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울리케의 상자텃밭과 잡담 본문

촌부일기/텃밭이야기

울리케의 상자텃밭과 잡담

숲 지기 2021. 10. 8. 07:54

 

 

 

 

텃밭 이웃 울리케는 주말만 되면 '오늘은 또 어떤 주제의 갈등을 만날까'라며

기대반 푸념반 어조로 되풀이 한다.

그녀 울리케는 약 3년 전부터 텃밭연합의 회장이 되었는데 

약 60여 텃밭가구연합을 대표하며 무보수 명예직인 그녀의 업무는

그야말로 이름만 회장인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들어 폭주하는 업무가 한가지 있는데 이웃간의 갈등이 그것이란다.

갈등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주말 오전오후엔 도통 개인시간이 없을 정도라 한다.

 

 

 

 

 

 

 

 

 

 

언듯 생각하기에 새로 들어온 이웃이 적응을 하며 일어난 일이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20년 30년씩 도탑게 정 쌓으며 지내다가 

요즘 와서 갑자기 뒤틀어진 이웃사이가 된 게 대부분이란다.

그들의 속사정 얘긴 들어 봤냐고 물으니, 

"왜 안 들었겠어, 양쪽 불러 놓고 하는 게 그건데.

근데 그들이 주장하는 갈등의 이유라는 게 ......"

유치하단 말이겠구나, 라고 선수를 치니 

"맞아, 이유가 너무 하찮은 것들이어서 할 말을 잊게 되는 거 있지."

그러면서 울리케는 '저러면서 어떻게 30, 40년 동안 얼굴 맞댄 이웃사이로 지냈을까' 싶단다.

듣고 보니 연령대가 지긋한 어르신들 같아서 확인차 물어보니,

그렇단다 60대 후반에서 70대 80대까지 퇴직자들이 대부분이시란다.

 

 

 

 

 

 

 

듣고 보니 참 서글프다.

한때 멀쩡했던 관계가 나이들고 보니 

매사에 예민하고 쫀쫀해지는 현상이라니....

 

타인의 얘기가 아닌 내 독백이기도 하다.

갱년을 겪으며 몸이 여성 호르몬 분비에 인색해지고부터 

나이드는 내가 자주 측은하다.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울리케는 어찌하여 부처님을 텃밭에 모셨을까? 

한번은 물어 보았다. 너 불교신자니? 하고.

아니란다, 그냥 부처님 얼굴을 대하면 단지 마음이 평온해져서란다.

참 대단하신 부처님.

 

 

 

 

 

 

 

벌들의 호텔 

 

 

 

 

 

앞에 잘 정돈된 텃밭이 울리케의 것이고 멀리 사과나무가 내밭.

 

 

 

 

 

저 상자텃밭에 울리케는 올해 벌써 3모- 4모작을 해냈다.

작년에 심은 마늘 수확하고

고추/오이/호박 심고 

수시로 상추며 당근은 심고 수확하고를 반복하였다.

 

 

 

 

 

바닥의 나무껍질 아래엔 천(?)을 깔았는데,

빗물은 새고 잡초는 자라지 않는 효과가 있다.

 

 

 

 

 

 

 

 

 

 

 

 

 

 

 

 

 

 

 

 

무궁화만 보면 마음이 더워진다.

 

 

 

 

 

 

 

 

노스탈자 장미

 

 

 

 

 

 

 

 

 

 

장미의 계절이 한참 지난 9월말경이고

어두어지기 시작한 때의 사진이다.

미리 좀 찍어둘 걸.

울리케가 오만 정성을 들여 키우는 장미인데.....

 

 

 

 

 

 

 

 

 

 

 

울리케의 퇴비 상자에는 호박이 자란다.

내년엔 나도 한번 따라해 봐야지.

 

 

 

 

 

 

 

 

 

 

  • 이쁜준서2021.10.08 13:33 신고

    술지기님!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도 익어야 하는데,
    노인이 되면 내가 자신있게 하는 것보다 자신 없는 것이 더 많으니
    이해, 양보는 없어지고 싸우지 싶습니다.

    올리케님은 농사를 참 잘 지으십니다.

    숲지기님의 사과나무는 어떻게 저렇게 많이 달렸나 싶고,
    혼자서 저 사과를 언제 다 따실까? 괜한 걱정도 되고,
    또 맛이 궁금하기도 해요. 하하

    답글
    • 숲지기2021.10.08 15:46

      잘 보셨습니다.
      울리케 는 텃밭 회장이 되고부터 더 모범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농사도 꼭 자기 성격대로 짓습니다
      저의 텃밭농사와 극명한 비교가 됩니다.

