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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감자꽃이 피었다, 상처에 대하여 본문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핀다
오래 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ㅡ시집<어느 대나무의 고백> 문학의전당, 2006
....................
꽃들의 속내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다가
이 시를 만났다.
시에는 꽃을 이해하는 방편 하나를 일러 두었다고 여겼다.
'모든 상처는 꽃을 닮았다'
'상처에서 피가 오래 멎지 않을 수록 꽃향기가 .........'
상처의 포장지로 시인은 꽃을 썼다.
꽃은 그러나 상처 뿐만이 아닌 다른 다양한 감성들의 포장지로도 훌륭하지 않나?
삐딱해진 나의 견해에 시인은 한마디 더 부연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꽃 피는 일이 상처이다'라고.
내 속에도 꽃 피고 있다고 믿게 된 날 - 숲지기
올해도 어김없이 감자꽃이 피었다.
꽃 핀다는 게, 연보라 꽃닢머리를 뒤로 넘길 뿐이지만
검보라빛 실한 감자알을 발 밑에 키운다.
능청스럽게도.
감자꽃이 예쁘다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가 있다.
이 사진을 그들 앞에 내밀고 싶다.
보레취, 감자꽃 비슷하지만 더 푸르고 털도 더 많고,
아주 오래 피는데, 지금 시작을 하여서 서리가 내릴 때까지 줄기차게 핀다.
고귀한 잡초, 고맙게도 해마다 자발적으로 찾아와 준다.
꽃잎 하나를 한뼘 아래로 밀어버려서 얼핏 이빨 하나가 빠진 듯한 이 꽃,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창백한 꽃잎의 진가를.
당태종이 끔찍이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이었고,
홍콩을 무려 150년 넘게 영국에 저당잡혀야만 했던 아편전쟁,
바로 그 아편의 재료가 되는 꽃이다.
작년에 친지를 만났을 때, 내 농장에 이런 게 피었네, 라며 창백한 이 꽃사진을 보여줬다가 난리가 났었다.
올핸 입 꾹 다물고 아무말 안 해야지.
참고로, 나에게 이 꽃은 그냥 꽃일 뿐, 이 꽃으로부터 어떻게 아편을 얻는지 그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한다.
밭 한가운데 떨어진 붉은 것들 좀 보소,
나 없을 때만 골라서 피는 참 지능적인 개양귀비.
코스모스,
세이지꽃
' 모든 상처는 꽃의 빛깔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