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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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푸른점심, 서시

숲 지기 2018. 6. 27. 00:11

 

 

 

 

서시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

 

 

 

숲이 '서시를 읊듯' 차려낸

푸른 식탁을 마주하다

- 숲지기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균형을 식탁의 기본으로 두고,

숲에서 이것저것 조달한다.

 

 

 

 

 

 

참나물 상치 부추 민들레 렙스톡 멜리세 타임 민트...... 등의 싱싱나물에 무수한 허브를 넣은 숲 셀러드.

그레싱 또한 숲드레싱(올리브유 후추 타임 로즈마리 카이얀고춧가루 소금 식초)

그 위에 역시 숲허브 소금으로 그릴을 한 닭가슴살과 돼지고기 조금을 얹었다.

아, 집에 있던 치즈도 올렸다.  

 

 

 

 

 

 

들꽃들의 도움을 또 받는다.

딱 몇시간 피고 마는 꽃들의 생을 내 식탁으로 옮겨 놓은 셈.

 

 

 

 

 

 

 

무무도 오늘은 찬조출연 ㅎㅎ

믿음직스러운 녀석.

  • eunbee2018.06.27 00:34 신고

    무무 곁에 eunbee도 앉았어요.
    식탁이 너무도 아름다워, 샐러드 위에
    기꺼이 올려진 들꽃이 너무 예뻐
    그냥 눈으로만 먹겠어요.(^^)

    보랏빛 꽃물은 꿀꺽꿀꺽 마시고
    연보랏빛 꿈 꿀래요.

    ..

    방금 밖에서 들어 왔어요.
    달이나 볼까하고 나갔더니
    별도 많았어요. 거기다 잔디위에 옹크린
    고슴도치랑 인사도 했고요.
    들어와 부엌 시계를 보니 00 : 00
    멀리 에펠탑 샤인스타를 놓쳤지 뭐예요.(ㅠㅠ)
    3분만 더 바라보고 있을걸..ㅠ

    둥그런 달이 나를 보아주어서
    흐믓했어요. 큰나무도 솨아(~) 인사해 주었고요.

    이제
    자야겠어요.
    덧문은 내리고, 창문은 열어두었어요.
    밤깊어 달 이울면 고슴도치 자갈밟는 소리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답글
    • 숲지기2018.06.27 01:19

      은비님 아직 안 주무셨습니다.
      무무도 꼭 자기 안부를 전해달랍니다요.
      녀석, 은비님을 너무 좋아합니다.

      저녁 10시쯤 가든에서 올려다 본 게 보름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 유심히 보았습니다.
      가장자리 어디 하나 부족함 없이 그대로 둥근 접시 같은 달이었습니다.

      고슴도치와도 대화를 하시는 은비님,
      도대체 몇 개국어를 하시는지요. (ㅎ)
      지난 번엔 까마귀 였던가 하는 새의 마지막 여행길을 배웅해 주시고자
      애쓰시던 것도 기억납니다.

      빠리의 고슴도치는 아마 멋진 구두를 신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셔요 은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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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쁜준서2018.06.27 10:01 신고

    너무도 정갈하고 고와서 손님을 초대하신 듯해서,
    준서할미도 초대 된 손님인양 보았습니다.
    멋진 정신세계를 가져야 차릴 수 있는 식탁입니다.
    멋장이십니다.
    포스팅을 보면서 멋에 빠져 드는 것도 참 좋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6.27 11:19

      이쁜준서님 좋아하시는 꽃을
      아낌없이 뿌려 먹습니다.
      꽃이 가진 정신적인 에너지를 저의 몸세포가 포식을 하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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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편지2018.07.05 05:15 신고

    예전 같으면 '상노인'이 되었는데도 삶은 까칠해서 연신 마음을 다치며 지냅니다.
    그래서이겠지요?
    저 "서시" 읽으며 나도 시인으로 살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면 마음 다치는 일들도 괜찮고 연신 다쳐도 또 시 한 편 쓰면 될 것 같고 그럴 것 같았습니다.
    시인들도 사는 건 이와 같을까? 그렇게 고쳐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7.05 15:01

      시인보다 더 시인 같으신 교장선생님.
      좀 잔인한 표현이지만 작가들은 자주자주 마음을 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쇠처럼 돌맹이처럼 우직하다면, 그 작품을 누가 읽고 감명을 받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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