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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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지기 2021. 7. 9. 21:16

*1

 

 

/최문자

 

누군가의 잎으로 산다는 것

 

한 번도 내가 없는 것

새파란 건 새파랗게 울고 싶다는 뜻

뒤집혀도 슬픔은 똑 같은 색깔이 된다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많이 어둡고 많이 중얼거리고 많이 울먹이다 비쩍 마르고

많이 죽고 죽어서도 가을이 그렇듯 몇 개의 마지막을

재로 만들고

잘 으깨져서 얼어붙고 많이 망각되고

붉은 탄피처럼 나뒹굴고

사방에서

연인들은 마른 소리를 내며 밟고 가는 것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한 번도 꽃피지 않는 것

어금니를 다물다 겨울이 오고

마치 생각이 없다는 듯

모든 입술이 허공에서 죽음과 섞이는 것

 

-  2021 여름호 계간 '시인시대' 

 

 

*2

 

............................

 

숲에서 잎들과 공기까지 나눠 마시는 공생을 하지만

잎으로 산 적은 없다. 

위의 시를 읽자니, 

잎처럼 살아주신 분들께 고개가 숙여진다.

존경하며,

감사드린다.  

 

 

 

.......

사진*1은 집 마당 잎들이고

사진*2는 운전 중 숲동네 산책길 어귀를 찍은 것이다. 

  • 파란편지2021.07.10 02:09 신고

    제가 그렇게 살았다는 걸 이야기할 수 없는데도
    눈물겹습니다.
    저 이파리를 알 것 같고
    그렇게 지내는 삶을 알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1.07.12 00:51

      저 잎처럼 학생들을 돌보신 게 맞으신 것 같지만,
      그렇게 헌신하셔서 교장선생님께선
      꽃보다 더 수려한 잎이 되셨습니다.

      저는 꽃보다 더한 분들을 몇 분 더 알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 백모님,
      또 큰언니,,,,
      띠동갑을 훨씬 넘은 큰언니에게 같을 게 많습니다.

  • Chris2021.12.27 02:19 신고

    줄기가 잎 덕분에 사는지,
    잎이 줄기 도움으로 사는지.
    잎이 줄기에게 감사하면 좋은 것이고
    도움준다고 우쭐되면 못난놈.
    결국 둘다 죽어 땅속에서 만날 것인데
    그때 서로 좋은 얼굴로 만날지
    어색할지
    지금 결정되겠지요.

    답글
    • 숲지기2021.12.27 15:04

      크리스님,
      오래된 책장을 들춰주셨습니다.
      깜짝 놀랐고요 하하

      나무와 줄기의 공생은
      인간들이 임의로 하는 결혼과 같을까요.
      아니면 부모와 자식관계에 더 가까울까요.

      숲에선 참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사람의 눈으로는 그 소소한 사건(?)을 다 이해할 수 없어서 날마다 배웁니다.


    • Chris2021.12.27 17:16 신고

      요즘 '이기적 유전자'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협소하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봅니다.
      잎도 줄기도 그렇게 도와야만 결국 '내게 도움' 되는 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자연 현상 중 이타성으로 생각될 수 있는 현상을 이해 할 수 있는 이론이라고 하고,
      이를 사회 현상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흥미롭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책 한권 읽고 다 아는 것 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하니,
      그런 사람 안되기 위해서 조심합니다.
      ㅎㅎ

    • 숲지기2021.12.27 19:46

      어쩌면 숨겨놓은 저의 못난 구석을 보신 듯 합니다.
      한 면을 보고서 다 본 듯 살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끼니 말입니다.

      그 책의 리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때 해부학에서 가졌었던 의문들에 대한 향수때문에
      그 쪽을 기웃거리면서 말입니다.

      행복한 독서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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