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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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늦은 오후 가을밭엔

숲 지기 2022. 10. 20. 06:32

버찌 만한 총각무들.

가뭄에서 시작하여 가뭄으로 끝을 낸 지난 여름이

제 딴엔 버거웠다는 다른 표현이다.

그래도 동글동글 살아준 게 어딘가.

 

 

 

 

밭에 와서야 위로를 얻던 부족한 주인 때문에 

네 잎에 구멍이 이리도 많아졌다니.

 

 

 

 

얼룩무늬토마토

해가 짧아지니

벌써 몇 주째 더는 익지 못하고 있다.

 

 

 

 

쉼 없이 수확했던 바질, 바질리쿰.

저 보랏빛 순을 잘라 소금과 함께 절구에 찧어 펴말리고

그것을 다시 절구에 찧으면 너무나 괜찮은 바질소금이 된다.

 

몇 포기는 화분으로 옮겨 오는 겨울을 집에서 나게 해야지.

 

 

 

 

노쇠한 들깻잎.

때가 되어 꽃을 보이고 또 그 속에 들깨까지 영그는 중대사를 치르느라

급격히 늙었다.

 

 

 

도무지 붉어지지 않는 고추들,

미쳤나봐!  

 

사실은 붉은 고추 몇 개가 숨었다.

 

 

 

 

잔디 가장자리에 호박줄기가 있다.

호박포기의 원래 밑둥은 오래 전에 말랐지만 

제 맘대로 나돌아다닌 줄기는 아무 데나 새뿌리 내리고 멀쩡하다.

사실은 인간의 생존도 다르지 않아. 

 

 

 

 

 

 

 

 

고구마.

여름 내내 최선을 다해 자랐지만 요 정도.

좀 더 기다렸다가 캐야지

저 흙 속에 과연 고구마가 자라기는 하는 걸까?

 

 

 

정확히 지난 8월 6일에 파종을 했었다.

씨 뿌리는 일 대신 한국을 갔어야 했는데....

 

배고픈 누군가가 싫컷 먹고도 저렇게 많이 남겼어.

 

 

 

 

터키콩,불콩

나무 하나를 베어낸 미안함에 같은 자리에 콩을 심었다. 

여름 내내 불 타듯 꽃을 보이더니 

가을에 들자 콩이 좌르르 열렸다.

이게 또 미안함의 열매 같지.

 

 

 

 

호박밭 가에 문득 장미가 피었다.

 

 

 

 

두 송이씩이나.

 

장미꽃의 언어를 사람의 것으로 번역하고자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사이 벌써 어두워지네.

그 후  사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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