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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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퇴근 후 선택적 노가다

숲 지기 2022. 10. 9. 05:59

 

 

사과나무 가지들, 

이틀 전에 잘랐던 것인데 게을게을 하다가 

해 질녘에서야 초록 컨테이너로 갖다 버리는 중.

 

 

 

여전히 버릴 게 너무 많은 텃밭

 

 

 

 

 

열렸던 사과가 거의 다 떨어진 뒤인 이틀 전에 

손 가는대로 전지를 해놨었다.

보살핀 흔적이 없음에도

가지가 비좁도록 사과가 열리는 게 감사할 뿐 .

 

 

 

 

 

 

슙카레(앞바퀴가 하나에 양쪽 손잡이가 뒷편에 있는 운반기기)에 전지한 가지를 싣고

텃밭 입구 문을 나서서 초록 컨테이너로 가는 중.

왼쪽 팻말은 내 밭 거리의 이름인데 타게테스(지금 내 마당에 한창 피어 있는 황색?? 이름 모름)길이다. 

 

 

 

 

 

여기가 골고다 언덕,

짧지만 비탈져서 저 운반기기를 밀며 오르자면 진땀이 난다.

저 길을 오르며 

아, 어느 구세주도 이런 심경에 이런 걸음을 하지 않으셨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버릇없는 비교이다.

 

 

 

 

빈 슙카레를 밀다가

평소에 정리를 해야지 싶었던 층층이 나무에 꽂혔다.

사진엔 오른쪽 자유로이 자란 이파리나무

 

 

 

 

 

마음 먹고 1분 후에 이렇게 만들었다.

(수정, 1분은 아니고 10분쯤 걸렸지 않을까)

 

보기에 그리 나쁘지 않지만 

층층이나무를 전지한 이유는

녀석이 수 많은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가 떨어져서 어린 싹을 내니

원치 않은 일거리가 많아서이다.

 

 

 

 

 

요렇게 말끔히 잘라서

 

 

 

 

또 골고다 언덕을 오른다.

 

하늘 한 쪽에서 뜨겁게 응원해주던 노을이 식은 탓인지

앞서가던 나뭇가지가 춤추듯 너울거렸다.

골고다에서의 너울춤이라....

 

 

 

 

 

 

단지 몇 분 후였지만 갑자기 깜깜하다. 

그래도 경사진 언덕을 바로 내려간다.

 

 

 

 

 

 

짐을 싣고선 아래 보이는 언덕을 낑낑 제대로 오르지만 

이렇게 슙카레가 비면 그냥 가파른 지름길로 직행한다.

나 뿐만이 아니고 이웃들도 다 나처럼 하는 걸 보면 

인간의 머리는 오십보 백보.

 

 

 

 

아주아주 쬐끔 그렇네.

사람이 있어도 사람이 없어도 무서운 길

 

 

 

 

 

 

 

나뭇가지에 쟈켓을 걸쳐놨었구나

몸일하느라 더웠던 탓에.....

어두워서 더듬거리다가 뒤를 돌아보니 달이 훤히 떠오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보름? 

 

 

 

 

훤한(전지를 해서) 벚나무 사이로 달이 떴는데 

그 아래를 살피자니 머리 끝이 쭈볏하게 솟았다.

귀신 나올 것 같은 풍경, 지금보니 초록 컨테이너 보인다. 

하하 겨우 저 곳까지 가면서 골고다 언덕 어쩌고 했음.  

저 사진 찍은 직후 그냥 다 두고 주자한 차를 향해 뛰었고

귀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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