      바로 이웃이지만,진안 초봄엔 경고메일을 보냈습니다.
      사과나무 가지가 길가로 너무 뻗어 있고 또 너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뽕나무도 치프레스도 너무 높다 하였습니다.
      그녀는 한 달 정도의 기한을 주고 정리 하라 했습니다.
      이웃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회장이지만 이웃끼리 참 야심하다 싶었지만
      텃밭 정리 회사에 의뢰서 나무들을 잘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 년간 텃밭농사를 지어도 거둘 수 없는 목돈을 지불했죠.
      울리케는 그런 사람입니다,
      공과 사가 분명하지요.

      사과는 그냥 저대로 거의 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갈 때마다 한 광주리씩 담아 오긴 하는데,
      갖다 놓으니 또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사과는 집에서 혹은 밭에서 썩고 있습니다.

  • 파란편지2021.10.08 14:51 신고

    저 사과 다 어떻게 하나요?
    전 매일 아침 사과 반쪽 아니면 한 개를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예전에는 사과 과수원에 자주 가보았는데 저렇게 큰 사과나무는 처음 봅니다.
    몇 년쯤 됐을까 싶었습니다.

    늙으면 십중팔구 시시해집니다. 마치 어쩔 수 없는 한심한 공식처럼....
    그들은 저처럼 걸핏하면 옛날 생각, 옛날 얘기나 하고
    자존심 생각하고 현직에서는 당했지만 이젠 당하고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그러니까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도사리고 그러죠. ㅎ!
    농사 전문가 울리케가 (저 같으면) 죽을 지경이겠습니다.
    내일 울리케 만나시거든 그러십시오. 지켜보다 안 되거든 성질대로 해버리시라고,
    그것들을 아주 작살을 내버리시라고.
    그래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오늘 정원 일부를 보면서 "이민자들"이라는 멋진 소설의 첫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 소설 첫머리에 정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주 해묵은 정원, 돌보지 않는 정원, 사과였지요, 아마? 좀 따먹기도 하는....
    그 정원을 다 살펴보면 생각지도 않은 열매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맨 처음의 불상을 사랑할 것 같습니다. 정말 예쁩니다.
    둘째, 셋째는 왠지 좀 이상한 느낌이어서 다가가기가 싫을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10.08 16:01

      이민자들과 텃밭,
      두다 너는 마치 오누이처럼 아니면 결혼한 부부처럼 서로 딱 맞는 단어입니다.
      혼자 다 먹을 수는 없지만,
      텃밭에 봄마다 부추 싹이 오르고,
      깻잎을 심어야 하고
      푸릇한 풋고추를 따서 된장에 푹 찍어 먹어야
      객지에 사는 쓸쓸한 인생이지만
      깻잎 울어서 풋고추로써 위로를 받는다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이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터키 등등
      저희 텃밭 이웃들은 제대로 총천연색 만국기입니다.

      사과가 정말 맛있는데,
      하나씩 보면 못 생겼어요.
      그래서 누굴 갖다 주긴 그렇고,혼자 먹고 있습니다.
      한 5년 전인가 저걸 따모아서 독한 증류주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지인이 증류주 만드는 시스템을 구비 했었거든요.
      사과 2 가마니쯤 갖다 주고
      증류주 한 병 반 얻어 왔습니다.
      이 또한 마실 일이 없어서 창고에 그대로 넣어 두었습니다.

      불쌍히 제각각 얼굴이 다릅니다.
      그래도 저들 모두 부처 겠지요?


  • 유유2021.10.11 10:50 신고

    상자 텃밭이 묘한 운치가 있네요
    잘 활용하면 훌륭한 정원을 꾸밀 수 있을 것 같아요

    답글
    • 숲지기2021.10.13 01:41

      운치가 느껴지신다는 말씀을
      울리케에게 전하겠습니다.
      매년 그녀의 텃밭을 한번씩은 블로그에 올리는데, 올핸 좀 늦었습니다.
      합리적인 독일인의 성격이 보이는 정원입니다.

  • 사슴시녀2021.10.12 20:16 신고

    숲지기님에 이웃들의 아옹다옹~ 지구촌에서 있는 인간들의 모습 재미있어요!
    참 인생이 굴곡도 많고 힘든일도 천지인데 거기다 사춘기, 갱년기…
    무엇보다 갱년기는 저도 정말 힘들게 보냈어요.
    그때 시작한게 텃밭이었습니다.
    꼭 무엇을 얻기위함이 아닌 무언가에 집중할일이 제게 필요했고
    텃밭은 이제 제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텃밭일이 이젠 힘들다 하면서도 계속 합니다.ㅎㅎ

    숲지기님 많은사과를 이렇게 하시는건 어떨까요?
    씨를 빼고 나서 아주 낮은온도로 밑의 두께가 두꺼운 냄비에
    장기간 물은넣지말고 졸인답니다
    약 18시간이면 사과진액이 우려 나오는데
    채에 받아서 건데기 걸러내시고 진액만 가장 낮은 온도로 또 졸입니다
    이때 사과 진액의 농도를 사용할 목적에 따라 보시면서 알맞은 농도로 졸여서 팬케잌시럽이나 설탕대용, 또는 진액을 스파클링 물에 희석해서도
    따뜻한 사과차로 드셔도 좋구요.(계피를 첨가 하셔도 맛있답니다)
    전 많은 사과들을 그렇게 사용하고 있어요.

