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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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18. 1. 31. 00:11

 

5월은 갔고 저는 스스로 6월에 와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6월에 온 것을 인정하기 보다는,

제 의지로 새달을 맞는 것이 당당합니다.

 

6월엔 수동적일 수가 없지요.

생명을 가진 그 어떤 것도 지구 북반구에 발 딛고 사는 것은

잎을 내밀고 손을 흔들어 어느 날  불쑥

몸의 튼실한 가지 하나을 뻗습니다.

 

......

하필 이런 때에 저는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릅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극의 그 끝에 또 다른 극은 있다고나 할까요.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불편과 냉대를 부르고,

급기야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떠나게 됩니다.

수동의 극치이자,

문학의 잔혹성을 말 할 때 더 좋은 예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의

그야말로 변신입니다.

6월과 변신, 마치 하지에 동지를 생각하는 듯 멀지만

가장 뜨거운 6월이 그레고르들에게는 더 춥고 더 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6월 초하루가 기다립니다.  

뜨겁게 태우는 나날들을 보내시길.....

 



 

 

아무렇지도 않게

/김종미

 

 

여기는 꽃밭이라는데
꽃에 앉았던 나비가 포르르 날아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슴에 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나는 놀란다
움직일 수도 없고 나비를 잡을 수도 없다
살인자를 쳐다보는 아기의 푸른 눈동자
그 속에 내가 비친다
나는 교묘히 머리를 써서 나비를 잡을 수도 있고
한 송이 향기로운 꽃인 듯 아량을 베풀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
어리석게 손을 휘젓는 바람에 나비는
가볍게 날아가 버렸다
무게도 없는 나비가 잠깐 가슴에 앉았다 날아갔는데
한순간이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웠다


 


 


 

 


 

산나리꽃

/임영조


지난 사월 초파일

산사에 갔다가 해탈교를 건너며

나는 문득 해탈하고 싶어서

함께 간 여자를 버리고 왔다.


그런데 웬지 자꾸만

그 여자가 가엾은 생각이 들어

잠시 돌아다 보니 그 여자느 어느 새

얼굴에 즈근깨 핀 산나리가 되어

고개를 떨군 채 울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또

내가 사는 마을까지 따라와

가장 슬픈 한 마리 새가 되어

밤낮으로 소쩍소쩍

비워둔 내 가슴에 점을 찍었다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 없는

검붉은 문신처럼 서러운 점을

 

 

 

                         

 

식용 들꽃들과 들풀들을 왼 손에 든 사진들. 토끼풀,Vogelschnabel,타임,금잔화,꿀풀,질경이,Gruenkohl,Gundermann,민들레,Katzenminze, 참나물.........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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