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코로나 때문에 무려 74명의 재독 한인들이 .....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코로나 때문에 무려 74명의 재독 한인들이 .....

숲 지기 2021. 8. 16. 05:48

 

 

늦은 아침 커피를 올리고 빵에 꿀을 바르며 날짜 지난 한글신문을 뒤적이는데 

고(故)자를 앞에 단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이렇게나 쉽게(?) 생을 마감하셨구나, 그것도 객지에서.....

비통하고 억울한 감정은 심장 언저리 불특정 근육의 무너지듯한 경련으로 느껴졌다. 

 

열거된 이름은 무려 72명(익명까지 2명까지 더하면 74명),

2020년 3월 코로나 펜데믹 이후 세상을 떠난 독일 거주 한인들이다.

간호사 출신도 포함되었겠지만 

숨 쉬기도 힘들었던 탄광에서 젊음을 바쳐 노동했던,

병약한 폐를 가진 광부출신 어르신들이 코로나에 힘없이 가셨구나 싶다.

이 황망한 부고는 재독 한인단체 차원에서 합동 추모제가 계획되었다고 알렸다.

 

 

 

 

 

 

 

서정시인 K씨의 이름에도 예의 고(故)자가 앞섰다.

한인 문학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활발히 작품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 그 분을  

15년 쯤 전 문학강연회에서 처음 만났었다.

인근의 한인 단체장들이 많이 와서 거의 무슨무슨 회장님이나 대표님으로 소개 받고 인사를 했었기에 

젊었고 배짱도 없었던 그때의 나는 퍽이나 쫄았었다.

강연회는 엉망진창이 되었고, 날씨따라 푹푹 쪘고,

하다 못해 멋을 잔뜩 내고 신고 갔던 하히힐까지 말썽을 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노익장 모습의 K씨가 질문을 했었다.

질문을 보면 문학에 입문한 청년인 듯

'그런 시적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또 시와 비 시의 경계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제한된 시간 탓을 하며 얼버무렸지만 사실은 강연자였던 나도 뚜렷한 답을 가지지 못하였고

가졌다 하더라도 한마디로 답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날 이후 두어 번 더 그 분을 행사 같은 곳에서 조우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엉망진창 문학강연회 분위기가 뇌리를 스쳤기에

멀찌감치 자리하여 그를 외면했던 것 같다.

지나가는 말투로라도  'K어르신 요즘 활동 왕성히 하시던 걸요' 라고라도 얘기해 드릴 걸. 

시 쓰는 남편을 하늘처럼 올려보며 미소짓던 그의 아내는

이 슬픔을 어찌 감당하고 지낼까.

 

 

 

가신 모든 분들께 명복을 빌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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