    답글
    • 숲지기2021.10.13 01:49

      사슴님께선 거의 전문가이시잖아요
      집 짓기도 힘드셨을텐데
      그 짧은 기간에 작을을 심고 수확하시는 것을 보고
      놀랍기만 하였습니다.

      사과를 냄비에 넣고.....
      꼭 한번 해 보겠습니다.
      사진으로는 볼만한데 올핸 우박이 자주 내려서 사과도 모양이 그렇습니다.
      정말 맛있지만 누굴 주기도 그렇습니다.
      말씀해주신 방법대로 꼭 한번 해볼까 합니다.
      사슴님 말씀이라면 콩을 팥이라 하셔도 믿으니까요 ㅎㅎ
      고맙습니다.

  • rhein2021.10.20 02: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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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늘밭고랑2021.10.30 18:03 신고

    사과가 많이도 열렸네요.
    한국호박도 보이고 .
    사람은 근본이 안 변한다 맞는 말입니다.
    젊어서부터 본래 성격을 드러내면서 사는 사람도 많고
    어떤 분은 나이들어 본래의 성격이 나오기도 합니다.
    농촌에 살면 여유롭지만 나이들면 작은 이익에 연연하게 되고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도 최근에 그런 작은 갈등의 무대에 나도 모르게 서게 되었습니다.
    좀 웃기지만 저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있었는데요 ㅎㅎ
    나이 젊은 제가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연로하신 분들 앞으로 사시면 얼마나 더 살까요.

    답글
    • 숲지기2021.10.30 22:51

      아무 것도 안 한 상태셨음에도
      갈등에 휘말리셨네요.
      사람 사이의 일은 설사 가족 안에서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지요.
      잘 하셨어요.
      젊으신 '마늘밭고랑'님의 이해심으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의 근본이 안 변한다는 말씀,
      글쎄요 타인들께는 모르겠고요
      저 만이라도 그런 말을 안 들으려 합니다.

  • Chris2021.12.20 05:17 신고

    나이들면(늙으면?) 더 쫀쫀해 진다.
    그런것 같습니다. 경험상...
    왜? 짐작은 가지만 이거다 하고 말하기에는 확신이 아직 부족.
    내게 한정된 것일수도 있어서. 좀더 연구 필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혼자 별 할일 없이 방에 앉아 지내는 사람일 수록 더 강팍해지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
    수도하는 사람은 혼자 하는데도 도 터지는데
    왜 보통 사람은 혼자 방에 두면 더 나빠질까요?
    이것도 내 짐작이지만,
    수도자: 항상 좋은 생각에 집중한다. ->화두
    고립된 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혼자 있으니 화난다. 오만가지 생각이 뒤섞이고 상당 부분 잡념이다. 내가 문제 제기하고 내가 결론 낸다.
    혼자 있더라도 텃밭 가꾸고, 이웃과 부딪치고, 하다못해 부처 얼굴이라도 보는 것이
    독거노인 문제점 예방하는 길

    답글
    • 숲지기2021.12.20 10:04

      수도자나 고립된 자나 혼자 거하는 것은 공통될 것인데,
      그 내용을 너무도 실감나게 비교하셨습니다.
      "내가 문제 내고 내가 결론 낸다" 하하 이런 일 자주 할 것 같아요.
      하다 못해 부처 얼굴이라도 데려다 놓는 게
      독거노인의 문제점을 예방하는 길이라고요.
      아, 희망이 보입니다,
      조만간 제 거실에도 부처얼굴이 등장할 것 같으니까요.

    • Chris2021.12.20 12:20 신고

      걱정 마십시오.
      꼭 대면만 communication의 방법은 아니니, 이렇게 글로 교류하는 것도 훌륭한 접촉. 부처 얼굴이 아니더라도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거울 보는 것. 내 얼굴을 내가 보는 경우가 화장 할 때를 제외하고는 드무니, 맨 얼굴을 자주보면 반성이 될 듯. 웃을 때의 나와 입꼬리 처진 나를 보면 어떻게 해야 내가 살 길인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웃습니다.

    • 숲지기2021.12.20 14:40

      딱 요즘에 필요한 조언을 주셨습니다.
      코로나 시작하면서 화장품 쓸 일이 없습니다.
      립스틱을 바르면 마스크만 더러워지니까요.
      그러니 거울 속에서 입꼬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볼 일이 뭐 별로 없죠.

      그래도 웃으란 말씀,
      일부러라도 웃으란 말씀,
      귀하게 읽습니다.
      감사해요 크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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