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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낮기온 25도를 웃도는 여름 날씨를 회복하였다. 하루 몇 번씩 샤워하며 일터와 텃밭을 번갈아 다니며 다시 꽉 찬 날들. 연비가 싸다해서 거의 충동적으로 마련한 단거리용 꼬마차 스마트, 디즈니랜드의 장난감차를 타고 행보하는 듯 여전히 적응 중이다. 무엇보다 오토매틱이 서툴다. 몇 십년 운전 경력에 첫 오토매틱이니. 여기까지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 손가락 뼈를 부러뜨려서 아래 사진처럼 하고 있다. 사진은 종합병웡 응급처치 후 16일 새벽3시쯤, 저녁 9시쯤 응급실 가서 6시간 걸렸다. 다급한 사정으로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 중 손가락 하나 부러진 정도는 대수롭잖은 증상이었다. . 5그러니까 우리나라 광복절날, 오랫만에 자전거로 텃밭 다녀오는 길에 급소나기 내리며 반대쪽 차를 피하다가 넘어져서.....
고국의 여름날씨가 몹시 덥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 동안 이곳 독일은 때 아닌 저온이 계속 되고 있다. 작년엔 여름 몇달 가뭄이더니, 올핸 비풍년인지 심심하면 흐리고 비 오시고, 이러다가 여름이 흐지부지 끝날까봐 우려한다. 지금 기온이 영상7도에 , 8월 7일 예상되는 오늘 최고 기온이 13도, 우리나라 불볕더위를 겪는 분들께 미안하고 또 부럽다. 올해 8월 중에 설경을 볼 수도 있다는 글을 며칠전 일간지에서 읽었는데 바이에른 시골에 휴가 간 지인은 지난 주부터 난방을 켰다 하고 나 역시 발이 시려서 겨울이불을 꺼냈다. 엇 추워! 우유 한 잔 따끈히 데우는 중이다. 마시고 자야지. -사진은 산중호수 뭄멜제
늦은 오후,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햇살을 즐기자고 퇴근 후 가든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사, 예보에도 없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꽃들에게 농작물에게 물 주러 왔다가 내 머리 위에도 사정없이 물이 뿌려지는 중. 한쭉에 햇볕이 쬐는 중인데, 거의 장난처럼 굵은 몇 방울 물 뿌리면서 시작한 소나기,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다시 환해지기를 반복하네. 골머리 아픈 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때문인지 오는 비 맞는 일이 경쾌하다. 같이 비 맞는 중인 방울토마토와 깻잎과 꽃들도 나 만큼 기분이 좋아보여! 아주 잠깐이었지 싶은데,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동쪽 하늘 귀퉁이에 문득 이런 게 생겨났다. 왼쪽으로 연결된 쪽의 무지개. 해가 지고 있는데 떠 있는 저 멋진 것을 어쩌누..... 이제 어두워질 일만 남은 이곳, 무서워지기 ..
장마 그친 뒤 / 이성부 흰 구름 한 자락이 산의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사뿐히 땅에 내려앉지도 못하고 하늘로 드높이 올라가지도 못하는 흰 구름 한 자락이 산비탈을 이리저리 핥으며 머뭇거린다 산은 골짜기에 깊게 성감대가 숨어 있어 꿈적도 하지 않고 꼿꼿이 고개를 세워 먼 곳만 바라본다 크고 작은 일에 부대끼다 상처받는 마음들도 한동안은 저렇게 맑은 산봉우리로 고개 쳐들 날 있느니 비로소 먼 데 빛나는 강줄기를 보고 희망의 굽이굽이에 서리를 입김도 피어올라 함박꽃 웃음 온 산에 가득하다 흰 구름 한 자락이 별 볼 일 없다 고개를 넘어 사라진다 - 이성부 '도둑 산길' - 책만드는집, 2010 한여름 밤 / 조향미 빈틈이 없다 하늘과 땅 사이가 팽팽하다 개구리 떼 미친 발광(發光..
