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남작의 성을 찾아서 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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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의 성을 찾아서 3

숲 지기 2023. 11. 22. 02:20

 

 

 

 

성 언저리를 서성이며

가을색으로 몸속까지 물 들이는 중....

 

 

 

 

 

 

폭이 좁고 꼬불한 이 계단이 좋아서 

내 집 마당에도 만들어 볼까도 싶다.

 

 

 

 

 

 

 

 

 

알고보니 나란히 선 너도밤나무 고목들도 오래된 건물들처럼 보호대상이다.

특별관리를 받는 귀한 몸인 셈.

 

 

 

 

 

 

 

거의 아무 사전 지식 없이 발길 닿는대로 찾아든 터라

문득 만나게 된 오래된 돌계단과 돌담의 이끼들, 수북히 쌓인 너도밤나무 낙엽에 

마음을 자주 빼앗겼다. 

나 혼자만 먼저 와 있었던 듯한 가을의 현주소를 드디어 찾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공감을 동시에 가지며.

 

나- 사람 나이든 동양여자, 너 - 역시 나이 들고 품위 있는 나무.....

비록 나무와 인간의 조우였지만  이 우주에 오롯이 우리끼리만 존재하는 듯

홀연히 바스락대며 낙엽들 밟거나 나무에 등을 대어보곤 했다.

 

 

 

 

 

 

 

 

 

 

 

내려오면서 본 원거리 풍경이다.

남작은 땅부자여서 이 근처 어지간한 땅은 다 그의 소유라고 친구가 말해주었다.

저곳에 있을 땐 몰랐지만,

원거리로 찍은 풍경은 그러니까 다 남작꺼.

 

 

 

 

 

 

 

 

내려오면서 다시 올려다 본 성 풍경

 

 

 

 

 

 

고향박물관(Heimatmuseum), 글자도 향토스럽다.

그날이 일요일이어서 문이 굳게 닫혔었고.

 

 

 

 

 

내려갈 때 보였다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꽃/고은)

 

 

 

 

 

 

 

 

내려오다 뒤돌아본 풍경에,

ㅎㅐ가 성 너머로 넘어가고 있다.

 

 

 

 

 

 

 

 

 

 

 

 

 

오를 때 보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앉아 있다.

말을 걸고 대화를 해보니 저 앉은 집주인인 건축가 할아버지이며 

저 비슷한 오래된 집들을 여러 채 사들여서 수리하고 보유하고 있단다.

할아버진 또 마을의 어르신이자 저 성의 성주인 남작이 2 주 전 세상을 떴다고 일러 주었다. 

 

동네가 작은 탓에 친구얘기를 하니 금방 친한 척 와인을 권했지만

귀갓길이 멀어서 사양하고 떠나왔다.

 

 

 

 

 

 

 

 

 

 

집 앞에 아니 길 가에

유심한 듯 무심한 듯

사과나무가 서 있었다.

 

 

 

 

 

 

 

 

아래 강가에 주차를 했으므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중이다.

오를 땐 없었던 듯한 차들이 집앞마다 주차해 있다.

아,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세금혜택이라도 줘야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오르내리며 다리근육이 단련될 터이니 혜택은 제대로 받고 있구나 싶었다.

 

 

 

 

 

 

탱자나무에 탱자가 열렸다.

저 곳을 지나쳐올 땐 보지 못했고, 사진을 보며 다시금 알게 되었다.  

 

 

 

 

손가락 자랑질,

다친 손의 깁스를 풀고 한 첫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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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전후에 건축되어 무수한 피빛 역사를 가졌음에도, 다만 침묵할 뿐인 이 성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12세기에 성주가 처음 터 잡고 들어 왔다 하고,

인류사의 가장 잔혹한 전쟁이라는 일컫는 30년 전쟁(1618-1648) 후,

이곳에 유태인들의 공식적인 공동체가 들어섰다.

그후 몇 백년간 이어가다가 나치정권이 독일에 들어서고 반인륜적인 유태인 박해가 독일땅에 자행되었고,

이 곳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19명의 유태인이 근처 하이델베르크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한다.

이들 19명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는 굳이 쓰지 않겠다.

 

고즈늑한  만추의 성에 이런 어마무시한 이야기가 숨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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