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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한해 딱 한번 규칙적(?)으로 교회를 가는데 그게 오늘이다. 아이들의 성탄극을 보고 관련 찬송가 몇 구절 따라부르며 참여하는 맛이 좋아서이며 기꺼이 자발적으로 종교세를 내며 하는 유일한 종교행위라고 생각한다. (점점 많은 독일인들이 기독교로부터 탈퇴하고, 그에 따른 종교세 면제를 받고 있는 추세이다) 성탄이 다가오면 이미 몇 주 전부터 동네 교회 게시판에는 성탄극을 안내하는 방이 붙는데, 나 말고도 이 프로그램에 눈독들이는 사람이 많아서 몇 십년 독일에서 사는 동안 1년에 한번 주기적으로 만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 곳에 오는 유일한 동양인이어서 , 내 얼굴은 이 작은 동네 사람들에겐 이미 눈에 익었을 터였다. 올핸 반으로 줄어든 관객 탓에 교회의 윗층을 폐쇄했다. 예년 같으면(코로나 이전) 발 디딜 ..
며칠 전, 2023년 망연회 가는 길에 아주 잠깐 들렀던 크리스마스마켓. 입구가 딱히 없어서 적당히 중간으로 들어갔다가 밀려드는 인파에 아차 싶어서 결과적으론 바로 탈출구를 찾았지만 말이다. 크리스마스시장 특유의 바람개비 즉 크리스마스피라미드. 가정용은 저보다 훨씬 작으며 원래는 집안의 솜씨 좋은 누군가가 만들었다는데 아래 촛대에 춧불을 밝히는 그 열기로 위의 바람개비가 한 방향으로 회전을 하는 것. 크기스마켓의 저 모형은 아래 실재로 의자며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서 음료를 마시고 담소할 수 있다. 가게들은 주로 달착지근한 크리스마스 쿠키를 팔고 퇴근 직후여서 시장끼가 있었지만 저 어마어마한 군중 속에서 차례를 기다릴 인내심이 없다. 여긴 더 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둥근 ?? 이름을 모르겠네. 독일말로는..
꼭두 새벽에 독일을 나섰다. 무려 900여 km 의 대장정, 네비게이션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찍고 남으로 남으로...... 왼쪽인 동쪽에 해 뜨느라 장관이 펼쳐지겠지만 어림잡아 핸드폰 단추를 누를 뿐, 운전에 집중하였다. 이곳은 독일과 스위스 국경 직전이었지 싶고, 검문소를 가볍게 통과, 다시 남으로 남으로.... 호수의 나라, 스위스를 지나는 중이다. 여기가 루체른호수? 였지 싶다. 마음 같아선 잠시 멈춰서서 눈호강을 누리고 싶지만 눈치껏 서행을 하며 손전화에 담았다. 터널이 가까워지고 , 터널을 달린 후의 풍경이 바로 앞글 '12월에 읽는 시' 의 사진에 올렸었다. ............................... 피렌체에 도착하니 밤이다. 주차 후 숙소 체크인하고 골목길을 나서니 소나기가 쏟아..
손의 고백 / 문정희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의 손이 언제나 욕망을 쥐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는 말도 거짓임을 압니다 솨아솨아 작은 오솔길을 따라가 보면 무엇을 쥐었을 때보다 그저 흘려보낸 것이 더 많았음을 압니다 처음 다가든 사랑조차도 그렇게 흘러보내고 백기처럼 오래 흔들었습니다 대낮인데도 밖은 어둡고 무거워 상처 입은 짐승처럼 진종일 웅크리고 앉아 숨죽여 본 사람은 압니다 아무 욕망도 없이 캄캄한 절벽 어느새 초침을 닮아버린 우리들의 발걸음 집중 호우로 퍼붓는 포탄들과 최신식 비극과 햄버거처럼 흔한 싸구려 행복들 속에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매장된 동물처럼 일어설 수도 걸어갈 수도 없어 가만히 손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솨아솨아 흘려보낸 작은 오솔길이 와락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
누가 뭐래도 늦가을, 남은 꽃들과 채소들과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한다. 감 따러 가면서 조그만 자루 하나면 되겠지 했는데, 자루를 채우고 몇 개 비닐봉지도 모자란다. 풍년은 풍년인데, 감이 작고 여전히 초록빛...... 완숙한 과일이 되기까지는 아직 얼마 간의 햇살이 요긴하다. 릴케는 '가을 날'이라는 시에서 바로 저 덜 익은 곡식들을 위해 남국의 햇살을 기원했었겠지. 이제 겨울이 시작될 터이니 부족한 햇살을 기다릴 여유 또한 없다. 추수한 감들은 스스로 익어야 겠지.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감당이 안 되는 살림들을 좀 줄이기로 하였다. 윗사진의 로즈마리, 무화과, 뽕나무 .... 약 10년 전 쯤 내가 심고 키운 것들이지만 이들과도 올해를 끝으로 이별하기로 하고.... 다 옮겨 갈 수 없지만 감나무 ..
