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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비제 오페라 그 '카르멘', 흔히 상상하듯 케스트네츠를 손가락에 끼고 치마를 휘저으며 플라멩코 춤을 추는 그 카르멘과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신선한 카르멘은 처음 볼 뿐 아니라 친근하기까지 하다. 한국인 최조안씨가 카르멘이 되는 부부의 공연 포스터, 받자마자 아는 이들에게 이리저리 돌렸다. 재독성악가 최조안씨와 부군인 니클라스씨는 남독일과 프랑스에서 주로 활약하며 삶을 음악으로 꽉 채워 살아가는 음악인들. 이 연주회에 꼭 가고싶지만 이미 잡힌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봄 편지 / 곽재구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 곽재구,'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2019 뿌리 /문태준 뿌리는 무엇과도 친하다 꽃나무와 풀꽃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엉켜 있다 냉이가 봄쑥에게 라일락이 목련나무에게 꽃사과나무가 나에게 햇빛과 구름과 빗방울이 기르는 것은 뿌리의 친화력 바람은 얽히지 않는 뿌리를 고집스레 뽑아버린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풀지 않겠다는 ..
하루 종일 웃음을 장착하게 하는, 초록의 계절이 왔다. 미안할 만큼 기쁘고 또 일일이 인사하고 싶어진다 나무에게 숲에게 소란스레 흐르는 개울물에게. 운전 중 퍽퍽 찍은 것이어서 어디 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간만에 맑은 4월, 내가 얻은 산골의 봄 전경이다. 무슨 말인지 덧붙이는 것이 사족이 아니ㄹ까 싶도록 초록초록 저 빈 가지들에 맺힌 풍경이 좋다. 눈 녹은 물이 도랑바위를 한번 문지르며 흐르는 저 봄개울은 어떻고! 아, 이제 보니 서둘러 싹 낸 저 가지는 갯버들인가 보다. 멀쩡하게만 보이는 개울물에 손을 넣거나 혹은 맨발로 들어가면 아직은 비명을 지를 수 있다. 의외로 얼음물처럼 차갑기 때문. 여기까진 산너머 아랫동네였고, 우리동넨 이제 막 개나리가 집집마다 샛노랗다. 축복의 주말, 들깨잎 싹과 고추모..
. 한낮 종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세상을 구원하고자 왔지만 끝내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한 어떤 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 오후에 피아니스트가 악기를 들고 오기로 했 다. 함께 작업을 하기 위해서 인데, 그 전까지 두어 시간 좋은 햇살 기운을 담는 중이다. 올해 첫 발코니 커피,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만큼 좋아. 모두 작년의,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의 부활절 장식품들. 잎이 막 나오던 가지를 꺾어 물에 꽂았더니 금세 이 만큼 자랐다. 홀로 맞은 부활절에 스케치 몇 장 하고, 글 몇 줄 쓰고 냉이꽃 꽂았구나.
봄편지 /이문재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오는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 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 -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문학동네, 2014 꽃이 하는 말 / 김금용 큰일났다 다시 봄이다 꽃이 깨어나지 않으면 봄은 안오는 것일까 봄이 와야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내뿜는 것일..
된장을 담갔다. 오랜 객지 생활에, 그 어떤 낯 설고 부정적인 감정이 목까지 차오를 때도 된장국 한 사발 들이키고 나면 만사가 다시 평온해지곤 했다. 된장은 그러니까 나의 소울푸드인 것은 물론이고 내 정서를 가지런히 하는 마약 같은 식품인 셈. 이토록 소중한 된장을 만들자면 우선 콩부터 씻고 불려서 삶은 후 아래처럼 모양을 만든다. 이렇게 작년 11월에 메주를 쒔고 광주리에 담아 거실에서 건조시킬까 했지만 특유의 향(지독한) 때문에 단 이틀 만에 발코니에 내놓고 겨울을 났다. 그리고는 오늘 춘삼월 맑고 개운한 날, 필요한 재료를 준비해서 장 담그기를 시작했다. 재료라고 했댔자 소금, 생수, 메주와 이를 다 담을 항아리가 전부이지만. 어릴 때 나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살림을 책임지셨던 백모께선 한학을 ..
