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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엘사스 지역, 스트라스부르크 옆, 성 오딜리아* 산에 올랐다.성오딜리아라는 성인의 이름을 딴 수도원이 있는 이 곳은엘사스 지역 뿐만이 아니라 중부 유럽 일대에서도 가장 알려진 성지의 하나. 차 한대를 다 채울 4명 친구끼리 한 주 전에 의기투합, 계획했었다.원래는 일찍 출발해서 수도원까지 걸어올라 아점심을 먹자 했지만 다 모여서 출발지를 벗어난 게 정오가 지나서였다.우리 중 피아니스트 친구 F가 무려 3시간도 더 늦게 왔기 때문이었다.나와는 음악 작업을 함께 하고 있기도 한 이 친구는모임때마다 번번이 늦어서 "시간예술 하는 친구가 왜 이모양이냐"는 핀잔을 주어온 터였는데이날은 아예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지각을 했다.나 말고 다른 2명은 이 와중에도 그래도 와 준 게 어디냐는 표정이었다.그러고 보니 ..
덥다덥다 하지만 농삿일은 더울수록 좋다. 밭의 식물들이 그렇고,재량껏 커가는 그들 옆의 나도 이 여름, 이 순간이 아찔할 만큼 좋다. 토마토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어제 수확했는데 다시 저렇게 색색으로 열려 있다. 다양해 보이지만 내 혀엔 저들 맛엔 별 차이없고 그냥 검은,노란,붉은 토마토 정도. 나 하나 먹여살리려 애쓰는 듯하지만 저들대로의 생의 희열을 만끽 중일 것이다. 이런 중에 나와 작물들은 서로 섬기기를 교환하고 있다.저들의 시녀를 자처한 나는 궁극적인 독식자이기도 하니. 좀 전에 고추 하나를 된장에 찍어 먹다가 혓바닥이 아릴 정도로 매워서 혼났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참 기특한 내 밭. ..
아 볕이다! 이른 아침 여름볕이 비스듬히 들어올 땐 '아, 이 은총을 어쩌지?" 싶어서마냥 그 곳에 우두커니 서 있게 된다. (사실은 너무 좋아서 우물쭈물...) 식물들이 볕 아래 벙긋벙긋 웃는 모습,나도 그들 닮은 얼굴로 핸드폰 사진을 찍는 중. 오늘은 특히 2주 휴가의 첫날,책장을 스치다가 움베르또의 '장미이름으로'가 눈에 띄어 꺼냈다.별써 몇 년째 첫부분만 적어도 서너 번 반복하였지만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았던 책. 여름볕이 좋아커피 홀짝이며 사진 몇장 담다 보니 배가 고파, 아침을 급히 차렸다.아보카도를 얹은 곡밀호박씨빵 고목나무가 여름볕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아침식사와 함께 신문을 다 읽고'장미이름으로' 또한 조금 읽고커피도 두잔 더 내려서 마셨다. 이런 평범..
주말아침 청소삼매경일 때 절친 유타가 문자를 했다."산책갈래?" 라고 라고 해서 그러자 했더니대뜸 "등산은 어때?" 라고 강도를 높힌다.고민 1초도 없이 "그러지 뭐." 라고 하고몇 시간 만에 배낭 꾸려서 떠났다. 친구나 나나 요즘 부쩍 쌓인 게 많아서 어디 뭐든 좀 꾹꾹 밝고 와야 할 처지, 그래서 원 없이 밟고 또 밟은 끝에 전망대에 올랐다.앞 사진의 오른쪽 표지판을 찍은 사진.근처 흑림 도시(마을)의 지명 표시가 되어 있다. 오른 쪽 아래 길게 보이는 도시가 밧 헤렌알프*.수도원과 박물관, 숲병원 등이 자리한, 지역에서 꽤나 알려진 관광명소이다. 전망대의 왼쪽 전경.왼쪽 가장자리, 산을 몇 개 너머에 라인강이 지렁이처럼 뉘어 흐르고 있다. 종일 웅크렸던 하늘이 이때쯤 굵은 빗방..
가시/ 정호승지은 죄가 많아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손등에는 채송화가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장미는 시들지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슬며시 그만두었다- 정호승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2004 장마 / 안상학세상 살기 힘든 날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강가에 나가..