가는 날이 장날이듯 연중 가장 더운 섭씨 37도에 육박한다는 날 가든으로 친구들을 초대했었다. 오후 5시로 시간 예정을 하였지만 모임 임박하여 일일이 연락해서 한 시간 늦춘 6시 즈음 오라고 했다. 여름 사우나를 방불케한 날씨는 그러나 6시에도 7시에도 변함이 없었다. 초대한 다섯 중 한사람이 채식주의자였고 그 누구보다 그를 존중한 식단을 짰다. 다행히 비건이 아닌 베치테리언이어서 치즈는 먹는다니 야채 이것저것과 몇 종류 치즈요리를 준비했다. 특히 위의 치즈 그릴 꼬치는 보기에도 먹기에도 꽤 괜찮았는데 얇게 썬 쭈키니호박을 주사위 만하게 썬 페타치즈에 돌돌 말아아준 뒤 비슷한 크기로 썬 양파, 작은토마토를 교차하여 꼬챙이에 끼우고 그릴에 구웠다. 길고 얄팍하게 썬 쭈키니호박과 버섯은 그냥 그릴에 올려 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 시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2022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그런 날 /박형준 오래 서가에 꽂아 둔 낡은..
올해 두번 째로 된장을 만드는 중이다. 콩 1kg을 씻어 불려 삶은 후 절구에서 적당히 으깨고 길쭉한 두덩이를 만들어 꾸덕하게 사나흘 말렸다. 우리나라의 볏짚대신 미리 말려 둔 숲의 풀대를 깔고 깨끗한 흰 종이에 싸서 아래처럼 봉투에 담았던 게 약 50일 전. 그 사이 정초 담가둔 장을 걸러 간장과 된장을 얻었는데 그 맛에 깜짝 놀랐다. '어머, 내가 만든 게 맞아?' 라고 반문할 만큼 맛이 깊다. 자화자찬이 맞지만 그 어느 가게에서도 사 먹을 수 없는 그런 맛인 것은 분명하다. 하여튼 너무 뿌듯해서 이제 수시로 담을 생각이다. 각설하고, 위에 봉투 속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났었다. 선연한 푸른곰팡이, 몸에 유익한 식용균이 잘 번식하고 있었다. 균의 생성 모양이 오묘해서 커피를 마시며 한 30분쯤 감상하였..
부활절부터 오순절까지 심심찮게 주어진 공휴일 덕분에 텃밭 모양이 아주 조금씩 갖춰간다. 물론 여전히 잔디는 고르지 않고 잡초 역시 어느 곳에나 무성해서 이웃과의 경계 부분엔 특히 신경이 쓰인다. 약초전문인 친구 우어술라로부터 받은 것인데 놀랍게도 어느 날 이런 꽃이 피었다. 향이 어찌나 좋은지 근처에만 가도 향수 냄새가 솔솔 난다. 우어술라에게 물어보고 이름표를 달아줘야 겠다. 올핸 나도 상자밭을 시도해 보았다. 적어도 3단을 쌓더라만,나는 2단까지만 흙을 채웠다. 흙을 옮기고 상자에 붓는 일이 좀 힘들어야지.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 까만 비밀봉지에 여전히 여분의 흙이 담겼고 이로써 상자밭 2개를 더 만들 생각이지만 올해 내로 실현이 될지는 미지수. 아이들이 해놓은 흙장난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나의 상차텃밭..
볕의 아낌없는 찬사를 알아채고 양산을 접었다. 꽃들도 나 만큼 볕을 고대했을 것이므로. 종류가 다른 저 초록잎들은 제 깜량 만큼의 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중, 풀이파리 하나도 만들 재간도 없는 내가 참 하찮아지는 순간이다. 제라늄들의 나열이 뒤죽박죽이다. 색상도 순서도 고려하지 않은, 그냥 자리 채워 앉힌 수준. 잠깐의 여유를 부려 꽃집을 들렀지만 빠듯한 시간 때문에 손에 잡히는대로 안아온 덕분이다. 긴 화분걸이에 담아 걸긴 했지만 지들끼리의 조화는 여전히 난감하다. 붉은 색상의 꽃은 어지간 하면 집에 두지 않는다. 두었다 하더라도 한 가지로 제한한 경우였다. 그런데 이번엔 온통 붉은 꽃들이네, 더구나 그 종류도 산만한 이런 조합들이라니...... 문제는 그러나 하루 이틀, 한 두 주 물을 주며 키우다..
기다림에 대하여 /정일근 기다림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늦은 퇴근길 107번 버스를 기다리며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들쥐들이, 무릇 식솔 거느린 모든 포유류들이 품안으로 제 자식들을 부르는 시간, 돌아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부르고 싶다, 어둠 저편의 길들이여 경화, 태백, 중초 마을의 따스한 불빛들이여 어둠 저편의 길을 불러 깨워 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아이들은 멀리 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리 살아 있음이여,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이여 그곳에 내가 살아 있어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푸른 별로 돋아나는 그리운 이름들을 쓴다 꽃의 고요 / 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 따라 靑梅 꽃잎이 눈처럼 내리다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