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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그러니까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그 윤곽의 사이사이,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어리고지워진 그..
.독일어 번역판으로 나온 한강 저서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문학적 근원은 길 잃은 자들과 소외된 자들이며 그의 작품을 읽은 자들이라면 강하고 깊은 질문을 얻을 것이다. " 전문 비평가가 독일 어느 신문에 실린 수상자 평이다. 우리 문학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에 대한 감동과 의미는 생략한다. 이 소식을 접한 직후 몇 시간은 나도 제 정신이 아니었으니까.예를 들어 길거리 아무나 잡고 우리 문학 강연을 했을 정도이니...정신을 차려보니 그들은 물리학 국제학회에 온 스페인 청년들이었으며 자동차 관련 수련공 독일청년 몇이었다. 가던 길을 계속 가고 싶었겠지만 워낙 열변으로 붙잡는 바람에 뻥~한 표정으로 듣더니 격렬히 나를 안으면서까지 축하해 주었다. 겸연쩍게 '문학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 라는 ..
준비 - 열애 일기 4/ 한승원산 단풍의 색깔은 조금씩 진해지는 것이 아니고어느 하룻밤의 찬서리와 함께 갑자기 새빨개지고 샛노랗게 된다고 산에 사는 젊은 비구니 스님이 그랬습니다낙엽은 한 잎 두 잎씩 지는 게 아니고어느 소슬한 바람 한 자락에 담벽 무너지듯 와르르 쏟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산에 사는 늙은 스님이 그랬습니다나는 날마다 준비합니다사랑하는 당신께 가노라는 말도 못 하고 어느 하룻밤 사이에 단풍처럼 진해졌다가 담벽 무너지듯 떨어져갈 그 준비- 한승원, 『열애일기』(문학과지성사, 1995) 저 별빛 / 강연호그리움도 버릇이다 치통처럼 깨어나는 밤욱신거리는 한밤중에 너에게 쓰는 편지는필경 지친다 더 이상 감추어둔 패가 없어자리 털고 일어선 노름꾼처럼막막히 오줌을 누면 내 삶도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