여름의 한 복판이다.뜨거운 시간을 산 하루를 위로하듯 거의 날마다 대지의 이마 위가 붉게 물든다. 해가 막 지고 어둠이 거의 올림픽 1백미터 달리기 선수의 속력처럼 밀려드는 때. 모종하기엔 한참 늦었지만 여러 사정으로 늦어진 모종을 일터 동료로부터 받고 부랴부랴 만든 호흐벳(Hochbeet)에 심었다.가지 토마토 고추들.... 이른 낙과,사과나무 아래 잡초를 정리한 덕분에 그나마 덜 지저분하다. 어린 포도나무, 햇수로는 3년이지만 올해 옮겨 심고 나름 잘 자라고 있다.글로디올러스 붉은 꽃은 우연히 동석하였을 뿐... 볕이 점점 줄어들고어둠이 대지를 장악해가는 중 노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머잖아 호미를 씻고 나도 하루의 땀을 씻어야지. 오두막 안 풍경...
감자꽃 필 무렵 / 허림 아날로그 시계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고 있다감자꽃이 피었다내면 광원 월둔 골짜기안개 풀리면서땅 속 감자가 여무는 동안안부 편지 한 줄 쓰지 못했다산그늘 먹물로 풀리는그날 저녁밥은 먹고 사냐는 문자를 받았다- '말 주머니' 북인, 2014 가난한 풍경 / 조동례외롭다는 이유로세상 등지고 싶은 사람 하나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건그도 배고프고 나도 배고팠던 것세상을 등진 그가나에게 한 발짝 다가오면벼랑을 등지고 사는 나물러설 곳이 벼랑이어서벼랑이 한 발짝 가까워지는데아는지 모르는지간절하고 절박한 마음 하나로물러설 곳도 나아갈 곳도 잊고주머니에서 풀씨 몇 개비상금처럼 털어내고 있다하마터면 나도 외롭다는 말을탈탈 털어놓을 뻔했다- 조동례,『달을 가리키던 손가락 』(삶창, 2013..
인생의 전환점을 누구보다 잘 돌아온 세기적인 두 여인 영국의 카밀라 왕비와 프랑스의 브리기테 마크롱 영부인이 또한 세기적인 상륙작전 기념일에 만났다. 마치 누가 누가 더 잘 했나 경쟁이라도 하듯 다른 스타일의 같은 흰옷 차림이다. 흔히들 D-Day 로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80주년 기념행사에영국과 프랑스는 물론 세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던 모양이다.사진의 두 여인도 그들의 남편을 따라 와서 나란히 헌화를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브리기테 영부인이 손을 잡으려 하자 카밀라 왕비가 뿌리치고 다시 시도했음에도 냉정히 ㅋㅋ 이게 재미있어서 우럽 언론들은 연일 떠들고들 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영국 왕실에서는 그들의 신체를 일반인과 접촉하는 것을 엄히 규제한단다.하도 왈가왈부해서 영상뉴스를 보았지만 짧은..
이슬/이기철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았으므로저 순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아무 것도 먹은 맘 없었으므로저 순결에 도달할 수 있었다나락이 어딘 줄 모르므로 공중에 매달릴 수 있었다누굴 한 번 지독히 사랑한 적도 미워한 적도 없었으므로저리도 투명한 몸일 수 있었다숨어서 지내는 일생이 전부인 물방울피마저 하얘서 물방울인 이슬가시에 찔리면 제 피를 어디에 잠궈 두나 산에 사는 작은 새여 / 장석남감꽃이 나왔다신문을 접고 감꽃을 본다참 먼 길을 온 거다벽에 걸린 달력 옛그림엔 말 씻는 늙은이 진지하고살찐 말은 지그시 눈 감았다어디서 나비라도 한 마리 날아와라날아와서 말 끌고 가라성밖 막다른 골목 어귀에 자리 잡고 살지만번거롭다, 밥이나 먹고 사는 일이야 간단할 것인데이 눈치 저 눈치 며칠째 이 小市民을..
딱따구리라는 새에 대해 오래 생각했었다.학술적이거나 탐구를 위해서가 아닌, 다만 그들 작은 몸이 쉼없이 해대는 망치질 때문이었다.제목에도 썼지만 하루 1만 2천번까지 망치질을 한다고 하니 몸체는 23-26cm,몸무게 60-90g의 제구로 견디기엔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어디까지나 사람에 준한 것이지만 그들은 유독 휴일에 부지런하다.예를 들어 공휴일이나 일요일 혹은 휴가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는 중일 때가 그렇다.독일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잔디를 깎거나 기계음 같은 소음을 내는 것이 법에 위배되어 즉각 벌금조치가 내려지지만 인간이 정한 휴일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딱따구리는 휴일만 골라서 망치질을 해대는 듯 하다.(평일에도 딱따구리가 부지런할까? 사실 난 잘 모른다.) 교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