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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코다리찜 본문
코다리찜
/곽재구
시를 쓰지만
누군가 내 시를 읽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내 시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가 싫어요
내 영혼은 좀 더 비천해지고 싶고
내 시는 끝없이 쓸쓸해지고 싶죠
내장이 다 발겨진 채
낡은 전선 줄에 거꾸로 매달린 당신의 수모
당신이 쓰다만 시
난 이해해요
불판 위 뜨거운 고추장에 뒤섞여
살과 뼈를 녹였죠
눈보라가 몰아쳐요
내 시가 꿈꾼 단 하루의 삶이
불판 위에서 끓어요
양심이 죽고 지혜가 죽고 모든 천사와 신들이 떠난
혹독한 인간의 도시에
당신의 헐벗은 시가 찾아왔죠
사랑해요
사랑해요
- 웹진시산맥 2024 겨울호
..
.............
'사평역에서'를 썼던 그 시인이다.
차갑고 쓸쓸한 겨울정서에서 맞이 한 코다리찜 한 냄비,
이런 시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래 '사평역에서'와 연결했을 때 코다리찜 맛이 더 깊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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