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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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올해의 씨앗들을 수집하며

숲 지기 2021. 10. 25. 09:35

 

 

 

 

 

 

 

생명의 가장 단단한 상태가 씨앗일 것이다.

단단할 뿐만 아니라 운반에 용이하고 

저장하기에도 씨앗에 대적할 만 한 것은 없다.

 

소중한 DNA 정보가 저 쬐끄만 알갱이 속에 다 들어 있다니.

 

 

 

 

 

 

처음엔 이렇게 색상이 선명했는데

채취한 뒤 말리는 중에 폭삭 늙었다.

몸 속의 수분을 버리며 체중을 감량하고

스스로 탈색까지 하니, 

그 모습이 마치 흰 눈썹 휘날리는 도사 같다.

 

위에서부터, 아프리칸 바질, 개똥쑥, 주홍 치니안, 

 

 

 

 

 

 

 

칸막이가 있는 반찬 접시는 씨앗을 나눠서 말릴 때 편리하다.

반찬으로 오해되어 집어 먹힌 적은 아직 없다.

 

 

  

 

 

 

 

 

씨앗 중에도  제라늄의 것이다.

씨앗주머니로부터 불쑥 나온 씨앗은

마치 고치에서 나온 나비처럼 접혔던 흰털부터 사진에서처럼 펼쳐든다.

드디어 어디든 비행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 때를 놓치면 씨앗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여기서부턴 부록, 

사진 수확일지

 

 

 

 

 

 

폭우가 자주 내렸고 그 와중에 몇 차례 우박까지 와서

고추 식물들의 고생이 많았다.

포기 수는 50그루 쯤 되었지만,

이래저리 이유 있게 개미/진딧물, 새들에게도 나누고

결실로 거둔 것은 이게 전부.

 

김장용 고추를 얻겠다 했는데 과욕이 아닌 것이 

중간에 한번 주물렀다 내려놓은 듯한 4개의 붉은 것과

또 주홍색 2개가 매우매우 매운 하바네로 고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 줄긋기로 쓴 녹색은 아삭한 덜 매운 고추.

대추 만한 자잘한 것은 할라페뇨, 

오른쪽 줄의 파프리카 닮은 애들이 피미엔토스, 볽음용 고추.

 

그 외 호명하지 않은 아이들은 흑림을 대표해서 

매년 내 텃밭에 등장하는 이름 모를 고추들.

 

고맙고 황송한 풍작이다. 

 

 

 

 

 

 

발코니 토마토는 폭풍이 와서 일부러 떨어뜨리는 것(사진의 왼쪽 토마토) 말곤 

여전히 좋은 시절을 보내는 중이고

 

 

 

 

 

 

 이게 올해 수확한 고구마의 전부이다.

흑림 척박한 땅에서 저 만한 풍작을 한 것이 대견해서 먹을 생각을 안 하고

소쿠리에 담은 저 모습대로 감상만 며칠 째 하고 있다.

 

저 고구마로 말씀 드리자면 맛 없는 유럽고구마이고 

연초에 2개 슈퍼에서 구입하여 싹을 냈고, 지난 5월 중순에 밭에 내다 심었었다. 

군데군데 껍질에 황색이 보이는 것은 

껍질을 수세미로 박박 씻은 탓.

 

 

 

 

 

 

 

고구마 옆에, 아니 아래옆 거무튀튀한 것은 들깨꼬타리 부각이다.

참 별 걸 다 한다 하하

언젠가 한인들 모임에서 어느 어르신께서 이걸 만드셨는데

이름도 성도 몰랐어도 그날 식탁에서 인기최고였었다.

 

깻잎꼬타리를 찹쌀풀을 발라서 위의 사진처럼 말려두고

먹기 직전에 기름에 튀겨낸다.

인터넷에 물어물어 얻은 들깨꼬타리 부각 만드는 법이다.

 

 

 

 

 

 

마지막 사진은 끝물로 딴 깻잎.

저 깻잎들로 장아찌를 만들었다

2년 전, 1년 전에 담아 둔 것도 창고에 몇 상자 놀고 있는데.....

 

 

  • 파란편지2021.10.26 01:18 신고

    씨앗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씨앗은 각자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하여
    오늘 여기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숲지기라는 여성은 그 씨앗들을 어떻게 갈무리하는 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알았다? 그건 아닌 것 같고 구경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참 정갈하고 아름답습니다.
    숲지기라는 분이 그만큼 아름답기 때문일까요?
    그걸 확인할 길이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제가 아직 새파란 젊은이라면 인천국제공항으로 갈지도 모르는 일인데,
    비행기 타고 갔다가 쫓겨올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리 할 것 같았습니다.

    추신 저렇게 생긴 고구마는 어디에서나 맛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구마는 일단 고와야 하거든요.

    답글
    • 숲지기2021.10.26 02:13

      잘 하는 분들이 보시면 언짢으실 겁니다.
      교장선생님이셔서 격려해주심을
      잘 압니다. 그래서 더 감사드리고요.

      농사 지은지 어언 10 몇년인데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채소들 커가는 옆에서 너무 즐거웠었나 싶죠.

      고구마는 맛이 없어도 다 먹을 겁니다.
      며칠 후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호밀빵 구워서 고구마스프를 만든다 했습니다.
      생강과 코쿠마 호박씨 올리브유 마늘 등등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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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쁜준서2021.10.26 13:04 신고

    매년 씨앗을 채종해서 준비하시고 모종 키우시는 것은 2월인가?
    일찍 실내에서 하시고, 흑림을 대표하는 고추를 해마다 키워서
    넣으시는 맘,
    저는 바느질 당시기를 옆에 놓고, 한 땀 한 땀 색실로 무명천에
    그림을 그리신 듯 보였고,
    그래서 숲지기님은 아름다운 분이시라는 것은 새삼 더 느낍니다.
    저는 여자가 아름답다란 것은 아까워 해야 하고 아껴야 한다 싶어요.
    늘 젊게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글 읽으면서 생각되는 숲지기님이
    맘이 장면 장면에서 동감 되는 것을
    다 댓글로 적지 않았으니 제 댓글은
    오늘 참 함축 적입니다.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21.10.26 23:34

      느낌이 예쁜 '당시기'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반짇고리도 괜찮지만 당시기는 훨씬 멋스럽습니다.
      잘 봐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이쁜준서님 뵈면서 생명이 있고 꽃 치우는 것들을 어찌 다워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옥상에서도 그렇게 멋진 정원을 이루셨는데 땅 위에서야 죽먹기 아니겠습니까 하하 .

      갱년기를 맞고부터 노화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적응을 해야할텐데,
      많이 슬픕니다 ㅠㅠ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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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yle esther2021.11.05 13:48 신고

    올해도 정말 수고가 많으셨어요 숲지기님.
    거두신 씨앗들이 어쩜 이렇게 어여쁜지요.

    고구마 빠스'도 추천합니다.
    뜻밖의 메뉴로 ㅎㅎ


    답글
    • 숲지기2021.11.05 15:33

      바로 보셨습니다.
      씨앗들은 참 대견하고 예쁩니다.
      저렇게 담아 놓고 한동안 바라보며 즐깁니다.

      고구마 빠스,
      배워서 꼭 해 먹어 보겠습니다,
      조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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