성 언저리를 서성이며 가을색으로 몸속까지 물 들이는 중.... 폭이 좁고 꼬불한 이 계단이 좋아서 내 집 마당에도 만들어 볼까도 싶다. 알고보니 나란히 선 너도밤나무 고목들도 오래된 건물들처럼 보호대상이다. 특별관리를 받는 귀한 몸인 셈. 거의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발길 닿는대로 찾아든 터라 문득 만나게 된 오래된 돌계단과 돌담의 이끼들, 수북히 쌓인 너도밤나무 낙엽에 마음을 자주 빼앗겼다. 나 혼자만 먼저 와 있었던 듯한 가을의 현주소를 드디어 찾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공감을 동시에 가지며. 나- 사람 나이든 동양여자, 너 - 역시 나이 들고 품위 있는 나무..... 비록 나무와 인간의 조우였지만 이 우주에 오롯이 우리끼리만 존재하는 듯 홀연히 바스락대며 낙엽들 밟거나 나무에 등을 대어보곤 했다. 내려..
비가 몇 주째 내리다가 용케도 맑은 날, 호기심 하나로 계단을 오른다. 성벽 오른쪽 아랜 뭘까? 성 안으로 통하는 개구멍? 가파른 계단은 오르라고 있는 것. 오르는 정도에 따라 앞 풍경도 달라진다. 사람이라곤 나 외엔 없어서 낙엽을 밟는 내 걸음소리 뿐이다. 문득 먼 곳을 보고 방금 올라온 아랫동네도 내려다 본다 가파른 계단이 계속되고 위를 향해 오른다. 오른 지점에서 뒤를 돌아 보면 이런 풍경. 아래 박물관과 교회, 또 그 아래로 마을이 또 그 아래엔 시냇가가 흐를 것이다. 무너진 성벽이나 임의로 가림을 해 놓은 나무막대기에도 검푸른 이끼들이 점령해 있다. 너도밤나무잎이 거의 카페트처럼 계단에 뿌려지고 있다. 이 성엔 벌써 몇 번이나 이런 풍경이 펼쳐졌을까. 여기가 차고입구일까. 담쟁이 너머 성벽 위에..
몇 주 전 모임을 가졌던 친구네 동네, 진입로 사진이다. 무심코 올려다 본 왼쪽 위에 솟은 저건 성(Burg) 같은데? 서행을 하며 손전화 사진을 찍으며, 세세한 것들은 친구에게 물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입구에 적힌 동네 이름 나이덴슈타인Neidenstein, 직역을 하면 '부러운 돌', '탐나는 돌'쯤 되겠지만 마을의 기원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친구에게 또한 물어봐야 겠다. 높은 지대에 성을 쌓고 아래 길 옆 오른 쪽으로 마치 이 동네를 감싸듯 둥글게 하천이 흐른다. 중세 장원제도와 군사적 요새로서 이상적인 지형인 셈. 저 성 주인이 남작(Baron) *이란다. 남작의 땅은 넓고 넓어서 근처에 어지간하면 그의 것이라 했고 친구도 텃밭으로 그의 땅을 조금 소작하고 있다 하였다. 여기까지가 마을에 들며..
도반 /이상국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 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ㅇㅔ 묵은 춘장 앉혀 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사랑하는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 짜장묜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이상국'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 2021 섬 /정용주 대체로, 소통은 하고 있으나 관여하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으나 마음에 두고 있으면 섬이라 한다 고요한 것 같으나 폭풍에 쌓이고 몰아치지만 잔잔해지면 섬이라 한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면 섬이라..
가을비가 오다마다 하는 날에 넉넉히 볕 보고 자란 것들을 펼쳐 놓았다. 어떤 것들은 보는 마음부터 맵고 또 어떤 것들은 볼수록 마음이 환해진다. 울퉁불퉁 못났을 지언정 내 눈엔 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올들어 3번째 말리고 있는 메주가 그것, 2번 걸쳐 만든 된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서둘러 콩 1kg 메주를 쒔었다. 올해의 메리골드 꽃차, 쇠솥에 여러 번 데웠던 작년의 방법 말고 올핸 아래 사진처럼 오븐에 한꺼번에 넣어 쪄냈고 위의 사진처럼 말리는 중이다. 메리골드꽃들, 제량껏 볕 보고 자랐었다. 글 올리는 중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꽃차 우려 놓고 내 마음대로의 가을마당을 감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