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페이스북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페이스북

숲 지기 2021. 9. 10. 23:22

페이스북

/복효근

 

만화방창입니다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지요

 

쓸쓸할 틈이 없습니다

쓸쓸함 같은 건 죄악과 같아요

 

손가락 끝에서 켜지는 천국

천사들은 여기 모여 살아요

 

누구나 페친이라 부르지요

너 나 없이 친구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은

 

은근한 과시에 속아주는 것은 기본적 윤리

품앗이처럼 기꺼이 속여주지요

 

배고프고 돈도 없는데 한껏 차린 음식을 보여주어도

‘좋아요’를 퍼줍니다

돈 드는 것도 아니어서

 

쓰레기 더미에 핀 장미꽃을 쓰레기는 보이지 않게

꽃만 예쁘게 찍어 올립니다

'좋아요'가 올라갑니다 엔돌핀이 뿜뿜하지요

 

섭섭해요, 재수없어요, 저주해요 이런 선택지는 없습니다

차단 단추만 누르면 깨끗하게 정리된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지요

 

아직 가입하지 않으셨다구요

이런! 몰핀도 알맞게 먹으면 통증엔 그만인걸요

합법이에요

 

컴퓨터 전원만 누르면

산뜻하게, 언제냐는 듯 사라지는

사이버 천국

사이비 천국

 

- '시와 반시' 2021, 가을호

 

HappyKids - für glückliche und unbeschwerte Kinder, facebook.com

 

 

.................................

 

 

소위 얼굴책(facebook)을 소재로

'만화방창(萬化方暢), 아니 노지는 못 하리라 차차차'의 그 만화방창으로 시작하는 

문화시사적인,

그러니까 요즘사람(?) 냄새가  물씬나는 시이다.

 

구글메일 주소로 출처가 페이스북인 메일이 오니

어딘가에 가입은 되어 있을 것 같은데 

윗시에서 추천하는 합법적 몰핀까지는 굳이 필요치 않아서

그냥 스팸메일로 넘긴다. 

 

tv를 없앤지 십수년이 넘고

얼굴책 대신 종이 신문을 읽는다 하니,

이게 또 억지인가 싶고 

꼰대임을 스스로 고백하는가도 싶다.

 

이러다가 사이버문화 인간박물관의 전시용 오브제가 될 것도 같다. 

  • 파란편지2021.09.11 01:10 신고

    저는 페이스북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 한동안 가입을 권유하는 메일이 쏟아지더니 언제인가 그런 권유가 다 사라졌습니다.
    이 시를 보며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하면서 블로그를 염두에 두고 읽었는데
    다르지 않네요.
    경향은 똑같네요?
    사이버 세계란 게 깊기도 하지만 얕기도 한 묘한 세계지요?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는데 마침내 이런 시를 만나네요.

    답글
    • 숲지기2022.01.31 16:28

      비록 사이버 세계이지만, 이 곳에서도 처신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석을 보여주시는 분이 교장선생님이시지요.
      깊기도 얓기도 한 묘한 세계라 하시지만
      단어 하나하나, 글 한편한편을
      너무나 신중히 쓰고 계십니다.

  • Chris2022.01.24 12:08 신고

    적당히 물결을 거스르는 것도 나의 멋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 중 도서관에 가서 도서목록을 컴퓨터로 찾지 않고 서랍에 비치된 종이 목록표로 찾는다는 분을 본적도 있습니다. 그게 편하고 좋다고 합니다.
    진화론에 의하면 옛날 원숭이 중 유별난 종이 나무에서 내려와 펄쩍펄쩍 두발로 뛰어 다니면서 인간으로 진화했고 계속 원숭이로 살기를 고집한 원숭이 종은 지금도 원숭이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의술이 계속 발전하면 사람의 오장 육부를 인공장기로 갈아 끼우기 시작하고 결국 뇌까지 바꿔치기하면 로봇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끝까지 인조인간이 되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던 인간은 결국 최종 로봇이 세상을 차지하는그날이 오면 지금의 원숭이 꼴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미래 학자분의 글도 기억 납니다.
    변화의 조류에 쓸려가는가? 편승하되 나만의 삶의 방식을 즐기는가? 아니면 완전히 거스러는가? 참 애매한 고민입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2.01.31 16:36

      매우 현실적인 세태 평론을 하셨습니다.
      다 옳으시고요.
      위의 말씀 중의 퇴보의 상징인 '원숭이'가 되고 있구나 싶은 경험을 요 근래에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카카오톡인가 하는 것도 하지 않으니
      한국인 지인들은 매우 불편하게 저를 대합니다.

      어쩌다가 선택적인 꼰대가 되고 있는가 싶죠.
      아직은 살만 합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