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철 지난 추수, 무화과 총각무우 ..... 본문

촌부일기/텃밭이야기

철 지난 추수, 무화과 총각무우 .....

숲 지기 2021. 11. 15. 21:35

 

무화과 한줌 눈물겨운 추수를 하고 

수번이나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엄청난 강우량에 우박까지 수차례 내리친 중에도

끝까지 버텨준 애틋한 과일이었다.

 

 

 

 

 

들깨꽃송이, 내년 농사를 위해 덜 여문 상태여도 잘라서 잘 말려야 한다.

그냥 세워뒀다간 씨앗이 얼면 낭패가 되니.

우리나라에선 갈색이 되어 들깨 수확까지 하겠지만

유럽 중부, 위도 50도쯤인 여기 흑림에선 내년에 뿌릴 씨앗만 거둬도 만족한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거의 다 떨어졌나보다.

서너상자쯤 따서 창고에 넣어뒀고

저 낙과들은 수 많은 생명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미생물부터 지렁이 날짐승 들짐승들의 양식이 되고,

산화한 뒤엔 풀들의 거름이 된다.

 

 

 

 

 

 

 

 

 

 

 

들인 노동에 비해 가을내내 수확의 기쁨을 주는 총각무는

미국의 사슴님으로부터 그 씨앗을 받았었는데 보내신 분의 마음을 꼭 닮았다.

먹을 만큼만 취하고 사진의 저들은 밭에 세워둘 예정이다. 

겨우내 저 푸른 잎을 필요로 하는 들식구들이 있을테니... 

예를 들어 새, 토끼, 고슴도치 등등....

 

 

 

 

 

 

서리를 맞은 풋고추.

이제 이런 모습도 그냥 바라볼 수 있지만,

고추농사 첫해땐 저 모습에 눈물이 핑핑 돌았었다.

고추가 바지런바지런 열렸지만

붉어지기엔 여기 흑림엔 너무 일찍 추위가 찾아 든다.

 

저 고추들은 그 어떤 화학비료나 약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레 하나 먹지 않았는데 특별한 농법이 아니고 

그냥 할 줄도 모르고, 할 필요도 없었을 뿐이다.

 

 

 

 

 

 

 

 

 

로즈마리꽃이 피었다.

얘네는 마음만 먹으면 한겨울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알다가도 모를 로즈마리.

로즈마리의 저 뾰족한 잎을 따서 소금과 섞어 절구에 찧어 말려서

아주 훌륭한 로즈마리소금으로 쓴다.

내 감자요리와 고기요리의 격은 모두 로즈마리가 올려

줌.

 

 

 

 

 

으스스한 이 꽃사진은 

수채화나 그려볼까 해서 남겨둔 것.

 

 

 

 

 

서리맞은 코스모스.

흰 꽃잎이 반투명이 될 만큼 낡아서

내가 만난 코스모스 중 가장 짠한 꽃말을 하고 있어.  

 

 

 

 

 

 

총각무를 너무나 좋아하는 이웃여인 울리케,

얼른 몇 개 뽑아서 선물하는 중.

다듬어서 줄까 물으니, 그럴 필요 없단다.

어렴풋이 멀리 앉은 친구가 그녀의 동생 게하르트, 울리케는 오른 쪽에 서 있고.

 

 

 

 

 

 

길 저 끝에 아주 작게 내 바구니가 보인다.

총각무, 무화과, 들깨씨앗, 로마네스코시래기 등등을 넣어 왔다.

 

  • Chris2021.11.17 05:10 신고

    보기만해도 배부를 것 같습니다.
    제일 앞쪽 무화과는 말랑말랑 잘 익었을 것 같고,
    사과는 사슴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그곳 동물들 살판 났네요.
    캐나다 강사분들 한국 모시고 갔을 때 어쩌다 보신탕 이야기가 나와서 분위기가 설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안동(?) 에 가서 구경하던 중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을 설명해 주었더니
    'Beautiful'을 연발하면서 어제 저녁 때의 찜찜했던 느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반 너반' 나눠 먹는 마음씨가 참 넉넉합니다.

    답글
    • 숲지기2021.11.17 15:10

      큰 일을 하셨습니다.
      우리의 것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는게 어디 쉬워야지요.
      보신탕 근처도 가본 적이 없지만,
      그 이야기만 나오면 저도 기가 팍 죽습니다.
      참참...

      감나무에 달린 겨울 감과 까치는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가지 끝에 달린 감을 보며 어린 시절 긴 겨울을 보냈습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꼭 필요한 풍경 쯤으로 알았죠.


  • 이쁜준서2021.11.19 04:11 신고

    그야말로 자연농법,
    한국에서는 감나무는 약을 치지 않으면 풋감으로 다 떨어집니다.
    친구의 동생네는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으려고 감나무를 심었고,
    그렇게 4~5년인가 지나고 나니 약을 치지 않아도 감이 열렸습니다.
    토양에 감나무가 적응을 했던 모양이다 했습니다.

    자연농법으로 씨 뿌려 키우시다 잡수실만큼 수확하고 나머지
    남겨 놓으면 여러 생명들의 먹이가 되고 또 내년 봄에는
    농사를 지으시고,

    꽃만 가꾸고 아주 조금 먹거리 몇가지
    하지만, 꽃도, 나눌 수 있고, 고추 10포기, 상추 10포기에서도
    한 두번 나누어 먹을 수가 있습니다.

    농사란 말은 짓는다란 의미도 있고
    나눌수 있음도 있어 아주 좋은 말입니다.

    답글
    • 숲지기2021.11.20 00:54

      꽃나무나 또 먹거리들을 나누며 도탑게 우정을 쌓으시는 이쁜준서님,
      참 부럽습니다.
      건강한 사회 속에서 건강한 심신을 누리심을 본받고 싶고요.

      저는 작게 한다 해도 씨 뿌리다 보면
      저 혼자 먹기엔 많이 남습니다.
      거두는 것도 일이어서
      시간없고 귀찮을 땐 수확시기를 놓치기도 하고요.

      더러 나눠드리기도 했는데
      올핸 그 마저도 거의 하지 못하였습니다.
      깻잎도 호박도 또 총각무우도 말입니다.
      와서 가져가시라고 하면 너무 멀고, 갖다드리는 일은 저에게 건방진 마음이 생겨서 가능한한 자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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