까짓것 /이정록 개업 기념 반값 미용실에 갔다가 시궁에 빠진 미운 오리 꼴이 되었다. 단골집에 가서 다시 다듬었다. 더 이상하다. 빈털터리가 되었다. 까짓것, 빡빡머리 스님도 산다 아이들이 나만 보면 툭툭 치고 지나간다. 나보다 낫다는 걸 확인하는 거다. 까짓것, 떡갈나무는 잎이 넓어서 바람도 크다. 태평양 범고래는 덩치가 커서 마음도 넓다. 이 년 사귄 여친이 전학 온 서울 것과 사귄다. 아직 이별 문자가 없다는 건 서울 놈과는 우정이란 거다. 까짓것, 사랑과 우정도 구별 못 하면 진짜 촌놈이다. 친구끼리 영화관 가고 팔짱 끼는 건 당연하다. 우정으로 마음을 가꿔서 진한 사랑으로 돌아올 거다. 까짓것, 취업이든 사랑이든 경력자 우대다. 난 어려서부터 심부름을 잘했다. 망을 잘 보고 빵과 담배..
세계에서 3번째로 에이즈에 걸렸던 환자가 완치되었다. 특히 이 환자는 혈액암까지 가지고 있었으며 줄기 세포 이식을 통해 두 질병을 동시에 완치하였다. 이 같은 사실은 뒤셀도르프 대학 병원 의료진이 의학전문지 "Nature Medicine" 저널에 기고함으로써 알려졌다. 이름하여 '뒤셀도르프 환자 사례 '로 명명된 환자는 2011년, HIV 진단을 받은 지 3년 후, 혈액암의 일종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 진단이 내려졌다. 이에 환자는 에이즈 치료용 줄기 세포 이식을 2013년에 받았다. 치료를 이끈 뒤셀도르프 대학병원 소속 귀도 코베(Guido Kobbe)씨*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한 애초의 목적은 백혈병과 HIV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이었다 한다. 줄기 세포는 베를린과 런던의 각각 에 유사한 ..
전시 준비한 사람들의 의례적인 인삿말, 소개.....등등 전시회 전야제Vernissage)? 작년 12월 어느 날, 전시가 열리고 출품 작가들과 방문객들로 꽤나 북적댔던 순간. 여기까지가 오픈행사였었고, 이 후부턴 그냥 기분대로 찍어본 전시 출품작들 . 예정을 하기론 몇 번 가서 찬찬히 둘러보자 했지만 작년 연말과 올해 정초가 낀 전시 기간이어서 졸작 하나 출품하고 겨우 오프닝 행사에만 참가한 셈이 되었다. 아래 부턴 이날 찍은 출품작들, 다비드상 우리 동네 뒷산이 연상되는 그림, 사진 상태가 허술해서 작가와 제목을 확인할 수 없다 코로나 소재의 작품. 이 외에도 더 있었겠지만 ... 청바지에 흰색을 덧칠하고 서로 이리저리 묶어 화폭에 옮겼다 미친 사랑? L ' amore folle 이 작품을 다시 봤으..
산책인지 데모인지..ㅎ 거리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서 처음엔 카니발 즉, 파싱(Fasching) 행렬인줄 알았다 그런데 들고 걷는 팻말이 중구난방이다 하하 주말 2월 11일에 볼일이 있어 시내 나갔다가 마주했다. 독일의 측면주의자들(Querdenker)의 흔한 데모, 흔히 말 하는 아무말잔치의 행진. 군데군데 우익팻말도 보이는 걸 보니 굵직한 골수 우익도 이들 중에 섞여 있을 것이며 이 집단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한 시대 역사적 오류였다고 인식하지만 이들 우익은 독일 민족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향수를 가지고 있다. 이 단체의 이름으로 국가 전복을 꾀하다 대대적으로 발각이 된 게 바로 작년이다. 블로그에도 반역의 전모를 쓰다가 너무 길어서 관뒀었다. 비도 눈도 오지 않는 이른 봄 주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