈 누군가가 싫컷 먹고도 저렇게 많이 남겼어.
터키콩,불콩
나무 하나를 베어낸 미안함에 같은 자리에 콩을 심었다.
여름 내내 불 타듯 꽃을 보이더니
가을에 들자 콩이 좌르르 열렸다.
이게 또 미안함의 열매 같지.
호박밭 가에 문득 장미가 피었다.
두 송이씩이나.
장미꽃의 언어를 사람의 것으로 번역하고자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사이 벌써 어두워지네.
그 후 사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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